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소하나 이야기
경계를 넘어 2005/10/04 18:35오늘 방금 전에 인천공항에서 소하나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다행히 '출국허가'를 받았다고 하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8년 전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지금까지 열심히 노동하며 살아온 소하나.
그런데 그 현대판 노예제도인 연수생 제도를 통해 들어온 산업연수생들은 이제 한국 정부에 의해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혔죠.
단지 정부가 등록하라고 마련해놓은 서류들을 갖추지 못해서 미등록 상태로 있는 것일 뿐, 법을 어긴 것도 없으니 불법이라는 말은 애초에 가당치도 않은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한국을 나가려해도 한국 정부는 마치 탐관오리가 가난한 민중의 고혈을 쥐어 짜듯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무거운 벌금을 물려왔습니다.
한국 경제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나가려는 사람들에게도 벌금을 물리는 등 갖은 차별을 일삼아왔죠.
아시아 민중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성 같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소하나가 왜 고향땅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소하나가 품고 있는 고향땅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한국에 있겠다는 그 말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지 느낄 수 있었어요.
정말 다행히도 소하나는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해요.
이제 남은 건 소하나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도 배고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겠죠.
우리들과도 계속 연락을 하긴 할꺼에요.
그래도 이렇게 일찍 떠나니까 무척 아쉽네요.
소하나에게 무슨 작별의 선물을 할까 한참을 고민했는데요, 별로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매닉은 내게 '너같으면 친구에게 무슨 선물을 주겠느냐'고 묻길레 '나같으면 달거리대를 바느질해서 선물하지' 했거든요.
그런데 소하나는 달거리대가 많기 때문에 그건 필요 없는 선물이 될테고..
고민을 하다가 한국 음악 씨디를 주기로 했어요.
느림이 그러는데 소하나가 왁스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데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왁스의 베스트 앨범이 있네요.
이걸 사서 카드랑 함께 줘야지 생각하고 부랴부랴 사무실에 있는 종이를 가지고 예쁜 카드를 만들어서 거기에 느림과 내가 뭐라고 적었어요.
그리고는 음악 가게들을 돌아다녀봤는데, 아무리봐도 왁스의 베스트 앨범은 품절이네요.
그냥 정규 앨범들만 있는데... 어떤 걸 사야하나 고민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발매된 거미 3집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소하나가 거미의 노래들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미 3집을 샀답니다.
이미 짐을 챙긴 소하나에게 별로 무겁지 않는 선물이 될 듯 싶네요.
게다가 그 앨범 6번 트랙이 '오늘은 헤어지는 날'이에요.
거미 2집은 들어봤는데, 3집은 들어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괜찮을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