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축구경기

http://kr.youtube.com/watch?v=EB2KG52VyOc

 

 

참 웃기지.  음악이 뭐라고

숨이 막힐 듯 술에 취한 채로 뛰어 와서

허겁지겁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듣게 된 순간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면서 웃는다.

이렇게 또닥이고 있는 나. 

이게 뭐라고.....

 

그래도 참 좋다 이 노래는.

가끔 이런 식으로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 몇 주일은 참 생각이 많았다.

나는 국민법정에 갔고 DMZ영화제에도 갔고 동작도서관에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다 읽었다.

미미여사의 책은 인기가 많아서 많이 없었기 때문.

 

 

1. 따뜻한 연대

용산 국민 법정을 가기 위해 미사가 끝나고 3시 쯤 집을 나섰다.

이렇게 늦게 가도 될까, 망설이면서.

정보가 없었던 터라 벌써 끝났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그리고 3시간이나 늦게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약간 자책도 하면서.

 

나는 몰라도 한참을 몰랐다.

국민법정은 이미 시작했고 나는 1층 방청객석에서 그 모든 현장을 보았다.

피고인(말하자면 이명박 쪽) 변호사가 너무나 뻔뻔하고 또 너무나 당당하게 말을 하길래

정말 이 현장은 전면전인가 생각하다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일하는 한 분에게 모든 사정을 들은 후에 이해헸다.

이 모든 상황은 다 설정이구나...

 

내내 변론과 오고가는 문답들을 보면서 나는 알았다.

이 곳은 정치학교구나..

증인으로 나온 용산 주민에게 독하게 질문을 해대는 피고측 변호사 때문에

방청객의 어떤 이는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하냐?" 며 한숨을 쉬었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흥미진진했다.

뭉뚱그려 나쁘고 뭉뚱그려 좋은 방식이 아니라

조목조목 논리의 날을 세워가며 대립하는 과정들은

역으로 용산의 일이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고

또 앞으로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누군가는 배심원을 하고 또 누군가는 기소인들을 대변하고

또 누군가는 피고인들을 대변하는 그 과정들을

함께 만들고 함께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2. 이 웅덩이

우연히 집어든 한 권의 책이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였고

그 섬세함과 흥미진진함에 매료되어서 지난 1주일동안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레벨7, 마술은 움직인다, 퍼펙트 블루, 낙원, 쓸쓸한 사냥꾼, 브레이브 스토리....

발랄하면서도 고즈넉하고 경쾌하면서도 묵직하다.

<용은 잠들다>의 애절한 사랑이나 <마술은 움직인다>의 쓸쓸함

<낙원>의 엔딩, <화차>의 섬세한 심리묘사...

 

가끔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나는 혼자 걸어야할 길을 앞에 두고 웅덩이에 빠져있는 것같다.

어여 이 곳에서 빠져 나와 저 길을 가야지.

 

3.  열정의 습관

좀처럼 개인사를 드러내지 않는 전경린이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에서

"사랑하는 아이들, 그 애들은 바로 나. 그 애들에게는 성취보다 생의 천진한 즐거움을

더 많이 기원하고 싶다"라고 말을 할 때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엄마였구나.

작품해설을 쓴 평론가가 말한다.

은희경의 냉소, 공지영의 신파, 공선옥의 피도 눈물도 없는 자연주의, 김형경의 신경증

그리고....전경린의 섹슈얼리티

 

전경린의 주인공들은 가혹할 만큼 이기적이고 빠져들 정도로 뜨겁다.

그녀들이 사랑을 찾아 서성거리는 동안 그녀들의 아이는 아랫집으로 할머니집으로 떠돌았다.

<엄마의 집>은 그 아이가 화자이다.

20대 그 아이는 단단하게 자라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말한다.

"이 지상에 따로따로 떨어져 착륙하는 것. 사랑은 그런 거야.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때 함께 있든 헤어져있든

무사한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결국 끝이 나.

삶은 사랑의 열정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로 사는 거거든"

 

그 엄마의 딸이 이어서 말한다.

'그리고 평생 계속될 것만 같이 단단히 뭉쳐서 희끗한 형체의 유령처럼 등 뒤를 따라다닌

감정의 응어리도 때가 되면 결국 재처럼 부서져 흩어지겠지.

단 둘만의 달나라를 보았던 동질성 조차

겨우 이 년 혹은 삼 년 정도면 무화되고 타인이 되는 것이다.

진짜 상실의 아픔은 그것이다. 평생 계속되는 감정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의 열정보다 인간의 도리로 사는 건 안락하다.

나는 지금 안락하다.

노량진에서 술을 마시다 버스를 잘못 타서 중간에 내렸다.

그 정류장은, 그 정류장 맞은 편의 골목은, 내가 항상 외면하던 곳이다.

오래 전 나는 그 골목에 살았던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그 사랑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못본다면 죽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정말 2년 혹은 3년 정도가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그 상실이 아프진 않다. 그러나 그렇게 술기운에 젖어

버스 정류장 불빛 아래서 찬 바람을 맞으며  건너편 골목을 바라보게 된다면

오래 전 그랬던 것처럼 뱃 속 깊은 곳 어딘가가 짜르르 아프긴 할 것이다.

 

열정의 습관은 그런 식으로 흔적을 남긴다. 

 

4. 퀴즈쇼

김영하, 많이 늙었고나....

 

5. 파주, 블라인드 러브

파주에는 처음 가봤다.

DMZ영화제는 소박하고도 알찼다.

호텔이라 부르고 게스트하우스라 쓰여져있는 지지향에는

TV가 없었고 DMB도 잡히지 않았다.

영화제, 호텔, 그러면 TV에 컴퓨터에 게임을 떠올리는 아이들에겐 황당한 상황이었을 거다.

남편은 <벌레의 흔적>을 보러갔고 아이들과 나는....

책을 읽었다. 하.하.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1층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보니 문 밖이 어스름 밝아왔다.

그리고 안개...

내년엔 꼭 저 안개 속에서 술을 마셔야지 하고 다짐.

그러려면 담요를 가져가야겠다고 문득 생각.

 

<블라인드 러브>는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였다.

마음에 들었던 도시.

다시 가고 싶은 영화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