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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동지라 부르지 말자

이제 우리 동지라 부르지 말자

 

서울 시내버스 ○○운수에서 노조 지부장 선거에 출마했던 한 조합원은 지난해 10월 말 자살을 했다. 까닭은 뻔하다. 지부장 선거 몇 번 출마하면서 선거 비용을 너무 많이 썼는데 그 돈을 갚을 길이 막막했던 것이다. 서울시내버스 회사 노조 지부장 선거에 당선이 되면 운전 일도 안 하고, 월급도 많고, 권력(?)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써 노름판 판돈에 투기하듯 내지른 결과다. 그만큼 한국노총은 상급단체나 그 밑에 있는 단위노조나 썩을 대로 썩었다. 그 버스 기사가 죽은 건 안타깝지만 철학이 없이 살아 왔던 그이의 삶은 우리 시대 노동자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 같은 느낌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울산동구청장을 지냈던 이갑용 위원장이 《길은 복잡하지 않다》(철수와영희)라는 책을 냈다. 한국노총 같지는 않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자본가들에게 넘어가 회사에 빌붙고, 뉴라이트 같은 단체로 들어가고, 동료들을 배신하는 노동자들 이야기가 실명으로 거침없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나오자마자 수구 언론들 입이 째졌다. 이 땅의 수구 언론들은 노동자들하고 ‘웬수’가 졌는지 노동조합, 거기다 민주노총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불을 켜고 씹는다. 그런데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가 민주노총을 비판하니 이게 웬 떡인가 했나 보다. 연합뉴스에 나온 제목이 “이갑용 前민노총위원장 민노총에 쓴소리”인데 얼마나 신났는지 조중동에서 열심히 퍼 나르고 있다. 조선일보 군사담당 유용원 기자는 ‘민주노총 이보다 더 썩을 수는 없다’ ‘비리로 얼룩진 내부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잃어가고, 그래서 결국 국민과 노동자들이 등 돌리는 현실에서 이 씨의 충고가 얼마나 민주노총에 크게 들릴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하고 점잖 빼면서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유분수지 누가 누굴 가르치나 쯔쯔.

노동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동료들을 배신하고 심지어는 뉴라이트까지 들어가 자본에 넘어가는 가장 큰 원인은 자본가들의 이간질과 이념 공세 때문이 아닌가. 노동자들이 참다 참다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자본가들 공세가 얼마나 심한가. 수구언론은 ‘경제가 어려운데 웬 파업’, ‘길이 막혀 시민들한테 피해를 주면서 웬 집회’ 하면서 깐죽거리고 심지어는 빨갱이 타령까지 하지 않던가. 이런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심지어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도 90년대 근로기준법 책을 갖고 다니니 회사가 나보고 빨갱이라고 했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를 보면 1987년 이갑용 위원장이 농성을 할 때 회사는 이갑용 아버님에게 사람을 보내 “아들이 감옥 갈지 모른다, 빨갱이 물이 들기 전에 빨리 데려가라”고 했다. 이러니 일반 조합원들이 이런 소리를 들으면 안 넘어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게 빨갱이로 몰지만 안 넘어가는 이도 있다. 이갑용 아버님은,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들에게 오히려 항의를 하고 “내 눈으로 실상을 보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남을 위해 싸우는 의로운 일이나 막을 수 없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 아버님은 이갑용 위원장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한다. 아, 이 땅의 모든 아버지, 모든 어른들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 대목에서 목이 울컥했다. 이런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갑용 같은 훌륭한 전사가 나오는 거구나.

이갑용이 노동운동의 내부 문제를 솔직히 까발린 건 그렇게 만든 자본가들의 행태를 똑바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민주노총이 망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을 지키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민주노총에 쓴소리 했다고 입 헤벌어진 사람들을 보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사회주의자인 조지 오웰도 《위건부두로 가는 길》에서 사회주의를 비판했다. 조지오웰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사회주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주의를 공격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 책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동지‘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사회주의 운동을 불신하는 데 적지만 한몫을 했다. 머뭇거리던 사람들 중 용기를 내어 대중 집회에 갔다가 자의식 강한 사회주의자들이 의무적으로 서로를 ’동지‘라 부르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제일 가까운 맥줏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그의 본능은 건전하다. 오랫동안 써 봐도 부끄러움을 삼키지 않고서는 부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호칭을 왜 붙여야만 한단 말인가?”

 

그렇다. 요즘 노동자들이 늘 쓰는 이 ‘동지’라는 말이 나한테도 무척 낯설고 어색했다.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1936년에 한 진보단체로부터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글을 써 달라는 제의를 받고 조시 오웰이 위건,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노동자들을 취재해서 쓴 책이다. 사회주의 사상과 노동운동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섰던 서구 지역에서도 이 ‘동지’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는데 사회주의는커녕 자본주의 사상과 반공사상이 뿌리박힌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어색한 말을 쓰고 있다니, 다수가 평범한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디 운동권에 얼씬댈 수 있는가. 이래서 우리 사회는 안 바뀌는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이갑용이 민주노총을 비판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걸 수구 언론은 모른다는 말인가. 하긴 수구 세력들이 그걸 알면 수구인가.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이갑용이 살아온 이야기이면서,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역사를 보여 준다. 이갑용이 1981년 군대를 다녀온 뒤에 원양어선을 타는 이야기부터,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조합 대의원을 거쳐, 교섭위원, 운영위원, 사무국장,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쳐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노동조합의 공식 직책을 차례 차례 밟으며 노동운동가로 단련되는 과정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노동운동을 할 때 감옥 생활하느라 아버님 환갑, 부모님 장례식, 그리고 동생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을 못 한 회한을 말할 때는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책은 또한 노동운동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 주는 지침서다. 자본가들과 협상하는 방법도 나와 있다. 이를테면 교섭단 안에 반드시 책상을 뒤집어 업는 ‘무대뽀’ 역할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을 머리나 논리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는 식이다. 또 교섭할 때는 노동자들의 옷을 입고 머리띠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합원이 위임한 대표임을 상기시키라는 것이다. 이갑용은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도 잠바를 입고 갔다. 전국민이 보는 방송에 민주노총 로고가 한 번이라도 더 나오게 하는 게 얼마나 큰 홍보 효과냐는 것이다. 그렇지. 자본가들은 뉴스나 드라마 같은 데 자기 상품 로고 한 번 보이려고 애쓰는 걸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이번에 당선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나러 갈 때 민주노총 대표답지 않은 세미 정장 차림으로 갔다. 이갑용 말을 되새겨 볼 만한 일이다.

이갑용은 민주노총 위원장과 울산동구청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끝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그이의 성격 때문이었다. 구청장 시절 “자치단체장인 나에게는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노무현 정부여, 나를 고발하라!” 고 주장하는 대목은 내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조선일보〉 기자가 은근히 〈조선일보〉라는 걸 과시하며 이갑용의 인생을 잘 써주겠다고 인터뷰를 요청하는데 단칼에 거절하는 장면도 멋지다. 〈조선일보〉가 나한테도 그런 요청을 하면 나도 그렇게 단칼에 거절할 텐데 그럴 일은 없겠지. 하지만 얼마 전에 나한테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를 취재한다고 소개 좀 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자기가 〈조선일보〉기자라고 당당히 밝히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때 나도 한마디 했다. “조선일보 만들면서 부끄럽지도 않아요? 작은책이 어떤 책인지 좀 알고 전화해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 저는 사회부 기자라서…….” 그 말 듣고 푸하하 웃음 터질 뻔 했다. 아니 사회부 기자들은 좀 나은 줄 아나 보지? “이봐요. 전화 끊어요.” 띠,띠,띠! 정말 웃긴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자기들이 반사회적인 일을 한다는 걸 정말 모르나?

《길은 복잡하지 않다》를 보면서 아쉬운 게 있다. 이갑용을 실제로 만나 보면 정말 겸손하고 소탈하다. 여느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가끔 보여 주는 권위 의식이 없다. 그런데 별명이 ‘골리앗의 외로운 늑대’이다. 별명은 멋있지만 오바 같다. “대답하라. 여기는 골리앗의 외로운 늑대” 아, 이건 좀 아니다. 그런데 그 별명을 이갑용 자신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이갑용도 순진한 면이 있군. 하지만 그게 흉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시대를 변화시킨 골리앗투쟁의 전사 이갑용! 그이와 함께 역사를 움직여 온 노동자들은 어떤 의식이 있어 노동운동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이갑용 부인 이선옥이 남편에게 왜 골리앗에 올랐느냐는 물었더니 그냥 골리앗이 거기 있어 올랐다고 했다. 골리앗이 천혜의 요새인 건 맞지만 그땐 그런 걸 따져볼 겨를도 없었고, 그냥 땅에서는 도망갈 곳도 없고, 빠져 나가지도 못하니 거기서 버틸 작정으로 꾸역꾸역 올랐던 것이라고. 이갑용, 그리고 그이와 함께 싸워 왔던 노동자들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다. 감옥행을 각오하고 목숨까지 걸면서 싸웠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들이다.

어느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동지’들이 아닌 평범한 우리 서민들 모두, 이 책을 읽어 보고, “지금 알았던 걸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이제 동지라 부르지 말자. 아, 또 이 말 했다고 수구 언론들 “진보 세력 갈갈이 분열!” 이런 제목으로 뉴스 나올지도 모르겠다. 에헤이, 이갑용이나 되니까 언론에서 다뤄 주지 누가 나 같은 놈이 쓴 글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다뤄 주나. 그래서 나는 글을 편하게 쓴다. 띄워 주는 사람도 없고, 명예훼손으로 소송 거는 놈도 없을 테니까. ㅋㅋㅋ

 

2010년 2월 10일 /월간 작은책 발행인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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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고 싶은 사람 연락해~!

 

작은책에서는 다달이 한 번 글쓰기 모임을 합니다.
 
글이란 소설가, 시인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건 사람들보다 평범한 서민들이 써야 합니다. 집에서 일하는 주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입시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 늘 스트레스에 찌든 샐러리맨 노동자, 노동자보다 더 힘든 영세사업자,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 서민들이 써서 서로서로 위안 받고, 살아가는 힘을 받는 것이야 말로 글쓰기의 진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교육의 결과는 ‘글’로서 나타납니다.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아도 ‘글’로서 표현하지 못하면 그 교육은 죽은 교육입니다. ‘글쓰기’가 아니라 ‘글짓기’나 또는 ‘논술’이라는 괴상한 교육으로 올바른 글쓰기 교육을 외면했던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이제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아 글쓰기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은 없습니다.
작은책에서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지만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써 온 글을 평가하고 자기가 써 오고 고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배웁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자신이 없는 분.
글을 많이 써 봤지만 잘 쓴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분.
글은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남의 글은 귀신같이 보는 분.
글쓰기 취미도 없고, 글도 못 쓰는데 그냥 사람 만나는 게 좋아 뒤풀이에 참석해 술이나 마시고 싶은 분.
작은책 글쓰기 모임은 이런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한 번 나오면 '기냥' 평생회원이 되고, 웃다가 보면 글쓰기는 저절로 됩니다. 회비는 자기가 먹을 밥값 5천 원(+술값 5천 원)이면 됩니다.
언제- 2009년 9월 19일 토요일 4시
어디서- 작은책 사무실
 
서울 글쓰기 모임(다달이 셋째주 토요일)
언제- 2009년 9월 19일 토요일 4시
어디서- 작은책 사무실
 
부산 글쓰기 준비 모임
언제- 2009년 9월 18일 금요일 7시
어디서 - 보송전통 다원(부산시청 뒤 불교회관 2층)
문의할 곳 : 작은책 02-323-5391 박선미 010-2827-1162
 
경남 글쓰기 모임
언제 - 2009년 9월 28일 월요일
어디서- 상남동 노동회관 201호
문의할 곳 _ 작은책 02-323-5391 강봉수 011-557-0985
 
문의할 곳 : 작은책 02-323-5391/ 안건모 010-9466-2354
 
구독료는 한 달에 3,000원, 1년에 3만6천원입니다.
전화 02-323-5391
 
작은책 오시는 길 -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481-2 도서출판 작은책
 
2호선 -첫 번째 방법: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왼쪽으로 도세요. 빵가게와 정비공장 사이 마포만두 골목으로 10분만 쭉 가시면(중간에 부동산이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버스 다니는 큰길이 나옵니다. 큰길에서 오른쪽으로(HP컴퓨터 가게를 끼고) 3분 가다 보면 '기분좋은 가게'가 나옵니다. '문턱없는 밥집' 사이에 있는 문으로 들어오세요. (전체시간 13분)
 
2호선-두 번째 방법(길을 잘 못 찾으시는 분은)-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곧바로 5분 가시면 우리은행 사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왼쪽으로 7분 가다가 큰사거리 서교가든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서교교회가 나오고 교회 오른쪽에 있는 건물입니다.(이렇게 오실 때는 조금 돌지만 헤맬 걱정이 없습니다) 큰 길가에 있습니다. 1층엔 '문턱없는 밥집'과 '기분좋은 가게'가 있습니다. (전체시간 15분)
 
6호선 - 1번 출구로 나오세요. 왼쪽으로 4분 가시다 보면 성산초교 사거리가 나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5분 가세요. HP컴퓨터 가게 지나 기분좋은 가게가 나옵니다.(전체시간 10분)
 
작은책 323-5391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5층
작은책 사무실은 5층이지만 겉에서 보면 4층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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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서 잘사는 방법!

이 시대에서 잘사는 방법!
 
진중권 교수가 중앙대에서 잘렸다. 한겨레는 ‘진중권 교수, 중앙대 재임용 탈락’이라고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중앙대, 진중권 재임용 거부’라고 보도했다. 느낌은 조금 다른데 어쨌든 잘렸다는 거다.
 
진중권 교수는 중앙대 겸임교수였다. 중앙대 관계자 말로는 "겸임교수란, 본직을 갖고 교수직을 겸임한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뭔 소리인 줄 잘 모르겠다. 다만 겸임교수는 방학 때도 기본 강의료가 나오는 걸로 안다. 반면에 시간강사라고 하는 비정규직 교수들은 말 그대로 강의할 때 받는 강사료 말고는 ‘얄짤’ 없다. 그 강사료가 얼마인지 들으면 정말 어이가 없다.
사실 이런 거 안 지 얼마 안 된다. 얼마 전에 이후출판사에서 나온 《비정규직 교수, 벼랑 끝 32년》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태껏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 모두 교수인 줄 알았다. 교수! 아, 물론 교수는 맞는데 교수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하는 교수들이 그렇게 많다는 걸 정말 몰랐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시간 강사의 강의료가 3, 4만 원이라니 이게 무슨 교수라는 말인가. 고등학교 중퇴인 나도 가끔 글쓰기 강연을 하는데 적어도 시간 당 10만 원이다. 지방으로 가면 차비 10만 원을 더 준다. 그런데 대학까지 20년, 외국 갔다 와서 석사, 박사 학위까지 길면 10년, 이렇게 오랫동안 공부하고, 또 연구를 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그 교수들이 시간당 3, 4만 원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더 어이없는 건, 그런 시간 강사들이 우리나라 대학 전체 7만 2,419명이나 된단다. 이게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안 오실 거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정규직이라고 하는 전임교원이 5만 8,819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면 놀라실라나? 그래도 별로 안 놀라신다고? 인재 경영이니 학문 연구니 하는 대학에서 ‘보따리장수’라고 일컫는 비정규직 강사가 정규직 격인 전임교원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분명 한나라당, 이명박 지지자다.(이렇게 말하면 놀라는 척이라도 하겠지.)
 
이 글을 읽는 독자님은, 국회 앞, 천막에서 시간 강사 교원 지위를 회복해 달라고 700일 넘게 농성하고 있는 김영곤 교수와 부인 김동애 교수를 혹시 아시는지? 그 분들이 쓴 이야기도 그 책에 실려 있다. 책을 낸 그 당시는 500일 정도였는데 벌써 700일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 책은 32명이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비정규 교수 뿐만 아니라 현직 교수, 학생, 문학 평론가, 변호사, 일반 네티즌까지 서로 다른 눈으로 시간강사를 이야기한 글이다. 모두들 비정규직 강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1부 <대한민국 비정규 교수의 오늘>, 2부 <우리는 소망한다, 비정규 교수의 교원 지위 회복을!>, 3부 <비정규 교수 문제의 해법은?>, 4부 <벼랑 끝 32년, 희망을 다시 쓰자> 이렇게 차례를 나누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독재정권과 열악한 노동 탄압에 맞서 목숨을 끊은 열사가 많다. 하지만 이 비정규직 강사가 자살하는 사건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덟 명이다. 지난해 한경선 박사도 미국 오스틴에서 삶을 마감했다. 한경선 선생은 2004년,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시간강사와 강의 전담교수로 4년 동안 지냈지만 “처음 1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제정신을 갖고는 결코 살아갈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도대체 비정규직 강사를 학교에서 어떻게 대하기에…….
 
이런 강사 제도가 시작된 건 언제부터일까? <‘교수’와 ‘강사’, 그 차별의 시작과 숨겨진 음모>라는 글을 보면 나온다. 1977년 박정희 정권 때 교수와 강사의 차별이 시작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희 독재정권이 최후의 발악을 하던 시기였는데 도대체 교수와 강사의 차별을 두어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다른 나라의 강사 제도는 어떨까? 책 속에는 ‘일본 비정규 교수의 현실’도 들어 있고 ‘호주의 비정규 교수에 지급되는 추가 임금 제도’에 관한 내용도 있다.
 
우리네 부모님들 그저 자기 자식 하나 잘 되기만 바라고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학생? 누구나 자기가 가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면 좋겠지. 대학들은 “최고의 교수진, 최고의 시설로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겠다”고 하면서 학생들을 끌어 들인다. 다 뻥이다. 잘라 말하건대 우리나라에 이런 대학은 한 군데도 없다. 지들이 스스로 고백(?)하기를, 시간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주는 것에 대해 ‘절대 불가’라고 하면서 그 이유가 ‘시간 강사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웃기지 않는가? 최고의 교수진이라매? 아니 그 학교의 반이 넘는 교수들이 다 시간강사인데 최고의 교수진이란다. 아, 시간강사 빼고 전임교수만 최고의 교수진이야? 놀고 있다. 자기들이 이 말을 하면서 좀 낯 뜨겁지 않을까?
 
내가 알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있다. 하종강, 박준성, 정태인, 우석훈, 진중권 같은 분들이다. 이분들 다 교수라는 직함이 있다. 그런데, 전임교수가 아니다. 연구교수, 외래교수, 겸임교수, 객원교수, 강의 전담교수, 뭐 이런 요상한 이름들이 붙어 있다. 이런 이름들이 모두 열여덟 가지라는데 한마디로 다 비정규직 교수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내가 본 어떤 교수들보다 훌륭하고 실력 있고, 실천하는 지식인들이다. 하지만 정식 교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다. 그저 권력에 고분고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분들이다. 아, 그렇다고 지금 교수로 계신 분들 다 권력에 아부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강수돌, 한홍구 선생 같은 분들은 현직 교수이면서 얼마나 줏대가 있는 분들이던가. 하지만 사실 이분들도 이명박 시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땄더라면 교수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교수, 벼랑 끝 32년》. 이 책은 비정규직 교수를 둘러싼 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교과서다. 박사 학위를 따서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만 보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분들은 읽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왜? 힘 빠지니까. 재수 없으니까. 자식 잘 되라고 대학 보내는 학부모, 대학을 가려고 애쓰는 학생들은 꼭 읽으셔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알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야 한다. 골치 아픈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다고? 이런 이야기들을 외면하고 이 시대에서 잘사는 방법은 없다!
 
글쓴이 <작은책> 발행인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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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투사를 어떻게 스카우트 했어?

 

정 투사를 어떻게 스카우트 했어?
 
이 책을 내가 소개하기는 좀 거시기하다. 왜냐면 내가 발행인으로 있는 작은책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인데 이 책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쑥스럽지 않은가.
 
그래도 뻔뻔스럽게 내가 다른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소개하고 싶은 까닭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내가 강연을 기획했지만 책은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 둘째는, 내가 다 들었던 강연이었지만 책으로 나와 다시 읽어 보니, 다시 한번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짧은지. 게다가 강연과 책이, 다시 말해 ‘말’과 ‘글’이 이렇게 느낌이 다르고 이해가 깊이 있게 다가오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이 책은 여섯 분이 강연한 내용을 묶고, 하종강, 서경식 선생이 나눈 이야기를 풀어 쓴 책이다. 책을 낸 곳은 ‘철수와영희’. 처음엔 무슨 출판사 이름이 이래? 했는데 지금은 이름 외우기가 너무 좋아 “괜∼찮다” 하고 칭찬이 자자한 곳이다. 철수와영희에서 나온 책을 보면 출판사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1%의 대한민국》, 이런 책들을 냈다. ‘한 달 안에 1억 버는 법’ 뭐 이런 식으로 부자 되라고 꼬시는 책이 아니라서 대박이 날 만한 조짐은 티끌도 없다. 그나마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라는 책이 국방부에서 불온도서로 ‘추천’해 주는 바람에 판매 부수가 만 부가 훌쩍 넘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에서 강연한 분들은 손석춘, 김규항, 박노자, 손낙구, 김상봉, 김송이 선생이다. 그 뒤에 하종강, 서경식 선생은 말할 필요도 없이 사회에 웬만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분들을 모르는 독자들이 없을 게다. 그 가운데 김송이 선생이 조금 낯설겠지만 혹시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낫짱이 간다》를 보신 분들은 앗! 이분이 그분이야? 하고 놀라실 게다. 유명한 만화책 《맨발의 겐》도 번역했다. 총련에 속한 재일동포로 조선 학교에서 28년 동안 교사 생활을 했다. 현재는 일본 학교에서 조선어 강사를 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간다. 그이가 강연에서 한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였을까.
 
여섯 분이 한 강연 이야기를 여기서 다 풀 수는 없지만 독자들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게 하려면 몇 가지는 소개해 드려야겠다. 손석춘 선생이 한 강연 ‘혁명은 다가오는가’에서 나온 질문들. 혹시 이명박이 표를 많이 얻어서 대통령에 당선된 걸로 아시는 분이 계시는가? 천만에, 전체 유권자 가운데 3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과반수도 안 된 표로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선거도 그렇게는 안 한다. ‘마르크스에게 미래 사회의 유일한 희망은 ∼였다.’ 여기서 ‘∼’ 들어갈 답은 노동계급일까? 손석춘 선생은 ‘아니다’라고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 준다. 그 답을 정확히 알고 시민사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답은 무엇일까.
 
김규항 선생은 ‘진보란 무엇인가’ 하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선생은, 진보란 사회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문을 연다. 하지만 ‘국익’이라고 포장한 지배 계급과 대다수의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김규항 선생은, 우리가 행복하려면 ‘우리 안의 이명박’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우리 안의 이명박’이 뭘까. 이명박이 0교시, 학교 자율화, 학교 서열화 하니까 ‘이명박이 아이들 다 죽인다’ 하고 비판했는데 김규항 선생은, 진즉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들이 다 죽이고 있었다고 밝힌다. 군사 파시즘보다 자본의 내면화가 더 무섭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해. 서울대도 문제없어’ 하는 착각이 우리 안의 이명박일까?
 
책을 읽으면서 궁금하다 싶으면 강연 때 질문한 분들이 대신 물어 준다. ‘전 대학생이고요, 초등학교 다니는 막냇동생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엄마 같은 마음이 있어요. 그 동생이 날마다 학원을 세 군데나 다니는데 엄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되고 김규항 선생은 진지하고 명쾌한 답을 내 놓는다.
 
박노자 선생은 한국이 좋다면서 왜 노르웨이에서 살까? 정규직 취직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선생 같은 분이 대학에서 교수로 취직이 안 되는 이유? 그건 요즘 이후에서 나온 책 《비정규 교수의 벼랑 끝 32년》이라는 책을 봐야 알 수 있다. 박노자 선생은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한국에서 너무 가볍게 다뤄지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별의별 운동이 많은데 단 두 가지는 없었다고 한다. ‘서울대 안 가기 운동’과 ‘동문회 같은 연고 집단 불가입 운동’. 선생은 왜 이런 운동을 권유하는 걸까. 그렇잖아도 요즘 내 메일에 들어온 제목 한 가지를 보면 “○○동창 모임의 발전을 위하여”이다. 선생이 한 말을 듣고 이 모임에도 탈퇴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손낙구 선생은 ‘집이 많은 놈, 집은 있는 놈, 집도 없는 놈’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제목을 영화 ‘놈, 놈, 놈’에서 패러디해 내가 지었는데 가장 섹시하게 지었다고 손낙구 선생이 칭찬했다. 선생은 국민들을 모두 6계급으로 나누었는데 책을 보면서 독자 분들은 어느 부류에 속하시는지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혹시 술 취하면 찾아가는 제 3계급이 아니신지? 3계급은 ‘유주택 전월세’라고 한다. 어디에 자기 집을 사 놨는데 도저히 은행 이자가 감당 안 돼서 그 집 세 놓고 작은 셋방으로 이사 가서 사는 사람들이란다. 제1계급인, ‘집도 많은 놈’은 집값이 오르면 무조건 좋지만, 이분들은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면 어떨까? 아주 헛갈리지만 답은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한국에는 전 국민이 집을 한 채씩 갖고도 103만 채가 남아돈다고 한다. 설마? 정확한 통계다. 손낙구 선생은 심상정 의원 보좌관으로 4년 동안 일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전문가가 다 됐다. 그럼 집 많은 놈은 도대체 집을 몇 채 가지고 있을까? 가장 비싼 집은? 가장 싼 집은? 한국에서 가장 건물 부자는 누굴까? 하나만 대답하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집 많은 놈은 1,083채라고 한다. 천팔십삼 채! 집 장사하는 놈이 아니고 그냥 개인이란다. “씁쓸한 인생.” 손낙구 선생은 이런 것들을 그저 밝히는 데만 머물지 않았다. 대안이 아주 명확하다. 한국의 빈부 격차를 70∼80퍼센트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섯 분이 모두 분야가 다르다. 그런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모두 비슷한 지점에서 만난다. 김상봉 선생의 이야기도 김규항 선생과 박노자 선생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벌 철폐를 이야기하면서 김상봉 선생은 히딩크와 박지성을 보기로 들었다. 히딩크가 한국에 와서 성공한 것은 학벌 무시, 위계질서 무시하고 박지성을 뽑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교육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비판했는데 엘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말한 ‘공교육은 착실하게 준비된 공장 노동자를 대량 배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맥락과 비슷했다. 김상봉 선생은 이 체제 내에서 낙오를 하자고 선동(?)했다.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신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다. 그 강연을 들은 우리 작은책 독자 김○○ 학생. 그때 고3이었는데 그 말 듣고 바로 ‘낙오’를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해 촛불집회 현장에서 사는 모습을 봤다. “남미야, 요즘 뭐하니? 작은책에 와서 일하자!” 헉, 내가 이름을 불렀나?
 
하종강과 서경식 선생 이 두 분의 대화 자리는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마련했다. 두 분은, 우리 둘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서경식 선생은 한국에서 늘상 일어나는 이야기조차 충격이다. 용산 철거민들을 벌건 대낮에 불에 태워 학살하는 짓거리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완전무장한 경찰과 깡패들이 쇠몽둥이로, 테이저 건으로 헬기로, 최루액으로 진압하는 걸 이해할 수 있을까?
 
서경식 선생은 한국에서 1970년대에 가장 야만적인 군사 정권과 타협하지 않고 싸우는 시민들이 있었다는 것이 자신들에게 큰 격려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80년대 말의 파업이나 투쟁 때마다 존경의 눈으로 바라봤다고 했다. 그러면 뭐 하나. 80년대 같은 시대가 돌아왔으니……. 《후퇴하는 민주주의》.이명박 시대에 우리는 더욱 투사가 돼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작은책〉도 준비를 했다. 학생 운동권에서 이름 날렸던(?) 꼴통 최규화에 이어서 정인열 씨를 스카우트했다. 독자사업부에서 일하는 정인열 씨, 피부 곱고 예쁜 옷 입고, 얌전하고 아주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도 코스콤 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서 20일이 넘게 단식 투쟁도 하고, 3층 높이 철제구조물과 한강 관제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던 투사였다. 한겨레 기획위원인 홍세화 선생은 “아니, 정 투사 같은 인물을 어떻게 작은책에서 스카우트 했어?” 하고 우스개소리를 했다. “홍샘! 작은책을 무시하는 건 아니죠?”
 
《후퇴하는 민주주의》. 부제 ‘서른 살, 사회 과학을 만나다’. 책 제목이 나왔을 때 시큰둥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없겠다 싶다. 실천하는 지식인 여섯 분이 쓴 글을 몇 번이나 보면서, 내가 이 사회를 더욱 깊이 있게 깨달아 가는 듯해 기분이 뿌듯하다.
 
2009년 8월 11일
월간 작은책 발행인_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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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지혜가 담긴 치료법

 

겨레의 지혜가 담긴 치료법
 
한평생 살아가면서 병들지 않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한 번도 앓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 그 병이 암 같은 큰 병은 아니고 아주 소소한 병이라면 참 귀찮다. 어깨가 결린다든가, 귀가 웅웅 울리는 귀울림(이명증)이라든가, 소화불량이라든가 불면증이라든가 무좀 같은, 병 같지도 않은 병이 있으면 병원 가기도 뭣 하고 그냥 놔두기도 뭣 하고 아주 짜증이 난다. 더구나 무좀 같은 건 먹는 약으로 고치려면 위가 상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을 알려 주는 책 두 권이 나왔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손 주물러 병 고치기》(보리출판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낸 곳은 우리 겨레의 건강한 삶을 목적으로 2007년에 보건복지부 인가를 얻어 출범한 비영리 단체인 ‘민족의학연구원’이다. 돈이 없거나 첨단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사람들이 가장 적은 투자(책값 각 12,000원)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약 안 쓰고 병 고치기》는 북녘에서 나온 《토법의 림상응용》(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1990), 《손 주물러 병 고치기》는 중국에서 나온 《수료》,《안마수족보건법》을 중심으로 중국과 북녘, 그리고 한국의 자료들을 모아, 남녘 실정에 맞게 고쳐 쓴 책이다.
 
흔히들 민간요법 하면 유치하고 비과학적이라고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질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병을 막고 다스리는 방법을 갖고 있었다. 자연물 가운데 하나인 제 몸을 자극하여 피와 기운을 잘 돌게 하고 굳은 힘살(근육)을 풀어 병을 다스리고 건강을 지켰다. 옛 치료법에는 ‘수천 수백 년을 이어 온 겨레의 지혜가 담겨 있다.’
 
단순히 손을 주무르는 것만으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렇다”고 자신한다.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이 치료법이 나왔으며, 중국에서는 의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황제내경》에 이미 주무름의 효능이 적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 몇 가지만 보자. 어깨가 결릴 때는 “견정혈과 견우혈, 그리고 근육이 굳어져 팽팽해 진 곳을 찾아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거나 비벼 준다.” 물론 견정혈과 견우혈이 어디인지 자세히 그림으로 나와 있다. 귀울림은 “넷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언저리를 두루 주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책을 보면 손가락 어느 부위를 누르고 따 줘야 하는지 더 자세히 나와 있다. 잠을 잘 못 잘 때도 좋은 치료 방법이 《손 주물러 병 고치기》에 나와 있다. 무좀은 《약 안 쓰고 병 고치기》에 나와 있다. 식초로 하는 방법, 버들가지나 미나리로 하는 방법 따위 무려 열 가지나 있다. 그 가운데 자기가 편한 방법을 쓰면 고칠 수 있다. 시간이 들고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약 먹고 위장 버리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이 책을 읽은 어떤 분과 같이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을 들어갔다. 그 분은 손바닥을 식탁에 올려놓고 넷째 손가락을 잡아 당겨 곧추 세웠다 놨다 하고 계셨다. 뭐 하시는 거냐고 물으니 그 분이 천연덕스럽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면 정력에 좋아진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책을 보니 발기부전에도 간단하게 치료하는 법이 네 가지나 나와 있다.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엄마 손이 약손이다” 하면서 배를 쓰다듬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놀다가 팔꿈치가 빠지면 어머니가 맞춰 주셨다. 글자도 모르고 살았던 평생을 사신 어머니지만 그런 어머니의 손길로 나는 건강하게 살아왔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대홍수가 지구를 휩쓰는 이 어려운 때’에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손길 하나 보태려고” 민족의학연구원을 세우고 처음 내놓은 책이 이 ‘약손문고’다. 아픈 배를 어루만져 주던 엄마 손길과 같은 이 책은 독자들의 건강과 더불어 ‘겨레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배낭에 언제나 책을 갖고 다닌다. 앞으로 늘 갖고 다닐 이 책 무게 때문에 배낭이 좀 더 무겁겠지만, 건강한 내 몸만 유지된다면 그런 것쯤 대수랴.
 
2009년 7월 28일 작은책 발행인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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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진화한다

 

인간들이 진화한다
 
인간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건 예사였는데 부결된 법안을 재투표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아주 요상한 짓도 저지르는군요. 게다가 자기 주둥이로 “투표를 종료합니다” 하고 말해 놓고는 버튼이 잘못 눌러졌다고 변명하더군요. 그 대목에서 푸하하 웃음이 터지더군요. 제가 미쳤나 봅니다. 화를 내야 할 대목에서 웃음이 터지다니요. 역시 인간은 '진화'하나 봅니다. 웃음이 터지고 있는 나 말고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인간들 말입니다.
 
이 인간들이 ‘진화’하는 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의장석 앞에 나가 싸우고 있는데도 의석에 앉아 있었다는 ‘재석’ 버튼을 누른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물론 “한나라당 박아무개” 의원이 아주 친절하게 대신 누른 거지요. 본회의 내내 이윤성 부의장을 돌봐주던(?) 김아무개 의원은 국회 표결 기록에 신문법과 방송법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진화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죠? 아니 참 더 한 인간도 있더군요.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야, 나도 찬성 눌러라” 하고 아예 공개적으로 대리 투표를 시키더군요.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뭐 구독률 20% 이하 신문사가 방송 진입할 수 있는 법안이니, 대기업에 지상파 지분율을 10% 소유할 수 있다느니 복잡한 듯 하지만 재벌들이 방송 사업과 신문 사업을 둘 다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선, 중앙, 동아가 방송사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냐고요? 여론을 독점할 수 있다는 말이죠. 여론 독점이 무슨 문제냐고요? 사례를 몇 가지 들어 보죠. 분명히 그냥 사례라고 했습니다. ‘허위 사실 유포’가 아닙니다.
 
경찰이, 용산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자기들 동료 경찰 한 명을 죽여 놓고 ‘철거민 다섯 명이 경찰 한 명을 죽이고 자살했다’ 이렇게 보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지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두 달 넘게 죽음을 각오하고 못된 이명박 정권과 싸우고 있는데 ‘이북에서 간첩 6백여 명이 넘어와 쌍용자동차를 점거했는데 경찰이 완전 포위하고 바깥으로 한 명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설마 그럴라구.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소리 있죠? 그런 사례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한 번 보죠.
 
성추문에다 마피아와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기 별장에서 미녀 20명을 고용해 알몸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았죠. 당시 현장 사진을 누군가가 찍었으나 정작 이탈리아의 신문과 방송에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의 진보지인 엘파이스에 나오고 나서야 그런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시장점유율이 50%대인 민영방송 3개에다 인터넷 미디어 그룹, 출판사 등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재벌이죠. 이 나라에서 해마다 100만 명∼3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지만 이 베를루스코니는 벌써 세 번째 총리를 지내고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힘을 보여 주는 언론 때문이라는 건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가장 ‘사랑’하고 언론 자유가 좋은 나라로 착각하고 있는 미국. 《미디어 독점》이라는 책을 낸 장행훈 씨는 “미국 전역에 있는 1700여 개의 신문을 단 5개 그룹이 소유하고 있어 실제로는 5개 신문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그 ‘5개 그룹 모두 재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언론 분야에서만큼은 ‘독점’이 문제”라고 덧붙였지요. 그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 때 전 세계에서 반대 여론이 일었지만 머독이 거느린 신문 175개는 한 목소리로 이라크전을 지지했습니다. 모두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데 따른 폐해죠.
 
이명박 정권이 이번에 낯 두껍게 날치기에다, 대리투표까지 하면서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킨 까닭은 뻔합니다. 자기들이 여태 한 짓을 스스로 돌아보면 다음 선거 때는 죽었다 깨나도 정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머리 나쁜 놈들이 이런 건 잘 깨달아요. 그래서 박정희, 전두환처럼, 또 베를루스코니처럼 언론을 다 장악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생각을 이렇게 하는 것도 죄인가요? 그럼 속으로만 생각하지요.
 
요즘 방학 때라 우리 아들이 집에 와 있습니다. 아들은 군대를 갔다 온 뒤 복학을 해서 용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지요. 아내와 아들까지 오랜만에 한 식구가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키는 그 엽기적인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걸 보고 “난장판이네” 하고 맙니다. 그 난장판이라는 소리에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둘 다 똑같다는 조선일보 식 비판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은 그런 뉴스나 세상일에 ‘전~혀’ 관심 없습니다. “○○야, 저것 좀 봐!” 해도 “나하고 상관 없잖아요” 툭 한마디 던지는 청년입니다.
 
역시 그날도 뉴스엔 관심 없다는 듯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을 보니 참 훌륭한 아들이라고요? 보는 책이 만화책입니다. 일본 만화를 베낀 〈소년탐정 김전일〉. 이 인간도 진화할까요? 이명박이, 우리 아들같이 세상을 등지고 사는 인간들을 믿고 그렇게 설치나 봅니다. 이명박이 진화하기를 바라는 게 빠를까요, 아들이 진화하는 게 빠를까요? 전혀 희망이 없군요. 에잉 씁쓸한 인생.
 
2009년 7월 24일 월간 작은책 발행인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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