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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5호> 해고회피노력? 결국은 해고정당화

해고회피노력? 결국은 해고정당화

 

 

노동부,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1일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5월부터 무급휴직자에게 6개월간 최대 120만원(1일 최대 4만원)을 지급한다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업의 경영사정이 악화됐을 시 정리해고 대신 무급휴직과 같은 고용유지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고용관계를 유지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고량 50% 이상 증가 ▲생산량 또는 매출액 30%이상 감소 ▲생산량 또는 매출액 20% 이상 감소 등, 무급휴직자 개별지원을 위한 조건을 엄격히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기업이 일련의 해고회피 노력 없이 자행하고 있는 정리해고 관행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일정하게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리해고 규제해도,
해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정리해고를 결코 막아내지 못한다.
이번 개정 고용보험법에 따른 고용유지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 역시, 현행법에서는 해고회피노력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업무 재조정, 무급휴직 등 관련 법안이 인정한 해고회피 노력만 수반한다면, 언제라도 손쉽게 정리해고를 자행할 수 있는 살상무기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셈이다.
더구나, 희망퇴직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 해고 등 그동안 ‘해고회피노력’이라는 명분으로 활용됐던 자본의 고통전가 수단들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희망퇴직(또는 명예퇴직)이나 위탁, 파견, 용역, 도급 등의 계약해지를 통한 인위적인 고용감축은 사실상 정리해고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사전 수순이다. 따라서, 이를 해고회피노력의 범주에서 용인하고 있는 현행법은 희망퇴직,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포함한 자본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부추키는 반노동적 규정일 따름이다.

 

 

정리해고 철폐만이 유일한 해답
 

지금까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나 ‘해고회피노력’ 등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들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에 철저히 입각한 채 진행되어왔다. 개별자본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고, 귀책사유가 전혀 없는 노동자들에게 모든 부담을 온전히 떠넘기는 것이 법 체제를 통해 자유롭고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었다.
결국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더라도, 기업의 정리해고 자체를 막을 길은 없다. 콜트-콜텍처럼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자행하기도 하고, 쌍용차처럼 불법적 기술유출과 회계조작의 모든 책임을 은폐하고 전가하기 위해서 정리해고를 저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하는 모든 이의 삶이 무엇보다도 존중되어야만 한다. 정리해고 요건강화가 아닌 ‘정리해고제 철폐’만이, 나아가 모든 생산수단의 사회화, 노동자의 직접통제만이 진정한 대안일 수 있다.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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