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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경제학이 죽었다

생각 2025/12/04 14:59

 

 

마르크스경제학이 죽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가 결국 마르크스경제학 교과목 3개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를 전산상으로도 폐강하였다.

 

사실 이전부터도 서울대의 마르크스경제학은 빈사 상태였다. 2008년 김수행 교수의 퇴임 이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정교수가 채용되지 않았고, 강의는 비정규직 시간강사들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그러나 2024년 무렵부터는 시간강사의 강의 개설마저 거부되고, 2025년 강사 채용에서는 모집 분야를 주류경제학(거시, 미시, 계량, 경제사)만으로 한정지으면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사의 위치마저 없애 버렸다. 이에 반대하면서 학생들이 서마학 (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을 만들어 기자회견을 하고, 비공식 강의를 개설하면서 싸워 왔다. 서마학 2차 기자회견 때 (2025.11.27) 까지만 해도 마르크스경제학 과목이 아직 수요조사 항목에 있으니 '충분한 수요'를 보여준다면 다시 열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실제로 24-겨울학기, 25-1학기 수요조사에서 정치경제학입문은 50명 이상의 수요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제학부 측은 그 수요에 완전한 폐강으로 응답했다. 

 

정치경제의 이해, 경제학사가 정말 마르크스경제학을 대체할 수 있는가? 자본론의 초고 제목이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치경제의 이해가 '정치경제학'과 아무 관련 없는 과목임은 자명하다. 마르크스 이전, 애덤 스미스가 정립한 경제학이 정치경제학으로 불리었고, 마르크스경제학은 그를 비판하는 경제학이다. (삼엄한 국가보안법으로 인하여 김수행 교수의 마르크스경제학 입문 강의에 '정치경제학입문' 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말이다) 더 분노할 만한 점은 경제학사를 대체 과목으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실패한 분석, 그리고 실패한 체제. 저들은 마르크스경제학을 찾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경제학'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역사 속으로 묻어버리려 든다. 

 

<혁명의 투혼>이 경제학부 반가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착취와 억압을 끊어낼 수 있는 불꽃으로서의 경제학. 국가의 감시를 피하며 자본론을 돌려 읽고, 마르크스경제학 개설과 교수 임용을 위해 싸우던 대학생들. 마르크스경제학은 그 시대 뜨거웠던 변혁의 열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그 불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입학할 때부터 불꽃은 사그라들어 있었다. 어쩌면 서울대 경제학부와 본부는 독단적 폐강을 감행하면서도 두려울 게 없을 거다.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없으니까... 

 

결국, 서울대 경제학부가 마르크스경제학을 죽였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반체제적 사상'을 끝내 퇴치해 냈다고 자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령은 아직 교내를 떠돌고 있다. 유령이 사라지려고 한다 해도, 너희들이 교육으로 이 착취적 체제를 계속해서 정당화시키려는 한 강령술을 해서라도 끝까지 유령을 불러낼 사람들이 아직 있다. 그러니... 조금 더 무서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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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4 14:59 2025/12/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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