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미군기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의 화분 2011/09/22 00:41

 

제주해군기지, “미군기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국 외교문서 해군기지 언급, “동남아 오가는 이상적 위치”

2011-09-19 11시09분 합동취재팀

위키리크스를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관련한 미국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미국 해군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30일,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외교문서에는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정보가 기재 돼 있다. 이 문서(문서번호 07SEOUL1211)는 지난 2007년 4월 27일 서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 측이 작성한 것으로, 대사관은 관련 정보를 미국무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대사관, “해군기지, 이상적인 위치에 놓여”

강정마을 활동가 조약골 씨는, 19일 해당 문서를 번역 분석했으며, 그 결과 해군기지가 사실상 미 해군의 활동 거점지로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서 번역본에 따르면, 주한미군대사관은 “한국 해군이 제주도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대양 해군’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대양해군은 세 개 또는 그 이상의 ‘원정행해전단’으로 구성된다”고 기재했다.

또한 “이에 따른 결과로 훨씬 기동력이 강화된 전단이 만들어질 것이며, 이지스급 구축함들과 214급 디젤 잠수함들이 이 기동전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군기지는 화순, 위미를 거쳐 강정마을까지 세 번에 걸쳐 옮겨졌고, 제주도민들은 10년 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화순항에서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 기지 건설에 쓰일 대규모 시멘트 덩어리, 케이슨이 제작되고 있다. [자료사진]

중요한 것은 대사관 측이 “예정된 해군기지는 아마도 위미항에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동쪽으로는 일본으로 항해하고, 서쪽으로는 중국으로 항해하며, 남쪽으로는 대만으로 항해하며, 또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중요한 해상 소통로를 위한 이상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는 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대만을 주요한 전략적 이해관계로 설정해 놓은 만큼, 대만으로의 항해를 직접 염두해 두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약골 씨는 “한국 해군 측은 중국과 일본 이외에 대만은 언급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대만과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만으로의 자유로운 항해를 염두해 두고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이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항해의 주체를 자신들로 설정해 놓고 문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약골 씨는 “사실상 원문에서는 항해 주체가 명확하게 표기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미국이 말하는 ‘이상적인 위치’라는 것이 사실상 미국 이익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항해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분석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제주해군기지가 만들어지면 미국 해군이 이곳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일본과 중국, 대만으로 항해하며, 감시와 견제 활동을 벌이고, 이곳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곳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이번에 공개된 위키리크스 미국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미상호방위협약으로 기지 건설되면 미군 사용”
그동안 시민사회와 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민들은, 해군기지가 건설 될 경우 미 해군이 사실상 기지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제주도가 지정학적으로 중국, 일본, 미국, 동남아 등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인 만큼, 미국이 대중국용 기지로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7월 28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의 미군 이용 가능성에 대한 보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002년 미군은 해양타격, 해양방어, 해양기지화 등 3대 해양 전략을 발표했으며, 이 중 해양기지화 전략은 미군의 제주 해군기지 이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기지화 전략은 미군이 동맹국의 본토나 섬에 고정된 기지를 두지 않고, 전략적인 허브기지에서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핵잠수함을 핵심전력으로 기동전단을 각지에 파견하는 형식이다. 이는 미군이 주둔군의 제한 없이 배치와 철수가 용이한 해양기지를 구축 방법이다.

반면 해군 측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에는 미군을 위한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으며, 한미동맹을 위한 미 군함 출입항 기지는 부산과 진해에 이미 마련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대표는 당시 보고회에서 “부산항은 미국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미 해군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며 “특히 미국이 중국과 대만해협에서 가깝고 규모가 큰 해군기지를 이용하겠다고 하면,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SOFA,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등으로 한국이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지난 8월 29일, 해군기지 예결소위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상 미군이 우리 시설을 활용하려면 외교통상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시설 능력에서도 항모 전단이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올 수 없다”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자료사진]

하지만 사실상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은 한국 내에 어디든 마음대로 주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에, 제주해군기지의 미군 사용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역시 지난 8월 1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협약을 체결해 한국에 있는 모든 기지를 미군의 군함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협정은 2015년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이 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2009년 보고서에서도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미국이 동중국해와 그 이남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군 함정의 기착에 관한 SOFA 관련 규정을 들어 “미군은 한국 정부에 통고도 하지 않고 한국의 어떤 항구나 공항도 돈 한 푼 내지 않고 맘대로 출입할 수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 포위의 전초기지가 되면 해군과 국방부의 주장처럼 안보를 굳건히 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진원지가 된다”고 주장했다. 

* 원문 : 강정마을 까페(http://cafe.daum.net/peace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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