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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7호> 노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 기아차지부 11년 임금 잠정합의안 부결의 의미

노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 기아차지부 11년 임금 잠정합의안 부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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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쟁의로 나온 잠정합의안!

 
기아차지부가 올해 임금교섭을 휴가 전에 타결하기 위해 집중교섭을 하겠다고 하더니 상견례를 시작한지 15일 만인 7월 22일 무쟁의로 노사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었다.
 
기아차 잠정합의안의 주요내용은 정규직의 경우 기본급 90,0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약 37,000원 제외하면 요구안 150,611원에서 약 53,000원으로 약 5.2% 인상), 경영성과급 300%+400만원, 격려금 300만원, 무쟁의 타결 주식 80주, 라인수당 인상, 보전/유해수당 신설, 생산/기술직 숙련승진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의 경우는 08년 현대차지부가 수용하면서 집행부 총사퇴의 빌미가 되었던 개악된 합의안을 그대로 가져왔고 2012년 상반기 전공장 10일간 시범운영만 추가되었다.
 
사내하청의 경우 기본급 90,000원 인상, 생계비부족분 300%+490만원, 라인수당 신설(통상수당), 직급제 수당 신설(통상수당), 학자금 관련 장학기금 조성 등이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기다렸다는 듯한 언론의 보도

 
잠정합의안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은 연일 사측의 사상 최대 규모의 파격적인 임금인상안 제시로 기아차 노사관계가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의 성숙한 노사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언론과 자본의 단체인 경총은 기아차 노동조합이 습관처럼 되풀이해오던 쟁의행위로 회사와 대립하지 않고 실질적인 협상에만 집중함으로써 동반자로서의 노사 신뢰를 증진시키고, 무분규에 따른 보상으로 무상주 80주도 얻을 수 있었다며 휴가 전 협상 타결은 2004년 이후 7년만이라며 가결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현대차지부가 타임오프제 진통으로 휴가전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기아차지부는 노사상생과 실리의 길을 선택하였다며 연일 호평과 찬사를 보냈다.
 

결과는 부결이다

 
그러나 7월 27일 조합원총회 결과는 보기 좋게 사측과 여론의 기대를 뭉개버렸다. 노사 모두 역대 최대 성과를 잠정합의안으로 제시하였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은 52.8% 반대로 부결을 선택했다. 95.4%의 투표율 속에 찬성 46.8%, 반대 52.8%가 조합원의 선택이었다. 특히 소하리공장의 경우 잠정합의안 찬성률 33.3%로 2/3가 반대를 선택하였고, 화성공장도 찬성률이 41.8%에 불과했다.
 

부결의 이유는?

 
역대 최고의 잠정합의안이라고 노사가 주장하고 언론이 파격적인 제시라고 하던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이 인정하지 않고 부결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의 분석은 크게 3가지인데, 9월 임원선거를 앞두고 현장조직의 선명성경쟁으로 부결운동을 전개한 것과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현대차지부보다 기아차지부가 먼저 끝내면서 현대차와의 차별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심야노동에 지친 조합원의 기대치에 미흡한 주간연속2교대제가 부결의 주된 원인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언론과 사측의 분석이 크게 틀리지는 않다. 현장 제조직의 부결운동도 영향을 끼쳤고 현대차지부보다 일찍 끝내면서 차별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크게 현장 조합원들을 자극한 것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너무 급하게 잠정합의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결과물은 시기와 과정에 상관없이 똑같을지 몰라도 현장 조합원의 입장에선 형식적으로 임투 출정식을 겨우 1시간 동안 진행하더니 과정도 없이 투쟁도 없이 조합원들을 배제한 채 집행부만의 일방교섭으로 끝내버렸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과 불신이 모아진 것이다. 즉, 임금투쟁에 대한 과정에서 조합원과의 교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차지부와 투쟁일정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투쟁이나 공동보조를 통해서 투쟁전술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음에도 사측의 분리공작에 의해 기아차지부가 먼저 마무리하면서 현대차와의 차별이 발생할 것이라는 현장 조합원의 정서가 존재했다.
 
조합원의 열망인 주간연속2교대제의 경우 8+9를 작년에 일방 수용한데 이어 올해 역시 개악된 현대차지부의 08년 합의안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노사공동위원회가 공수(M/H)산정기준, 적정인원 산정기준 등을 협의하는 구조를 인정하게 되었다. UPH(시간당 생산량) 조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여유인원에 따른 전환배치 등의 여지만 남기면서 조립공장 조합원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특근을 제외한 상황에서 연간 124만대 생산능력 및 생산량 유지가 전제조건이라면 임금하락 및 노동조건 저하가 빤한 상황에서 과연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실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05년에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노사합의 된 이후에도 사측의 요구사항인 혼류/병행생산, UPH UP, 전환배치 등이 전 공장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반응은 “이건 다 주고 하자는 이야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소하리공장과 화성공장의 총회결과는 주간연속2교대제안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로 볼 수밖에 없다.
 
소하리공장의 2/3 반대의 의미는 잠정합의안(특히 임투과정,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심판이자, 그간 노사관계 및 소하리공장 전망에 대한 노동조합 및 대의원, 활동가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 조합원 총회나 임원선거시 사측이 움직이는 표가 30%라고 봤을 때, 회사표를 제외하고 소하리공장 전 조합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2년간의 집행에서 기아차지부와 소하지회가 소하리공장의 전망을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이자, 사측의 전환배치, UPH UP, 혼류생산 등 일방적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투쟁하지 못한 노동조합 및 대의원, 활동가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조합원의 심판의 의미를 기억하라!

 
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일방적으로 사측에 의해 현장이 유린되고 노동조합과 대의원들의 투쟁이 사라져 가면서 사측의 현장통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작년 타임오프제를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하면서 힘의 역학관계가 노동조합에서 자본으로 넘어가면서 일상적 구조조정이 현장을 옥죄어 오고 있다. 무상주에 맛을 들인 조합원들이 2년 연속 무쟁의를 선택할 것이라는 김성락 집행부의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어느 순간 조합원수첩이 사원수첩으로 바뀌고, 노동조합이 투쟁 대신 노사협조주의를 선택하면서 현장 조합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었다. 무쟁의의 조건인 무상주 80주에 대한 유혹마저도 접게 되었다.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의 숨겨진 의미는 노사협조주의에 대한 조합원들의 강력한 저항이자, 김성락 집행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조합원의 냉혹한 심판이다.
 

“ 노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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