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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 등록일
    2009/05/23 15:20
  • 수정일
    2009/05/23 15:20

 서글픈 죽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겨우 한글을 익히고 쓰고 할수 있을 때쯤이였던가, 학교에서는 거의 매일 받아쓰기 시험을 치루고 있었던 것 같다.

뭐 거의 매번 손바닥을 맞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모국어인 한글을 조금씩이나만 나의 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그때, 누군가의 죽음을 알았다.

흔치않았던 TV에서 “박정희 대통령 서거”라는 자막과 온국민이 슬퍼하는 듯한 화면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상복을 입은 모습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왜 사람의 죽음을 ‘서거’라고 쓰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부모님과 누나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리고 남들이 다 슬퍼하는 듯 하니깐, 슬퍼해야 하나보다했다.

솔직히 대통령의 죽음을 국민학생인 내가 슬퍼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무엇보다도 강조되었던 건, “국가주의·가족주의·가부장주의”등이 아니였는 가 싶다.

그리고 오늘 내가 아는 한 두 번째로 죽음을 알게 되었다.

온전히 살지 못한 죽음으로 말이다.

 

현 대통령이 뽑기전, 우린 수없이 그를 저주했던 것 같다.

한국사회를 김대중 전대통령에 이어 신자유주의로 온전히 다가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버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어찌 사람의 죽음에 애달픔이 없을 수 있으랴마는 결코 그의 죽음이 감정적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박연차게이트에 의한 현 정권의 표적감사와 의도된 검찰수사와 언론플레이, 어쩌면 그의 죽음은 현 정권이 연출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반기를 드는, 그로써는 최대한의 반기일지도 모르지만, 결코 그의 죽음에 슬픔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이룩(?)해낸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헌법유린과 노동자,민중에 일방적 학살을 자행했던 전임정권과 그 괴뢰, 그리고 하수인들을 단죄하지 못하고, 사회통합이라는 명분하에 기업과 권력을 위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써는 결코 그의 죽음을 슬퍼할 생각이 없다.

단지, 한 국가의 통수권자로 제왕적 권력을 가졌던 이들이 걷개되는 우울한 말로를 보게되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서글픔일뿐이다.

 

무엇보다, 우린 지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깔아놓은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화와 노동,민중운동에 대한 개량적 지배로 이룩해낸 얇아진 전선을 새롭게 일구어 다시한번더 가진자와 권력의 무한 착취와 억압, 탄압을 깨고 투쟁으로 돌파하여야 한다.

 

어줍잖은 애도행렬과 가식된 슬픔이 가져올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죽은 이가 되살아온다하여도 달라질 것이 없다.

 

김대중, 이명박 따위가 반성하고 고민한다고 달라질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왕들간의 다툼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사극드라마가 아니라, 당장 헐벗고, 굶주리고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 민중을 조직하여 투쟁하는 것이다.

 

아직도 ‘용산의 철거민 학살’은 그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았을 뿐아니라, 계속된 침탈로 고통에 몸서리치고 있으며, 대한통운의 ‘박종태열사의 한’은 금호자본의 거부와 경찰과 권력으로 인해 풀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반복되고 있는 국가에 의한 학살과 죽임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권력자간의 다톰 속에 죽음을 선택한 또다른 제왕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억압과 착취를 일소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을 위한 기치를 분명히해야 한다.

 

어제 다녀온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파업출정식에서 받은 “해고는 살인이다”의 작은 펼침막처럼 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은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말살하고, 언론에 입을 꼬메고, 환경을 작살내고, 권력으로 밤의 노예들을 양상하고, 미친 견찰과 떡찰로 억압과 탄압하며, 정치사상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봉쇄하는 이런 세상은 하루하루가 학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일 뿐이다.

 

감상적 애도를 지워버리고, 용산으로, 평택으로, 대전으로, 거리로 투쟁하는 모든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취해야 할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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