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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르 감독의 <라꽁브 뤼시앙>이라는 영화를 봤다. 일전에 어쩌구 특별전인가 몬가 해서 간판에 네온사인 달아 놓은 구멍가게 같은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 조폭영화다.
비쉬 정권 시기 남프랑스 시골마을의 소년 뤼시앙은 '싸나이'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녀석이다. 아쉽게도 레지스탕스는 녀석을 애 취급하며 내친다. 반면 나치스 부역자들인 경찰은 녀석에게 신분증도 내어주고 그럴듯한 양복도 맞춰주면서 힘을 부여한다. 이런저런 난봉꾼 짓을 하던 녀석은 나치스에 적당히 거리를 두며 협조하던 유태인 재단사의 딸과 사랑에 빠져 산속으로 도망가는데, 막판엔 허망하게 전쟁이 끝난 뒤 처벌을 받았다던가 자살했다던가 하는 자막이 덜렁 떠버린다.
이 영화의 서사구조는 물질적 빈곤함과 정체성의 불안함이라는 상황 속에서 건달로 성장하여 액션 한 번 보여주고 비장한 최후를 맞는 조폭영화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한국 조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범생 단짝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하겠다.
내용 측면에서는 루이 말르가 나치스와 부역자들은 깡패집단이고, 그에 대항하려던 레지스탕스는 전위조직 엘리트주의(조직이 드러나면 작살나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탓에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어떤지 모르겠다. 아뭏든 그런 처량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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