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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봉지보다 쉬는 게 인권에 가깝지 않을까.

 

최근에는 거의 사무실에서만 일하다가 오늘은 아침부터 이곳 저곳을 운전해서 가고, 오후에는 살짝 무리해서 물건까지 옮기고 나니 저녁즈음이 되자 덜컥 감기기운이 몸으로 퍼져가는 것 같았다. 자주 걸리는 목감기는 꼭 몸살까지 동반하고  옵션으로 콧물까지 데리고 오는데 그 초기 증상인 목이 붓는 느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안그래도 아침부터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바쁠때 아프면 고생이 두배일거라는 불안한 마음에 출근하며 전에 먹다 남은 종합감기약을 책상에 꺼내놓고 갔다. 잊어버리지 말고 먹자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저녁이 되어서 결국 그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마지막 일정이 있는 곳으로 갔다. 돈 좀 깨지더라도 집으로 돌아갈때는 택시를 타고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몸상태는 바닥이었다.

 

막상 도착했더니 긴장되었던 몸이 풀리며,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게 푹신한 의자에 누워 점퍼를 벗어 뒤집어 쓰고 옆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든 말든 눈을 붙였다.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눈을 더서 커피를 한잔하기 전에 물한잔을 마셨더니, '어라?' 부어오르던 목이 가라앉았다는게 느껴졌다.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감기 처방의 최고봉은 약이 아니라 쉬는게 제일인 것을. 단 20분 휴식에 병원에 가지 않았고 감기약 하나를 덜 먹었다. 일을 하다 몸이 좋지 않다면 눈치보지 않고 쉬고 아프지 않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몸으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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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와서 약봉지를 보니, 문득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생각났다. 휴식할 권리를 이야기했다고 사람을 두들겨 패고 잡아가고. 이빨이 또 갈린다. 한때 기본소득이나 사회보험 관련 논쟁이 오가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기본소득이나 의료보험 논쟁이 소모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니 힘주어 말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발달된 의약품, 그걸 무상으로 보장하는 의료보험 체계나 사회보장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고 쉴 수 있는 것임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시간을 줄이고 야간노동을 없애는 것을 더 크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유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잊지 말고 계속 사회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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