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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고 싶다.

  • 등록일
    2008/07/04 13:11
  • 수정일
    2008/07/04 13:11

 

추적거리던 비가 어느새,

장대비가 되어 볼을 패고 지나간다.

 

이미 십수년전,

헤어지기로 한 그녀의 집앞에서 마지막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추적거리며 내리던 겨울비는 어느새 속옷까지 다 젖게 만들었지만,

춥기보다는 시원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나섰던 거리가

빗물젖은 안경에 반사되어 찡그린 눈사이로 빗물과 네온불빛이 스며들때,

시원하기보다는 가슴 한켠에 베인듯한 아픔을 씻어내고 싶었다.

 

맘을 비운 이에게 무더운 한여름의 소낙비처럼 시원한 것이 있을까,

그때부터인지, 아님 그보다 오래전부터인지

쏟아지는 비는

차분하게 때론 설레이게 때론 스스로를 가다듬는 기도의 시간을 갖게하였다.

 

다시 물대포와 함께 비가 촛불위로 내린다.

 

비가 달갑지 않다.

차갑고 추으며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기가 빠진 몸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먹어서인가,

반가운 맘보다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이런 비따위에 촛불이 흔들리지 않겠지만,

움츠러든 나의 몸을 더욱 차갑게 식혀버리는 비가 싫다.

 

굵은 빗줄기 내리는 날 공장 문앞에서 울며 하늘을 바라보면 힘차게 팔뚝질하던 그들에 대한 기억...

악다문 어금니가 비장미로...

다시 그들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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