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곳을 일으켜세우는 사람들

꼬뮨 현장에서 2009/05/06 23:13
농성장에서 생활하다보면 불편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불편한 것들은 주변에서 같이 농성하고 투쟁하면서 생활하는 사람들 간의 배려와 애정으로 스르르 녹아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산에 있다보면 전기가 나가는 경우가 요즘들어 자주 생깁니다. 전기가 나가면 한동안은 다시 들어오지 않기도 해요. 라디오 편집을 하다가 오늘도 두 번 전기가 나가서 일을 중단하고 대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컴퓨터 앞자리를 털고 일어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일중독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지요. 생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라디오 방송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가끔은 녹음 같은 부담감 갖지 않고 정말 편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모두 전기가 끊어져서 생기는 소소한 기쁨들이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이곳, 용산 철거구역이 따뜻하고 생기있는 마을로 변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처음 용산참사가 발생한 이후 사진들로 많이 보셨겠지만, 용역들이 건물 벽에 스프레이페인트로 칠해놓은 해골이며, 칼이며, 목잘린 사람이며 그런 이미지들 때문에 처음 이곳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지금 이곳은 우애와 환대와 예술의 아름다움이 풍겨나오는 마을로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어쩌면 재개발과 철거가 시작되기 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용산 현장에서 미사가 끝나고 다큐멘터리 '골리앗의 구조'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서 같이 영화를 보고, 일산 풍동에서 철거민 투쟁이 승리하는데 참여했던 성낙경 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같이 듣는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저멀리 초고층 빌딩이 자본의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우리들은 이렇게 낮은 곳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서 부서진 곳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은 바로 이런데 있지 않을까 하네요. 내일은 이곳에서 '실버라이닝'의 멋진 힙합 공연도 이어질 것입니다. 많이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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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6 23:13 2009/05/0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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