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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6호> 핵 폐기, 한국만 피해갈 것인가

핵 폐기, 한국만 피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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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끔찍했던 원전사고 일주일 후, 도쿄 시부야에 100여명의 시민들이 원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거리에 나섰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항의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식인들도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4월 19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후쿠시마 내의 초등학교나 유치원 교정의 방사능량을 ‘연간 20시버트’로 상향조정하는 발표를 하였고, 이후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연간 20시버트’는 원자력발전소 노동자가 백혈병 발병 혹은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통상 5년간 100시버트로 제한되어 있던 원자력 발전소 노동자의 피폭양도 250시버트로 상향조정하였다.
 
일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 심각한 ‘인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전세계적 차원의 투쟁도 줄을 잇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반핵 집회 이후 핵 에너지의 이용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5기의 핵발전소는 정해진 수명까지 가동된 이후 2034년엔 최종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스페인도 2014년까지 완전 중단하기로 한 7개의 핵발전소에 대한 가동 허가를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유럽의 최대 핵발전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77%의 국민이 핵발전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역시 2022년까지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독일 전역의 20개 도시에서는 16만 명 이상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독일은 내년을 시작으로 총 17기의 핵발전소 중단에 들어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핵발전 비중을 25%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후쿠시마 사고 후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1년 동안 보류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투표 결과, 이탈리아 국민의 94%가 핵발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공식 추산, 결국 핵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지난 20년 동안 유럽연합(EU)에서는 177개에서 143개로 핵발전소가 34개 줄었다.
 
그러나 국내로 돌아와 보자. 3월 18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국의 원전 정책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작년 말 기준으로 총 21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014년까지 5기, 2017년 까지 2기, 2021년까지 2기, 2030년까지 8~1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발전소 본부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1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폴란드 원전 수주를 놓고 한국전력을 비롯한 한국 컨소시엄이 수주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정부는 지난해 3월 폴란드와 핵에너지 협력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핵문제에 있어서 경제성, 안전성, 효율성 같은 미사여구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2050년까지 세계의 에너지 수요 중 80%는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은 그냥 ‘악’이다. ‘악’을 ‘좋은악’과 ‘나쁜악’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소위 ‘필요악’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필요없다’는 것을 전세계 민중들이 자신의 힘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핵은 반대하지만, 핵발전소는 필요하다’는 말은 일고의 가치 없다.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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