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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농민의 날(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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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이쪽으로 내려가면 금대공소 맞습니까?”“맞습니다. 내가 공소 회장입니다. 같이 갑시다.” 버스에서 내려 농민의 날이 열리는 장소로 찾아가는 길, 처음부터 순조롭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시골 길을 걸어 금대귀농학교에 다다랐다. 현관에 난롯불이 따뜻하게 피워져 있고 황토벽을 한 공간은 손님을 편하게 맞는다.

 

당원들이 모여들고,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음식을 이름표에 그려서 붙이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갱시기’를 선택했다. 찬밥에 김치하나만 있어도 간단히 해 먹을 수 있고 비록 꿀꿀이죽같이 보여도 먹을 만하기에.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내신 정명채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한국 농업이 쇠퇴하게 된 그 시작은 미공법 480호(PL480)다.”

“1954년 미국은 자국의 잉여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PL480호를 만들어 한국을 비롯한 저개발국에 무상으로 식량을 원조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식량을 자급하던(1957년 100.4%, 1965년 100%) 한국농업은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들어오면서, 농업생산기반은 무너지고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무상에서 차관으로, 이어서 수입, 이제는 WTO와 FTA를 거치면서 관세장벽도 허물어지게 되었으니 한국농업은 살아나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산업화를 이루면서 저임금 저곡가 정책으로 농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오늘의 한국경제를 이루게 된다. 선생님은 한국농업이 무너지게 된 내력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면서 ‘협치’ ‘협동조합’ ‘농업회의소’ 같은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겠다고 한다.

 

농민선언 워크숍 시간.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농민문제 다섯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모으고, 이를 농업의 가치 철학, 녹색당 농민의 실천 활동, 농민의 삶, 농업정책, 기타 이렇게 분류해 토론하고 발표를 한다. 농민 기본소득, 농지, 농민정치, 토종종자, 유기농업을 비롯하여 수없이 많은 문구가 나열되었다. 내가 전남녹색당 소식지에 농민선언을 쓰면서 검색해 본 ‘농민도 사람이다’라는 표현을 보고 포스트잇에 적었더니 논란이 되었단다. 선언을 하겠다는 것은 피해를 받고 일종의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일 텐데.

 

먹을거리와 마실거리가 함께하는 친교 시간이다. 준비한 음식에 홍성의 홍주생막걸리와 충북당원이 트럭에서 즉석으로 구워내는 유기농 즉석피자... 푸짐하다. 초청가수 ‘수수’의 ‘사철가’로 흥겨운 마당이 열린다. 이어 강정, 밀양, 청도, 영양댐, 두물머리 등 현장에서 함께하며 불렀던 노래를 부르고, 당원들의 노래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진다. 귀농학교 이동훈 신부님도 ‘저 놀부 두 손에 떡들고’부터 시작하더니 감미로운 노래를 지나 ‘농민가’까지 다섯 곡이나 부른다. 난롯가의 뜨거운 열기는 멈추기를 아쉬워한다. 녹색당이 모이면 먹을거리도 푸짐하고 흥겨움이 함께한다.

 

다음 날, 토종종자 나눔의 시간. 오래전부터 횡성에서 전국 여성농민들과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한영미 당원은 옥수수를 비롯하여 한아가리 콩이라는 생소한 콩 씨앗을 준비해와 물음에 답하면서 씨앗을 나눈다. 귀농학교 벽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붉고 노란 옥수수도 한 당원이 나누어 준 씨앗이라고 한다. 귀농학교에서는 즉석으로 옥수수를 냄비에 넣고 튀겨 팝콘을 만들어내는데 고소한 맛이 남다르다. 다른 쪽에서는 장흥의 율, 경기의 초록주의 당원이 준비해 온 밀, 조, 수수와 각종 콩 종류, 목화, 채소 등의 씨앗봉투를 펼쳐놓고 나눈다. 우리 농업이 예속되지 않기 위해 식량주권과 함께 종자주권 또한 절실한 데 갈 길이 멀다.

 

가톨릭농민회(가농)원주교구를 돌아보면서 전 회장님의 말씀을 듣는다. 농부로 살아오면서 가농을 만나 전농 이전부터 농민의 현실을 인식하고 농민운동에 앞장섰다고 한다. 현장에서 경험한 살아있는 증언이다. 가농, 나에게도 농민문제를 인식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 주지 않았던가. 물류센터에는 잡곡들이 쌓여있다. 교구마다 주 농산물이 있는데 원주교구에서는 잡곡 중심이란다. 안내자는 녹색당 강령을 읽어 보았는데 가톨릭의 가르침인 ‘창조질서보전’과 일치한다고 한다. 그러면 녹색당이지요.

 

돌~(전남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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