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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글이 하나가 없어져버렸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람이

전달한 파일을 받지 못했는데 그냥 넘어가 버렸고

일주일만에 만난 우리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물었다. "왜 내게 연락하지 않았어요?"

"바쁜 것같아서요"

속상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차분히 말을 했다.

"이런 일로 바쁜 거예요. 이런 일이 제대로 안되면 바쁜 게 의미가 없어요."

 

요즘 사람들이 뭔가 부탁을 하거나 연락을 해올 때

"요즘 많이 바쁘죠?"라는 말로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바쁜 척을 했나....

바쁘기야 늘 바빴지.

한 번도 바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애 셋을 돌봐야하고 

작업자 8명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그리고 팽개쳐둔 내 작업이며......

하지만 모든 것은 평등하게 내 일이며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그 중 하나가 소홀히 여겨진다면

바쁜 게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어쩔 수 없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봐줄 만 하지만

늘 바쁜 사람, 바빠서 이해를 받아야 하는 사람,

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주말부터 오늘까지 어떤 도미노때문에 무척 피곤했다.

몸도 안 좋았고 몸이 안 좋으니 마음에 여유가 더 없어지면서 우울해져버렸다.

여러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중간에 한 사람이 공을 다음으로 넘겨주지 않고 오래 가지고 있으면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은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중간의 그 사람은 여기저기서 넘겨받는 공이 너무 많은 듯.

문제는 나와 연결되어있는 라인의 사람들이 

몇 배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결국은 또 이렇게 밤을 새고 있다.

 

한별이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고 그래서 나의 파트너는 지금까지 나를 기다리다가

아마 지금쯤은 잠이 들었을 거다.

집중력 높은 아침의 시간을 어수선하게 흘려보내버리고

오후엔 한별이가 아파서 도시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고

돌아와서 밥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니 하나가 이제 끝났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역시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푸른영상 안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그 끈끈하고 질척거리는

하지만 정다운 세상.

그 곳에서만 움직였던 그 시절이 맘은 편했지.

 

각자도생, association.

혼자 힘으로 애써 살아남고

누구와 함께 지낼 것인가에 대해서

면밀하게 점검해야할 시간.

일단 이 일을 마저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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