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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초등학생 딸과 함께 참여하신 김태숙님의 3차 희망버스 후기입니다.

희망버스 이야기

원문 :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5TX3/5

 

2011년 8월 1일에 작성된 글 ------------------------------------------------------------------------------------------------------------

 

임용고사 준비를 하느라 한참 바쁘던 중에도 마음이 너무 쓰여서 차라리 다녀와서 더 열심히 공부하자 생각으로 잠시 책을 덮고 다녀왔습니다. ^^

희망버스를 개인적으로 신청하고도 2차 때의 살벌한 현장을 생각하니 초등4학년 딸을 데리고 갈지 말지 며칠 동안 고민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엄청 힘 들 수도 있고 조금은 위험 할 수도 있다고 미리 말 해 주었지만 딸은 휴가라도 가는 냥 엄마랑 같이 가겠다며 눈망울을 반짝이더군요. 훗

처음이라 잘 몰라서 짐도 이것저것 엄청 싸 메고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딸과 함께 체육관으로 향했어요.

과연 어떤 사람들이 그 곳에 갈까 궁금하기도 했고 혹시나 교대 학생이나 교수님 몇 분을 만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도 했지요.  (교수님 딱 한분 만났어요~)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모시저고리를 입고 있는 양배추 머리의 그분(김인국 신부님), 

내가 너무나 존경하는 완소신!  딸래미는 두 팔을 벌리고 "신부님~~"을 외치며 뛰어가고 둘의 상봉 장면이 눈뜨고 볼만 했죠 ㅋ

 

 

역시 휴가철이라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청도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다녀와 잠시 앉아 있는데 밖이 시끄럽더라구요.

창밖을 보니 한 두 사람이 여러 할아버지들에 둘러싸여 싸움이 벌어진 듯한데 자세히 보니 우리 차에 같이 있던 사람!! 

밖은 온갖 욕설들이 난무하고, 빨갱이들, 무슨무슨 년들아, 북한으로 가라 등등 할아버지들이 뭘 드셨는지 힘도 무척 쌔고 돈 3만원 받고 오셨다는데 엄청 열심히들 이시더군요. 

차를 가로 막고 차안을 향해 삿대질과 욕설..... 울 딸이 할아버지들은 다 현명하고 착한 줄 알았는데 라며 급 실망을 하더군요.

 

  

 

△ 청도휴게소에서 같이 정차한 어버이연합에 몇사람이 쫓겨다니다 겨우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부산에 다 들어와서 부산역 앞에 아까 전에 그 할아버지들, 어버이 연합 할아버지 들이 하차하는 것을 보았는데 경찰들이 우리 차를 막으며 부산역에 하차를 하라는 거예요.

 그냥도 싫은데 그 할아버지들이 있는 곳에 왜 내리라는 건지 난 좀 무섭더라구요. 울 차 주장이 무척 싸우고 자갈치 시장으로 가겠다고,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이곳에 내리라 하느냐 버텨서 간신히 차를 움직였고 남포역에서 1시간가량 공연시위를 했어요.

 

 

△ 자갈치 시장 옆 남포동 거리에서 열린 문화제

 

희망버스는 부산시내 어디도 맘대로 다닐 수가 없다고 판단, 우리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조선소를 지나 청학동으로 갔어요.

조선소 앞에는 검은 하늘 가로등 아래 검게 무장한 전경들이 끝도 없이 늘어 서있어 잠시 광주항쟁때 거리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요.

마스크와 수건을 많이 준비했지만 이 밤에는 최루액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울 딸 때문에....... 

청학동 거리에 집결하고도 맨 뒷줄에 자리를 잡았어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죠. 딸을 지켜야 되니깐요.

울 딸은 미리 마스크를 2개 겹쳐 쓰고,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손수건을 팔에 묶고 만약의 사태에 어찌해야 되는지 옆에 있는 오빠(경인교대 3년)에게 설명을 들으며 바짝 붙어 서있었어요.

우리들은 이 밤에는 가두행진이 없다는 걸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거든요.

울 딸은 그 특유의 사회성을 발휘하여 나보다도 더 바쁘게 이사람 저사람과 수다를 떨고 아마 옆에 있던 희수오빠는 지금도 귀 속에 매미가 울고 있을 겁니다.

 

 

 

△ 어렵게 도착한 집결지... 청학동 성당 근처에서 열린 문화난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노회원의 도움으로 울딸이 김진숙 아줌마께 써온 편지를 백기완 할아버지께 부탁하고 문화제 공연을 보고 회를 먹고 등불을 날리고 노래를 부르고......

전화로 그녀의 음성을 듣고 잠시 눈물을 흘리고 새벽에 길바닥에 펴 논 쿠션하나 없는 돗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어요. 

 

 

아침에 가까운 사우나에  가서 초스피드 샤워를 하고 충북대 철학과 아저씨가 사주신 맛난 육개장 한 그릇을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간밤의 피로를 풀었어요.

아침9시에 우리들은 청소를 하고 각자 시내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시내버스를 간신히 탔는데 차가 꼼짝을 안하더라구요.

앞에서 전경들이 차를 모두 막았단 소릴 듣고 버스에서 내려 산동네 마을을 돌아 걸어가기로 했어요. 

 

 

 

△ 산동네를 돌아 부산시내 한진중공업 본사로 가는 길, 언덕에서 볼 수 있었던 크레인..

 

 

미리 힘들 거라고 얘길 해 놔서인지 새로운 경험들이 싫지 않은지 주위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애정 어린 칭찬에 고무된 울 딸은 길옆에 늘어선 경찰들에게 생글거리며 상냥하게 인사도 잘하더라구요.  

간만에 등산과 도보로 땀 좀 냈죠. 시내에 들어서니 장관입디다. 영도 대교 위와 아래, 보도 양옆에 한 줄로 늘어서 길게 걷고 있는 희망사람들의 행진이 같이 걸으면서도 가슴 뭉클한 장면 이더라구요.

 '막으면 흩어져서라도 가고야마는 강줄기' 같았어요. 

 시내집회를 마치고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어떻게 하면 그녀를 내려오게 할 수 있을까? 

청춘을 다 바쳐 일 한 직장, 성실하게 평범하게 살고픈 노동자들의 요구가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데 왜 이토록 목숨을 걸어도, 울부짖어도 힘들기만 한지, 그들의 너무나 절절한 그 처절함......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을 던졌어요. 아 푹신한 이 느낌!  베개에 머릴 묻으며 '아!  좋다'  그 순간 동시에 눈물이 왈콱 쏟아졌습니다.

 

아!...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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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7 14:55 2011/11/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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