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1호>새로운 노동자계급정치, 현장 노동자가 나서자

정치에 대한 혐오
총선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새누리당이 되면 ‘최악’이니까 ‘무조건 투표해야 한다’는 쪽과 누가되던 달라질 게 없기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쪽.
야권연대 필승론에 대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로 끝을 맺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에 대한 평가는 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총선 전부터 사회주의 지향의 강령도 포기하고 부르주아 정치세력들과 손을 맞잡는 의회주의의 본질을 너무나 과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선 과정에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울산, 창원 등에서의 통합진보당의 패배는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치를
이제 노동자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또 다른 노동자당을 만들어도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것은 결코 노동자에게 이로운 일이 아니다. 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자본가들에게는 위임의 정치, 대리의 정치가 자본주의를 유지시키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연대의 본질과 진보정당운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들은 목적의식적으로 노동자 정치 문제를 현장의 문제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계급 정치를 올곧게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위임하지 말고 직접 나서자
통합진보당의 출현으로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계급정치를 공론화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아니라면, 야권연대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현장 노동자들이 정치에 대해 무기력하게 느끼고, 외면하는 게 커지는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통합진보당, 야권연대가 아닌 제대로 된 노동자계급정치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즉, 계급정체성이 분명한 노동자계급정당, 대안사회를 분명히 밝히는 사회주의 정당, 노동자민중과 굳건하게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한 실제적인 실천에 돌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정치를 만신창이로 만든 지난 13년간의 진보정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필요하다. 노동해방을 지향한다면 지향을 실현할 대안사회의 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노동자민중투쟁과 굳건히 결합하는 투쟁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도 당면한 투쟁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진보정당운동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또다시 대리주의에 갇혀 상층에 갇힌 정치토론이나 협상으로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당 건설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진노동자들 사이에서부터 시작하자.
노동자 정치가 변질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에게 올 수밖에 없다. 노동자 정치가 바로서지 못하면서, 이미 지난 몇 년간 후퇴하고 패배하는 투쟁만 해오지 않았던가.

엄정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