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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상속

나는 오늘 여정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정남은 경북대학교 학생회장이었다.

당시 서른 한 살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다.

그는 낮에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오후에 서대문구치소로 돌아왔다.

인민혁명당을 재건했다는 이유로....

 

그는 옆방의 동지에게 말했다.

 

"오늘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일 재심청구를 하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암 물론이지."

 

그러나 다음날 아침 7시에 문이 철커덕 열리고 간수들은 여정남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옆방의 동지는 다른 간수에게 물었다.

 

"여정남이 어디로 데려 가는거요."

 

"오늘 사형 집행을 한다고 합니다."

 

 

 

끌려가면서 여정남은 큰소리로 외쳤다.

 

 

" 조국 통일 만세------! "

 

 

" 조국 통일 만세------! "

 

 

" 조국 통일 만세-------! "

 

 

" 조국 통일 만세-------! "

 

 

" 조국 통일 만세-------! "

 

 

" 조국 통일 만세-------! "

 

 

" 조국 통일 만세-------! "

 

 

그는 죽는 순간까지 이 말을 외쳤다.

 

 

그날 아침 인혁당 재건 사건의 사형수 8명은 차례 차례 모두 처형되었다.

 

그날 아침.

 

그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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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날 아버지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여정남의 외침을 나에게 대신하여 기억하라고 하신다.

 

사형이 집행된 1975년 4월 9일 아버지는 서대문구치소에 계셨었다.

 

돌아가실 아버지의 목메인 모습을 보니 이 이야기는 진실인것 같다.

 

기억을 상속받아야 하는 나는 몹씨 힘이든다.

 

기억이란 총체적인 것이기에 그분의 아픔과 열망까지 기억되는 것이어서 그렇다.

 

내가 기억해야 할 사건만 해도 너무 아프고 힘드는데.

 

 

 

나의 아버지는 1974년 통혁당재건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으셨었다.

 

내 기억으로는 덕수궁 뒤에 오래된 석조건물 어떤 법정에서 판사가 나무망치로 치면서 사형을 말하고... 

 

나는 햇빛에 나와 벽에 기대서서 많이 흐느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벌써 30여년이  넘었지만 기대어 선 돌벽이 햇빛을 받아 따뜻했던 기억도  ...

 

'어떻게 인간들이 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린 나이의 나는 억울했던 마음으로 몸무림치며 국가권력을 의심하며 증오한 기억이 생생하다.

 

여고를 졸업하고 여대에 들어가서도 날마다 서대문구치소 옆을 지나 학교에 가야 했다.

 

아버지가 계시는 서대문구치소에 사형 집행장이 있었고 그 곳에서만 사형집행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8년동안 사형이 집행 되지 않았다. 

 

재심청구기간 중에는 정치범의 경우 사형을 집행하지 못한다.

 

이것은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불문법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정남은 나의 아버지에게 재심청구서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버지는 직접 재심청구서를 혼자서 그 안에서 8년동안이나 계속 썼다.

 

사형선고를 내린 다음날 사형을 집행한 것은 재심청구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그날 아침 사형이 집행되리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여정남의 아픔'과 '삶에 대한 열망'까지도 기억하려고 한다.

 

그분의 외침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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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는 폐지 되는 것이 옳다.

 

적어도 반대되는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사형제도는 옳지 않다.

 

인간이라면 사상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내용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보안법도 위헌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폐지 되는 것이 옳다.

 

사람의 생명은 한번 가면 영영 돌아오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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