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서론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은 인류 역사 자체와 떨어뜨려 놓고 볼 수 없다. 그것은 생명 일반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의 가장 발전된 형태이다.
약 30억년 전에 발생한 유기체적 생명이 우리가 아는 지구를 구성하는 대기권과 수권, 그리고 지각의 표층을 형성하는데 거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예컨대, 대기 중 산소는 식물의 생명 활동의 결과물이다. 다양한 형태의 석회석은, 그것이 땅 위에 거대한 퇴적물로 있든, 아니면 바다 속의 산호초와 산호섬의 형태로 있던 간에, 작은 해양동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흙은 우리 행성의 표면 위에서, 대기권과 암석권 사이의 경계 위에서의 모든 생명체들의 결합된 활동과 자연적 과정들의 산물이다. 땅과 바다 간의 상호작용도 이와 같다. 소비에트 과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 학술위원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땅과 바다간의 물질교환은 두개의 주된 물리-지리적 과정들에 의해 추동된다. 수권 내로 진입하는 대부분의 화학 원소들은 지리권에서부터 강을 타고 들어오며, 대부분의 물질은 수용액 물질들의 복잡한 침전과정을 통해 수권에서 지리권으로 돌아온다. 강을 타고 용액의 형태로 운반되는 물질들의 구성과 성질은 여러 생명현상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화학 원소들을 바다에서 고체 화합물 형태로 침전시키는 화학 공정에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1
바닷물은 실제로는 약한 염분 용액이고, 포화점에서 매우 멀며, 그로 인해 고체들의 침전은 생화학적으로만, 즉, 살아있는 유기체의 생명 활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수억년에 걸쳐 진화한 생명체들의 다양성과, 상이한, 때로는 극한의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그들의 능력은 놀랍다. 우리는 산 꼭대기에서, 영원한 추위의 조건 속에서, 기압이 해수면의 1/5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또 간헐온천의 끓는 것에 가까운 뜨거운 물 안에서, 춥고 습한 지하동굴의 영원한 어둠 속에서, 그리고 해구 안의 엄청난 압력의 조건 아래서도 생명을 발견한다.
동시에, 각 동물 개체나 식물 종들은 환경의 자원을 이용하고, 그에 대한 규정되고 불변적인, 자신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미리 결정된 방식으로 자신의 환경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의 환경적 조건 아래서만 생존할 수 있다. 지난한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식물과 동물 종이 등장했을 때에야 비로소 주위 환경과의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탄생하기 한참 전이었다. 이후,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 자기 자신은 생물학적으로는 거의 변화하지 않으면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자신과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의 형태와 양식을 변화시켜 나갔다.
한 때 이 상호작용은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와 광활하고 불가해적인 자연세계 간의 상호작용이었다. 자연과 그 자원은 무궁무진하였으며, 우리 행성의 작은 인구의 요구에 비해 무한하다시피 하였다. 인간에게 들이닥친 자연의 힘은 그의 미약한 능력에 비해 실로 무한해보였다. 원래, 극복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자연환경의 어려움은 그의 활동에 매우 작은 자유만을 허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처음에는 천천히, 이후에는 점점 더 빨리—상황은 바뀌기 시작하였다.
지능의 발전을 촉진시킨 꾸준한 노동과, 한명의 미약한 힘을 집단의 거대한 힘으로 결합시키는 절묘한 능력은 인간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자연으로부터 지켜내고 나중엔 그에 맞서 싸우는데 있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하였다.
인간과 자연 간의 상호작용은 인간들이 자기 자신을 자연 환경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는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형태의 사회조직을 통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 행성의 구조와 다른 여러 성질에 의해 결정되는 자연적 과정들과 요인들, 그리고 사회의 구조와 성격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적 과정들과 요인들은 밀접하게 연관지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일컫는 것은 실은 우주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부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용적 의미에서는,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는 그의 서식지 내에서 형성된다.
수백만년 동안, 사람의 공동체들은 상당히 좁은 지역 안에서 살았다. 수천년 전에야 부족들은 비로소 서로 간의 소통을 발전시키고, 물건을 교환하고, 먼 곳으로의 군사 작전—비록 당시에는 한 대륙에 국한되었을지라도—을 개시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행성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그 대양과 대륙과 그 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대략적으로 올바른 인식은 300년 혹은 400년 전에야 비로소 생겨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표면은 고립되거나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 활동의 점들이 흩뿌려져 있는 광활한 영역이었다. 그러한 공동체들—실로, 문명 전체—의 고립되고 사실상 자족적인 존속과 발전은 19세기에 접어들며 종말을 고하였다. 식민지 정복의 시대가 도래하자, 세계 경제와 광범한 국제관계가 형성되어가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사람들의 이동과 상품들의 운송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제적 교류는 대부분의 나라들의 경제에 엄청난 큰 영향을 끼쳐 극소수의, 가장 큰 나라들만이 자신들의 국경 안에 갇힌 채로 현 수준에서 경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 교류는 경제, 정치, 과학, 문화의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다. 세계는, 실로 점점 더 통합되어 나가고 있으며, 우리 시대에 인간이 우주로 진출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불과 20년 전, 지구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로 우주 시대가 열렸다. 그 후, 자동 우주 탐사선은 달의 표면에 대한 정보와 토양 샘플을 가져왔고, 화성과 금성에 도달하였으며, 우주 공간에 대한 단일 데이터를 수억 마일에 걸쳐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접 우주와 달에서 어떻게 살고 일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행성간 여행이 가능해지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비록 매우 간접적인 정보를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10²²km 내외 우주의 구조에 대한 상당히 명확한 상을 가지게 되었다.
지구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증대하고 있으며, 2000년대엔 60억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연 재원의 활용도 증대할 것이다.
자원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이 세상에 한정된 수량밖에 없는 비재생 자원(광물); 그리고 지구의 자연적 과정으로부터 나오며 연간 증가량과 (인간의 소비를 포함하는) 연간 소비량이 균형을 이루는 재생 자원(강의 담수, 대기 중의 산소, 숲과 바이오매스).
“천연자원”이라는 표현은 순전히 과학적 또는 기술적 의미만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한 때 자연 환경의 많은 요소들은 인간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우라늄은 라듐 채굴의 부산물 정도로만 취급되었다. 오늘날엔 거의 모든 자원들이—비재생자원과 재생자원 모두—국가 경제에 쓰이고 있으며, 그것들의 활용은 특히 지난 20-30년 사이 더욱 심화되었다. 오늘날 비재생자원 중 고갈된 부분은 지구상에 있는 알려진 총자원에 비해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생 자원도 점점 더 큰 규모로 인간의 경제 활동에 끌어들여지고 있다. 많은 나라들에서는 흙과 숲, 수력과 담수의 전부가 사용되고 있다.
이제 환경이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며 반대로 사회가 자연에 대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원시인들은 매우 좁은 범위의 자연적 조건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었으나, 오늘날 지구의 표면과 바다, 심지어는 인근 우주까지 인간이 살고 일할 수 없는 곳은 거의 없다. 다양한 형태의 인간 활동은 점점 더 환경적 조건과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의 선박은 그 어떤 바람이나 폭풍우 속에서도 대양을 횡단할 수 있다. 항공 운송도 사실상 모든 기상 조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가스와 오일, 전력의 장거리 운송은 이전과 같이 에너지원 옆에 산업을 건설할 필요성을 제거하였다.
건설업은 지난 40-50년간 계절적인 성격을 잃었다. 이 외에도 우리는 환경적 조건에 대한 우리의 자립성에 대해 더 많은 예시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환경적 요인과 조건이 우리의 활동에 대해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우리의 활동이 환경에 대해 더 자립화될수록,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환경의 성질과 조건을 더 잘 타산하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자연 환경의 보다 더 많은 측면들을 고려하는 것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거리 라디오 전파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이온권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잠수함 운항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심해의 구조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는 이전에는 소수의 과학자들에게만 일반적 관심의 대상이었던 자연 환경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인구의 증가와 생산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은 환경에 대해 점점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환경의 이러한 변화는, 다른 유기체 무리들의 생명활동의 결과로 인한 변화와 마찬가지로, 환경의 구조와 에너지 균형, 구성,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물질의 순환운동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동식물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은 점진적인 생물학적 진화를 산생시키지만, 인간 활동의 자연에 대한 영향은 전반적으로도, 그리고 인당으로 계산하여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대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인간이 환경과의 모든 형태의 상호작용을 바꾸고 개변시켜나가기에, 즉, 학술위원 베르나드스키의 말을 빌리자면, “생명의 기술” 자체를 바꾸기에 점점 더 증대된다.
이 모든 형태의 상호작용은 서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광물을 채굴하거나, 연료를 연소하거나, 마른 땅 위의 작물에 물을 줄 때, 우리는 특정 물질을 자연 환경으로부터 추출해낸다. 공업 및 농업 폐기물, 그리고 다른 부산물을 대기권과 수권에 방출할 때 우리는 새로운 요소들을 환경에 들여놓는다. 습지대를 개선하거나 가정과 산업에 필요한 수도물을 공급함으로써 우리는 수분 순환의 일부 요소를 변화시킨다: 바다로 유출되는 하천 유량이 감소하고 대륙에서부터의 증발 강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지표면 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지구-대기 시스템의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준다. 지표면의 알비도 (반사력)의 변화는 이러한 균형이 영향을 받는 방식 중 하나이다.
우리 행성의 에너지 균형은 대기권의 투명성과 인간의 생산활동의 결과로 인한 대기권에로의 열기 방출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행성에서 일어나는 원소의 운동과정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농업용지의 개간, 도시, 도로, 저수지 등을 건설을 위한 평야의 개간, 벌목 등 지표면 구조의 변화는 전체 육지의 약 20%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배양된" 표면은 그렇게 "거친" 표면이 아닌 "매끄러운" 표면이 되었고, 증발 면적이 증가하여 대기 하층의 공기 난류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균형에 변화를 일으켰다.
거대한 열기 제조기와 같은 대도시들은 상공의 대류 운동을 촉진시켜 대기 강수량을 증가시킨다.
관개 및 산업용으로 강에서 끌어오는 물의 양은 전 세계 유출수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많은 지역─미국의 많은 지역, 서유럽의 거의 전체, 그리고 소련의 유럽 남부 지역에서는 100%를 넘는다; 즉, 전체 유출수가 산업체, 수도관, 하수도와 관개 시스템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지구의 지각에서 추출된 암석의 총량은 지구 전체의 질량에 비해 극미하지만, 일부 물질의 경우에는 추출된 양이 전체 매장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우리 행성에서의 그 물질의 자연적 순환을 크게 변화시켰다.
대기권과 수권으로 배출되는 산업폐기물 및 다른 종류의 폐기물들은 이전에는 자연적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합성물과 같은 물질을 포함한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에서 방출되는 무선 주파수 범위의 방사선은 수백 배 증가했다. 우주 어딘가에 우리가 지구에서 하는 것과 같이 이 전자기 스펙트럼 범위의 천체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등록하고 측정할 수 있는 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그 강도의 변화를 기록했을 수도 있다.
에너지 균형의 변화에 대한 단서는 인간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획득하거나 전환시키는 에너지의 양에 의해 주어진다. 약 100명 규모의 원시 부족 공동체는 작업 과정에서 수 kW 정도로 환산될 수 있는 수준의 동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형태─발전소, 상이한 메커니즘─로 10⁹kW에 달하는 동력을 다룰 수 있다.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10²³kW)나 지구의 운동과 회전의 에너지에 비하면 10⁹kW는 실로 극미한 양이다. 그럼에도, 이는 지표면과 대기권, 대양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의 에너지와 비슷하다. 기후와 날씨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이러한 과정들은 태양을 마주보는 지구의 부분에 떨어지는 태양 에너지의 흐름에 의해 촉발된다. 이 흐름의 힘은 10¹³kW 정도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은 이 수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우리가 자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는,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 능력은 훨씬 더 크다.
중요한 점은 자연 환경은 안정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권과 대양에서 벌어지는 계속적인 자연적 과정—대기와 물, 수분의 운동과 다른 여러 현상—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자연적 과정의 상호연관과 산발적인 불안정성은 환경을 매우 민감하게 만든다. 따라서, 제한된 기술적 수단을 가지고도, 인간은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자연적 과정을 교란할 수 있다.
자연적 현상의 변화는 때로 인간 활동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의해 촉발되며, 이는 자주 인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일어난다.
사회와 자연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우리는 오늘날 사람들이 1. 지표면의 전체를 잘 알고 그 중 거의 대부분이 실천적 활동의 무대가 되었으며; 2. 우주 탐험을 시작하였고; 3. 지표면, 가까운 우주, 그리고 바다 모든 곳의 험악한 조건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법을 배움으로서 생존의 물리적 한계를 확장시켰고; 4. 자신들의 활동에 자연 환경의 거의 모든 재생가능한, 그리고 재생불가능한 물질을, 일부는 상당 부분 혹은 거의 완전히, 다른 일부는 아직까지는 매우 작은 규모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5; 자연 환경의 상태에 대한 점점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고, 6; 물질의 순환운동의 안정된 패턴을 현저하게 변화시키는 (그리고 자주 자신들에게 해가 되는) 방식으로 활동을 심화시켜, 지구 위의 물질현상의 자연적 과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그러한 과정 중 일부에 대한 통제 방법을 체득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우리의 환경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바로 우리 행성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우주로 진출하였으며, 자연 조건에 의해 부과되었던 활동에 대한 기존 제약을 대부분 벗어던진 우리는 다른 제약에 직면했고, 더 이상 지상 자원을 무한하거나 무한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지구상 모든 것의 크기와 한계를 가면 갈수록 더 많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많은 경제학자들, 사회학자들과 자연학자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들과 미래에 대해 추정한 데이터들을 고려하여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대비 인구 비율과 지구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우리의 커져가는 능력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그릴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한다.
1944년 학술위원 베르나드스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이성적 존재의 출현으로 지구는 역사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생물권이 이성권(noosphere)2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이 문명인의 지성의 지구화학적인 활동이 지구의 크기에 국한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기에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다.”3
치올코프스키, 슈클로브스키, 클라크, 그리고 다른 많은 소련과 외국 과학자들은 인류 사회의 미래를 우리 행성과 태양계, 그리고 우주의 먼 세계의 활용의 부단한 발전으로 표현하였다.
동시에, 지난 두 세기 동안, 그리고 특히 지난 수십년간,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대한 상이한 노선과 그에 따라서 상이한 개념이 등장하였다.
자원의 고갈,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영향력의 증대,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환경오염과 그것이 적대적인 목적을 위해 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은 나라들에서 점점 더 우려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우려는 자본주의 진영을 뒤흔든 위기—에너지 위기와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심화되어가는 식량 부족 그리고 통화 시스템의 교란 등—에 의해 고조되었다.
사람들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은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으로 뒤쳐진 나라들에서의 발전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발전된 나라와 낙후된 나라에서의 생활수준의 벌어지는 격차는 과학계와 정계는 물론 일반 군중의 불안감을 일고 있다.
발전 수준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다그치려는 개발도상국의 결심은 그들 자신이 보유한 풍부한 자연적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적 관계의 성격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모든 문제는 국제 회의와 유엔 후원 심포지엄과 세미나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유엔 총회는 두 차례의 특별 세션에서 보다 공평한 세계적 경제 교류양식을 확립하고 경제적, 기술적으로 낙후된 나라들의 발전을 촉진시킬 새로운 경제적 질서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유엔 무역개발이사회와 다른 여러 국제기구와 회의에서는 세계 해양의 풍부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 또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다소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박에서 바다로 버려지는 폐기물로 인한 오염을 줄일 데에 대한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다. 더불어, 전세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통합된 계획 아래서 자연 환경의 상태와 인간에 의한 자연 환경의 변화의 체계적 관찰과 통제에 관한 원칙이 마련되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군사적 또는 기타 적대적인 환경 개조 기술 사용 금지에 관한 국제 협약을 비준하였다.
반면,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문제는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별 저자들과 다양한 국제 과학 및 공공 기관들─퍼그워시 운동, 다트머스 회의, 국제고등연구기관연맹, 비엔나 국제평화연구소 등이 보다 확고하고 유망한, 어느 개별 정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제안들을 내놓았다.
1970년 일부 정치인, 사업가, 그리고 과학자들은 ‘로마클럽’이라는, 그 회원들이 ‘개인으로서’ 인류의 미래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작은 국제 단체를 설립하였다.
환경 보호와 천연자원의 합리적 사용, 그리고 신흥 발전도상국이 직면한 문제를 포함한 다른 여러 문제들이 평화유지군 세계의회(World Congress of Peace Forces), 비무장을 위한 비정부기구 등의 국제적인 공공기관의 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다. 논의의 결과와 다루어진 견해는 책들과 언론에 게재되었다.
지구의 인구과잉에 대한 낡은 맬더스주의 가설도 그 출판물들에서 가끔 등장한다.
‘지구는 수십년 후의 인구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인구조차도 지탱할 수 없다. 인구 폭발—인구과잉의 폭탄이야말로 인류를 언젠간, 그리고 어쩌면 조만간, 재앙 직전으로 몰아넣을 주된 위험이다.’ 이는 서방에서 많은 추종자들을 지닌, 꽤나 보편적인 견해이다. [그 가설을 내세우는] 저자들은 개발도상국이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를 먹여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요한 점은, 빠르게 늘어나는 우리의 인구가 소비할 양과 지구의 자원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을지에 대한 초기 추정이 인류 사회의 활동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세계 역학(World Dynamics, 1971)』4의 저자인 Jay W. Forrester 는 이러한 분석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비슷한 논거를 제시하는 다른 책으로는 D. H. Meadows et al (미국)가 쓴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1972)』5가 있다. 그 외에도 로마클럽이 의뢰한 주제에 대한 다른 책들이 몇 권 더 있다. 해당 연구 그리고 다른 연구에서 주된 경제적 지표—예를 들어 공업과 농업 성장, 출생률과 사망률, 환경 오염 등—의 인류 전체 평균값은 하나의 총체적인 수학적 비례체계에 들어맞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수집된 데이터의 기초 위에서 지표들의 직접적 관계와 피드백의 특성을 주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저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시도하였다. 결과는 실로 매우 암울하다. 만일 현재 추세와 사회발전의 특성이 유지된다면, 50년에서 70년 이내에 65억 가까이 될 우리 행성의 인구는 천연자원의 부족과 견딜 수 없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죽어나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세계 인구의 2/3 이상이 죽어야 비로소 나머지 1/3이 미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만일 인구 증가가 정체된다면? 저자들은 그러한 정체가 재앙을 지연시킬 수 있긴 하지만,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의 증가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 일반에, 즉 모든 사회체제에, 그 어떤 사회에도 공통적인 팽창과 증대의 내재적인 욕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저자들에 따르면, 산업, 소비와 인구에서의 모든 발전과 성장을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 균형만이 인류를 재앙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M. Mesarovic (미국)와 E. Pestel (서독)은 로마클럽이 제공한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들의 『인류는 전환점에 서 있다(Mankind at the Turning Point, 1974)』6가 바로 그 연구의 성과물이다. 저자들은 41개국 혹은 나라들의 그룹을 다루었다: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들, (소련을 포함한) 유럽의 사회주의 나라들, 발전도상국과 다른 국가 그룹들. 그러나 저자들은 이들 나라들을 다르게 만드는 요인인 사회적 차이에 대한 (여기서는 매우 중요한) 분석을 건너뛰었다. 그들은 다만 이들 나라들을 세계의 특정한 지리적 지역으로 나타냈으며, ‘가난한’ 나라들과 ‘부유한’ 나라들로 뭉뚱그려 나누었다. 체제 분석의 적용은 인류의 세계적 발전이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유기적”이어야 하며, 마치 생명체가 성장하듯이 매개 부분들의 발전이 전체 유기체의 발전에 철저히 조응하는 방식이어야만 한다.
저자들은 나라들의 경제발전의 속도와 성격을, 그리고 나라들간의 상호작용을 결정하기 위해서 적절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가속화된 경제발전 속도는 모든 나라들의 전체 경제성장률을 낮춤으로써, 그리고 특히 발전된 ‘부유한’ 나라들의 소비율을 낮춤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 간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저자들은 독자에게 이러한 '유기적' 통합 발전만이 유일한 선택지일 뿐만 아니라 막강한 특정 독점 집단의 단기적인 이기적 이익이 아니라 그들 인구의 장기적 이익의 측면에서 '부자' 나라들에게도 가장 적합하다는 점을 설득하려고 한다.
존 맥헤일과 마그다 코르델의 『인간의 요구, 공급 수준과 외부적 한계(Human Requirements, Supply Levels and Outer Bounds)』7; 고등연구원 국제연맹 이사회 의장 알렉산더 킹 박사의 『지구 현황 성명(State of the Planet Statement)』8; 다그 함마슐드 재단의 요청으로 연구자들이 작성한 논문 “What Now?”9; 비엔나 주재 국제평화기구가 후원하는 “현대 문명의 세계적 문제들”1011 학술회의 자료; 젠 팀버겐 교수의 지도 아래 과학자들이 진행한 신세계질서의 발전에 관한 연구; 한스 린네만의 논문인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에서 요구되는 식량(Food for a Doubling Population)”12; 그리고 리차드 폴크13, 배리 커머너14 그리고 에드워드 텔러15의 책과 논문들을 포함한 최근 다른 많은 출판물에서도 비슷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여기서는 오직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들(과 연구들)만 나열하였으며, 개발도상국의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들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제외하였다.
이 연구들은 자원, 공간, 질량이 한정된 우리 행성에서 인구, 생산, 소비의 무한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기본 논제 외에도 그러한 요인들과의 연관 속에서 전반적 위기에 대한 다양한 개념들을,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과 수단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제시한다.
지난 수년간 많은 저자들이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에서 사회적 요인들의 역할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 또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위기로 이어지는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이들 학자 중 대부분은, 타당한 이유 없이 하나의 특정한 사회체제의 특성을 다른 형태의 사회적 조직체계에 투영시키며, 더 나아가 그것들을 인간 사회의 발전을 규제하는 일종의 내재적 법칙으로 묘사한다.
이들 학자들은 사회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그러한 사실은 오늘날의 상황과 인류의 생태적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데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특정 내용들에 동의하며,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1. 만일 인류의 성장과 발전의 현재 성격과 속도가 유지된다면, 50-100년 사이에 현대 문명의 붕괴에 버금가는 매우 심각한 생태적 위기가 필연적으로 도래하게 될 것이며; 2. 전인류를 위한 장기적인 행동 계획이 제때 수립되고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의 발발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시행된다면, 사회발전의 기하급수적 발전과 그 “관성”을 고려했을 때 위기를 피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저자들의 견해차는 전반적으로 자연 환경에 대해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활동, 그리고 발전의 구체적인 특징들, 그리고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과 수단들에 관한 것이다. 일부 저자들은 모든 형태의 발전이 당장 중단되어야 하며, 심지어는 인류 문명의 시계가 돌려세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사람들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한에서 인류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문제는 사실상 이렇게 제기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어떻게, 그리고 어떠한 조건 아래서 인류는 우리 행성의 제한된 영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래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제시할 것이다.
공간적으로 제한된 우리 행성에서의 인류의 존재와 발전에 대해 논의할 때, 우리는 우선 인간 욕구의 충족 가능성과 한계를 추정해야 한다. 우리와 자연간의 상호작용이라는 맥락에서 이 욕구들은 일반적으로 환경을 인간 거주에 적합하게 만드는 특정 성질들, 생활공간과 에너지, 그리고 물질들에 대한 욕구들이다.
지상 자원을 활용하여 이들 각각의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자연적 요인들과 사회정치적 조건들에 의한 특정한 제약들에 달려있다.
아래서 우리는 이 제약들을 살펴볼 것이며, 자연적, 그리고 사회적 요인들의 역할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역사적 사실들이 입증하는 것처럼, 계산에 필요한 매개변수에 대한 평가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기에, 우리는 구체적인 계산으로 들어가지 않고, 원리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고려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예컨대, 원시적인 사냥꾼은 근처에 돌아다니던 마모스의 수를 통해 자기 부족에게 주어진 식량자원을 가늠하였고, 20세기 초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조차도 열핵 에너지는 고사하고 원자력의 실용적인 용도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편역: 박서준 | 집행위원
2024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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