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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땅끝에서...

남녘 땅끝에서...

“짹짹짹~ 째재잭짹~”
날이 밝으면서 참새 울음에 잠을 깬다. 봄에는 ‘지지배배’하는 제비소리가 더 요란하더니 요새는 들리지 않는다. 이어 동네 아짐(아주머니)이 ‘털털털~’ 소리 내며 끌고 나가는 경운기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농부님들이 들로 나가고 이내 동내는 조용하다. 신작로에서 약간 벗어나 스무 집 정도의 농촌마을, 내가 살아가는 마을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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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배추밭에 물을 주고, 벼를 베고, 고구마를 캐고, 콩타작을 하는 등 가을걷이로 분주하다. 남녘땅 해남은 날씨가 따뜻하고 농토도 넓으며 수리시설이 잘 되어 있어 농사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쌀의 비중이 높으면서도 밭이 많아 다른 곡식 농사도 많이 하고 있다. 수 만평씩 농사하는 이들이 있고, 고구마를 수십만 평 심기도 한단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한 태풍이 없어 벼를 비롯하여 작물들의 작황은 괜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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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이웃의 고구마 캐는 일을 함께했다. 아짐들은 쭈그리고 앉아 호미로 고구마를 캐어 선별하여 플라스틱상자에 담고, 남자들은 트럭에 실어 저장창고로 나른다. 어둠이 채 가시기전에 아침밥을 거르고 밭으로 나와 일을 하다보면 금방 허기지다. 9시쯤 땅바닥에 둘러않아 준비해온 새참을 먹는다. 눈여겨보면 약도 한 봉지씩 꺼내서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어두워질 무렵까지 일은 계속된다. 남자들도 고구마를 담은 30여kg에 가까운 고구마상자를 종일 트럭에 높게 싣다보면 온 몸에 기운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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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마무리될 즈음이면 김장배추를 뽑고 절임배추 작업을 하게 된다. 전국 김장배추의 70%를 해남에서 재배하고 있다고 하니 그 양을 가늠할 만하다. 가정에서 절임배추로 김장을 하면 편하기는 한데, 추운 날씨에 농촌 노인들이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고 씻어내는 일은 힘겨운 일이다. 특히 절임배추는 김장하는 날 제때에 맞추어 배송해야 하기에 유난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기도 하다. 절임배추가 끝나도 따뜻한 남녘에서는 겨울 밭에서 자라는 마늘 양파 시금치 등 겨울 작물들을 돌보고 풀을 메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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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숲(facebook) 작은마을장터)

지역에서 바른 먹을거리와 지역 활동을 고민하는 이들이 3월부터 ‘해남모실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에서 달마다 장을 열고 있다. 농사지은 농산물, 사용하지 않는 물건, 손수 만든 수제품, 그리고 빵과 떡 부침개와 막걸리 효소 등 먹을거리를 준비해 와서 함께 나누고 있다. 장터는 작년에 이웃 장흥에서 귀농인들이 놀이처럼 시작했다. 집에서 농산물과 나눌 물품들을 가지고와서 나누면서, 정보도 공유하는 어울림의 장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장터놀이가 사라져가던 면단위 장을 살려놓고, 그 기운이 이웃 지역으로 퍼져나가 벌교 강진 고흥 해남 곡성 구례 등 남도 곳곳에서 장을 열게 만들었다. 서울을 비롯한 먼 곳에서 소문을 듣고 장에 찾아오기도 하고, 지역을 옮겨가면서 장에 참여하는 장돌뱅이도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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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숲 김미옥 사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해남에서도 매주 목요일 저녁 군민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먹을거리를 장만해 진도로 가족들을 찾아가 연대의 마음과 함께 전해주기도 한다. 이번 주는 유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인데, 인드라망 사무처에서 일했고 지역 생협이사장을 맡아 그 소임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여은영 선생이 차분하게 명사회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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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불교귀농학교 19기로 농촌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가 지난해 해남에서 농사꾼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곳에 와서 살고 있다. 작은 기와집에 지내면서 올해 처음 500여 평에 콩을 심어 수확했다. 남녘땅은 몸을 움직일 각오만 되어 있으면 살 말한 곳이다.

- 인드라망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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