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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여수 앞바다

  • 등록일
    2010/10/20 13:37
  • 수정일
    2010/10/20 13:40

 

남해 여수 앞바다

 

7시도 안되었는데, 이미 사해는 어둡다.

5시간을 넘게 달려내려온 길을 기억하기도 전에 소주와 함께 나온 온갖 안주거리들은 내 호주머니 사정으로는 먹을 수 없는 횟감들이다.

아니, 처음 먹어보는 것들이다.

 

얼결에 병어회에 젓가락질를 하려다가, 한마디를 듣고 만다.

왜 싼것만 먹느냐고,

술상에는 삼치회, 민어회, 병어회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말로만 들었던 다금바리와 감성돔이 회떠져 있다.

몇잔도 걸치기 전에 이미 난 최선을 다해 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나의 식탐이 아니라, 차려준 이에 대한 고마움과 정성을 생각하면 그나마 최선을 다해 젓가락질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숨차게 놀리던 젓가락질을 끝내고 나선 밤바다,

저녁 10시쯤 되어서, 횟집 주인은 지렁이와 낚싯대를 챙기고, 나와 동행인들은 두툼한 옷을 챙겨 작디 작은배에 올랐다.

잔잔하기 그지없는 여수앞바다에 사알짝 안개가 끼였고 반토막으로 잘린 달빛이지만, 환하기만 하다.

 

홍합양식장의 온갖 장애물을 피해서 닻을 내리고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위에 지렁이를 따라 낚싯줄을 내린다.

줄을 맞추듯 떠 있는 스티로폼과 달빛에 빛나는 바다는 파도조차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평온하기만 하다.

 

남해안 여수 앞바다에서 달빛을 받으면 낚시를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

사실 한 마리도 못잡고 바다를 나왔다는 점에서 낚시를 했다고도 볼수 없다.

그래도 한 마리도 잡지 못해도, 횟집주인아저씨의 구수한 입담과 챙겨온 대병 소주와 횟로 충분히 즐거운 바다였다.

 

안개낀 달빛에 아른거리는 잔잔한 바다는 마치 집앞 냇가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한발 담그고픈 맘을 만든다.

이곳이 육지로부터 1km가까이 떨어진 바다임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난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졌을지도 모르겠다.

 

출렁이는 거치른 바다위를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느낌, 퉁퉁 튀겨오르는 파도의 거치른 저항이 아니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짓듯이 하나의 흔들림도 없이 나는 듯 달리는 것도 바다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나마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바다위를 뱃머리가 회전을 그리면 놀아줄 때 느낄뿐이다.

 

잡다한 어저러움과 지저분하고 역겨움까지 느껴지는 세상살이에서 한발 벗어나 오늘 이곳 남해여수로 날 이끌어준 동지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201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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