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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0
    바랭이
    하얀저고리

바랭이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어서 농부들의 일손은 바쁘다.

 

결실을 맺는 시기이니까 식물들을 지금 잘 돌보아야 한다. .

나도 꼬투리를 튼실하게 맺도록 콩과 팥의 순지르기를 하고 물을 주고 풀을 뽑는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풀을 뽑다가 싱그러운 허브향을 맡았다.

그것이 바랭이의 향기였으니 놀랄 수 밖에...

그동안 사람들이 김맨다고 하던 것이 이 바랭이를 캐는 것이었다.

나도 그저 잡초라고만 생각했었지.

오늘 길게 나온 바랭이 이삭을 보고 어릴 때 우산을 만들던 기억도 나는데....

바랭이도 허브였던가?

허브는 고상한 식물만 허브가 아닌가 보다.

여태까지 잡초로만 생각했던 풀에서도 허브향이 뿜어지고 있었단건가?

향기에 취해서 후딱 열이랑을 모두 매고 바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으니...

아직도 바람에 실려 바랭이 향이 불어 오는데...

아! ~   혹시 내가 잘못 맡은 것은 아닐까?

집에 와서 도감을 찾아보고 어디를 뒤져도 바랭이가 허브향을 뿜어낸다는 내용은 없다.

분명히 나는 싱그러운 허브향을 느꼈었는데... 

오늘부터 나는 바랭이를 나만의 허브식물로 등재한다.

 

평소에는 알지 못하던 어떤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때가 있다.

처음과 전혀 다른 진실을 깨닫게 될 때도 있다.

나의 선입견과 편견,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런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했던 생각들이 오류가 있었을 것임을 의심한다.

남들이 나에게 주입한 것을 생각없이 수용했던 흑백논리와 도덕관념들에 대해서도...,

경직된 내 안의 보수성과 배타성에 대해서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 하는 사람, 사람을 평가하는 첫인상....등등등

그동안 편리하게만 사용해왔던 그러한 기준들과 잣대가 잘못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바랭이를 통해서 깨달음이....

밉기만 하고 귀찮기만 하고 싫기만 했던 잡초 바랭이에게서도 

더없이 아름다운 향기와 고유한 존재 이유가 있었듯이.

 

어쩌면 무심코 지나쳐버린 시간들 속에 내가 알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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