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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기억하기 위해 책의 문장을 옮겨 적음.

 

1. 김중혁과 김연수

자 여기 술잔을 잡아봅니다.

여기가 왜 맺히는지 압니까? 이것은 온도 차이 때문입니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 아프질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맺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요, 술을 마십니다.

    김중혁,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의 단편집을 읽다가, 뭐 이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중혁하고 김연수는 친구라는데

예전에 씨네21에서 번갈아가며 글을 쓸 때 그 우정의 내용을 보긴 했는데

김연수의 문장과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늘 김중혁의 소설을 읽어보긴 하는데

늘, 뭐 이러냐....싶은 마음으로 실망하고

그런데 또 읽는단 말이지. 이 심리는 뭐냐.

김중혁은 이야기 꾸리는 솜씨는 별로인 것같은데

가끔 재기넘치는 문장을 구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특정인물을 등장시킨 에세이같아.

한권 다읽어서 저 한 문단 건졌다.

 

'맺힌다'는 단어를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술술 풀어지던 실이 엉키는 상태.

잘 나오던 물이 안나와 살펴보면 긴 고무 호스의 어느 부분이 접혀있는 그 상태.

밧줄에 매듭이 생긴 상태.

뭐 이런  거였는데.

그래서 맺혔다는 말을 꼬였다는 말과 비슷하게 이해했는데.

김중혁의 해석이 더 나아보인다.

 

2.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위키검색에 나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수는 71권.

2015년 2학기동안 7권 빼고 다 읽었다.

(물론 읽었다 해도 몰라볼 확률이 크다.

갑자기 할 일이 몽땅 사라져서 불안해서 잡은 책들이었으니까)

학교 도서관에  있는 거 다 읽은 후 이제 뭘하지,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을 발견했다. 

2013년 <솔로몬의 위증> 때에는 상,중,하가 지그재그로 대출중이라서

상을 읽고 중을 빌려간 사람이 안 가져와서 몇 번이나 헛걸음질치다

하권을 미리 빌려놓는 반칙까지 저지르며 볼 만큼 

독자들이 줄을 섰는데

2015년 5월에 나왔다는 이 책은 내가 두 달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도 예약을 안 건다.

사람들이 모르나? 아니면 에도시대를 다룬 시대극이라 그러나.

그래도 늘,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은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시간의 흐름은 사람의 마음에 깃든 불안이며 작은 희망을 살펴주지 않는다"      

        - 미야베 미유키, 벚꽃 다시 벚꽃 36쪽

기억하기도 힘든 직책과 일본 이름 사이에서 복잡해지는 머리를 참아가며

정말 꾹 참아가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의 줄기를 따라잡게 된다.

그럴 때 중간중간  적절하게 빛나는 문장들.

아껴읽는 중.

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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