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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노동자정당 건설

반드시 큰 나무로 자라야한다.

묘목에서 뽑히지 말고....깊고 튼튼한 뿌리를 내려야한다.

 

 

대안은 제대로 된 노동자정당 건설이다

[기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새로운 노동자정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석진(울산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 2008년02월18일 18시43분

      민주노동당에서 더 이상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

2004년 총선에서의 첫 원내진출 이후 민주노동당은 그러나 2007년 대선참패까지 정치적으로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대선참패 이후 무엇보다 얼마나 계급적 입장을 선명하게 내걸었는지, 대중의 정치적 각성과 지배계급의 반동성을 얼마나 폭로했는지 등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몰락은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정면 부정하는 수많은 사건들이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파와 평등파라는 양대 정파는 지난 4년간의 민주노동당 몰락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일체 하지 않은 채, 자기들만의 권력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냉혹한 심판을 받은 2007년 대선의 참담한 결과에도 반성할 줄 모르는 민주노동당에서 더 이상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참혹하게 패배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2007년 대선 전야의 객관적인 조건은 민주노동당에게는 오히려 유리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노동자, 민중의 삶의 파탄을 심화시키고 있는 정세였고, 민생파탄의 책임 때문에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이 몰락하고 있었다. 따라서 민생파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자본주의 때문이며, 민생파탄의 책임이 신자유주의 자본가 정치세력에게 있음을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한국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하는 대안세력으로 우뚝 섰다면,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성장제일주의, 시장제일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대중들을 규합해 약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반대로 스스로를 열우당 2중대 노선에 가둔 채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민생파탄 주범인 열린우리당과 함께 동반몰락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계급을 배신해왔다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몰락과정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이었다. 2007년 대선결과는 3.0%라는 낮은 득표율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2002년 대선 때보다도 25만여 표나 줄어든 득표수였다. 이러한 득표수의 감소는 민주노동당의 핵심지지층이 이탈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노동자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계급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지난 시기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된 노동자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2005년 현대차 불파투쟁 방기, 2006년 노사관계로드맵 합의, 2007년 권영길 대선후보의 친기업당 발언, 그리고 한국노총 사과사태 등 노동자계급을 배신하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 130여개 사내 하청업체의 9000여명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요구를 걸고 싸웠던 2005년 현대차 불파투쟁은, 비정규직 양산의 대표적인 수법인 위장도급의 문제와 근절을 사회적으로 호소하는 투쟁이자, 무엇보다 전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소중한 투쟁이었다. 그리고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판정했고,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유리한 조건도 있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가 연대투쟁을 방기했고, 무엇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정규직 노조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이 투쟁을 방기하는 비겁한 행태를 보였다. 결국 이는 곧바로 2005년 10월 26일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 출신 민주노동당 후보가 패배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에게 심판받았다. 이때 한나라당 쪽 플랜카드가 참담하게도 “비정규직 양산하는 민주노동당 심판하자”였다.

다음으로 2006년 12월 8일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로드맵에 대한 열우당의 수정 제안에 합의했던 사건이 있었다. 원안은 물론이거니와 수정 제안 역시 반노동자적 성격이 분명함에도 이에 대해 반대 표결조차 하지 않고 합의해준 것은 사실상 노동자에 대한 배신행위였다. 이후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가 2007년 1차 중앙위원회에 안건으로 제안되었으나, 중앙위원들의 압도적인 거부로 부결되었다.

이어서 2007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는 대선후보로 당선되자마자 현충원을 방문하며 우경화한 행보를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방문해 민주노동당은 반기업당이 아니라며 “민주노동당과 중소기업이 동지적 관계를 가지기를 원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중소기업 사장들과 동지이면 열악한 노동환경, 이주노동자 착취의 온상인 중소영세기업 현장의 노동자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겠다는 것인가? 노동자 정당의 대선 후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힘든 망언이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연이은 배신행위의 절정은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한국노총 사과 사태였다. 대선 정책연대 대상에 끼고 싶으면 자신들에게 했던 반노동자 집단이라는 비판을 사과하라는 한국노총의 협박에 민주노동당이 굴복했던 사건이었다. 표를 구걸하기 위해 운동의 원칙조차 팔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당이라고 더 이상 부를 수 없을 만큼 자기정체성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노동자 배신행위들을 자행해왔고, 이러한 잘못된 실천들이 누적된 결과 결국 2007년 대선에서 계급투표에 실패하고 말았다.

사실이 이러한데 자주파는 어려울 때일수록 단결하자고만 외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자본가 정권의 탄압을 받아 대선에서 패배했다면 당연히 단결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노동자 배신행위 때문에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심판을 받은 것인데, 무조건적으로 단결하자는 것은 그러한 노동자 민중의 심판을 외면하는 것이요, 더 나아가 노동자 배신행위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에 불과함을 깨달아야 한다.

자주파는 자기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2004년 이후 당권을 장악한 자주파는 민족노선을 계급노선의 우위에 두는 자신들의 시대착오적인 민족민주 기조를 당에 강요해 정작 시급한 당면과제인 비정규직 철폐, 빈곤 문제의 해결에 소홀해왔다. 또한 자주파 지도부들의 북핵 자위권 발언이나 용산지구당 사태 등은 진보정당으로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주파가 대선참패에도 불구하고 진정어린 자기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어린 자기반성이라는 것은 대선참패를 야기한 자신들의 잘못된 기조와 노선을 반성한다는 것일 테다. 그러나 자주파는 노선 반성은커녕 대선에 참패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지난 2월 3일 당대회에서 참패라고 표현된 대선평가안의 자구를 “실망스러운 결과”로 수정해버린 것이다.

신당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자신들을 혁신세력으로 포장하고 있는 신당파는 마치 자신들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몰락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양 말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주파의 함께 민주노동당 몰락에 기여한 핵심 축이다. 신당파는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개량주의적 한계의 극복과 계급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들을 자주파와 함께 줄기차게 반대해왔다. 2005년 울산북구 재선거 패배, 2006년 로드맵 야합 등의 중요한 고비마다 당의 반자본주의 성격과 계급성 강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신당파는 이러한 시도에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일심회 사건, 북한 핵실험 사건이 터지자 이를 반북적으로 쟁점화시키면서 당권을 되찾기 위해 자주파에 대한 정치공세를 펼치는데 열중했다. 이러한 신당파의 행태는 대선참패 직후에는 아예 대선참패의 원인이 종북주의라고 왜곡시키면서 제대로 된 대선평가 논의조차 가로막고, 분당을 위한 명분쌓기용 종파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신당파 역시 자주파와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이 왜 정치적 몰락을 하게 됐는지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주파만 청산하면 무언가 될 것처럼 선동한다. 특히나 이들이 추진하는 신당의 상을 보면 민주노동당보다도 더 우경화한 당을 획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당’, ‘운동권정당’ 혁신을 운운하며 노동자 중심성, 투쟁하는 운동정당으로서의 성격이 탈각된 개량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탈당과 함께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실천해나갈 제대로 된 노동자 중심의 정당 건설에 나서자!

민주노동당은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열망을 안고서 창당됐고, 성장해왔다. 2004년에 첫 원내진출에 성공했을 때, 노동자들에게도 드디어 자신들을 진정으로 대변해주고 싸워줄 국회의원이 생겼다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모습은 참담했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배신행위들이 반복될수록 민주노동당에 걸었던 기대와 희망을 점차 접어야 했다. 그래도 어떻게 만든 당인가라며 민주노동당이 혁신될 수 있다는 희망만은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선참패 이후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참담한 모습들은 이제는 이러한 희망을 완전히 접어야 함을 확인시켜주었다. 민주노동당을 이루고 있던 핵심세력들은 왜 대선에 참패했는지에 대한 진정어린 성찰과 반성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자기들만의 권력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싸움에는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고민도, 현장 노동자와 평당원들에 대한 책임도 없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 결국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노동자 정당의 건설이다.

그리고 새로이 건설될 노동자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추구했으나 결국은 스스로 잃어버린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모순 심화의 정세에 개량주의의 한계에 갇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민주노동당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명백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강령을 한번 보자.

“민주노동당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과 해방의 새 세상으로 전진해나갈 것이다” , “민주노동당은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인류의 오랜 지혜와 다양한 진보적 사회운동의 성과를 수용함으로써, 인류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공동체를 구현할 것이다.”

자주파와 신당파가 묵살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나간다”는 민주노동당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자.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제대로 실천할 노동자 중심의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자. 노동자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원흉인 자본주의와 타협하지 않고 투쟁하여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사회주의 가치만이 노동자정치세력화 열망을 온전히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의를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전국의 노동자 평당원 동지들! 이제는 민주노동당으로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에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실천해나갈 제대로 된 노동자중심의 정당 건설이 우리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 길에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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