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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바닥

이 제목은 비문인 것같다.

매일의 시작은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의 만남.

하지만 정오를 넘어서면 공기 중 습기는 다 날아가버리고

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축 늘어진다.

물을 줘도 상황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

 

<소년이 온다>와 <28>

그냥 집어든 두 권의 책이

비슷한 풍경을 내보여서 나는 그 풍경을 감당못하고 멈춰있는 상태이다.

세 개의 영화를 봐야하고

세 개의 프로그램을 습득해야 하는 이 바쁜 와중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표면적으로는 엄지손가락을 다친 사건 때문인데

사실은 엄지손가락을 칼로 싹 베였을 때보다 더 큰 상처가

마음 속 어딘가에 생긴 것같다.

어제 밤엔 구성해야할 영화의 감독한테

"이 컷을 이렇게 붙이면 안되잖아. 우리 서로 얘기한 건 다 어디로 간 거야?"

하면서...

그가 쩔쩔 매는 걸 알면서도 냉정하게 몰아부치는 꿈.

그렇게 화를 내면서 동시에 생각하기를

'너 또 분명히 후회한다. 이래봤자 관계만 악화될 뿐 좋은 소리 못 듣잖냐'

깨고 나서 꿈이라 참 다행이라 싶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꿈 밖에서 문자를 보냈다.

누군가의 영화를 누군가의 말을 들은 후에

그 사람의 마음에 맞게 수선해주는 일을

참 오래간만에 하고 있다.

그런데 하기가 싫으네...

이건 지금 내가 바닥에 있기 때문이라는 거.

비가 안오기 때문이라는 거.

집은 큰 사건 하나를 앞두고 두근두근 긴장상태이다.

빨리 내일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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