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기타를 깨워보세요

나의 화분 2009/12/13 03:56

요즘 1인시위음악회를 하면서 정성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모금함에 사람들이 돈을 넣는다는 거에요.

12월 10일에는 4만원이 모였는데, 12월 11일에는 2만4천원이 모였고, 12월 12일에는 1만5천원이 모였습니다. 

 

3일간 무려 8만원에 가까운 돈이 모인 거에요.

저는 정말 놀라고 있어요.

길거리에서 내가 노래하는데, 사람들이 지폐를, 동전이 아니라 지폐를, 그것도 천원짜리가 아니라 그 이상의 액수가 적힌 지폐를 모금함에 넣을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아마 용산참사 현장이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겠죠.

돈을 보태는 사람들 역시 용산참사의 해결을 바라는 마음을 보태는 것이겠죠.

그래서 힘이 납니다.

오아시스처럼 의지가 솟는 것 같아서 오후 5시가 넘으면 준비를 하고 노래를 하러 가게 되네요.

 

재우 아저씨가, 내가 돈통에서 돈을 꺼내 양배추 색깔의 지폐를 세는 모습을 보더니 '군고구마 파는 것보다 돈을 더 잘 버네' 라고 한 마디 합니다.

그래서 아저씨 보고 '군고구마 그만 팔고, 아저씨도 기타 배워서 노래하세요. 그게 돈 더 많이 벌어요' 라고 농담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용산4구역 철거민 박선영 님과 딸 두 분과 함께 클래식 기타를 사려고 같이 다녀왔어요.

서울역 집회를 마치고 돌아와 녹음한 것을 라디오로 편집하고 있는데, 박선영 님과 딸 두 명이 레아로 들어왔어요.

방금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사온 클래식 기타를 들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좀 봐드렸더니, 좋지 않은 것을 사온 거에요.

이거이거 새 기타를 딱 보니, 교환을 하거나 환불을 받거나 해야 겠더라고요.

그래서 기타를 좀 볼줄 아는 내가 같이 가서 교환을 하러 간 것이에요.

이것저것 고려해서 나름 신경을 써서 따님에게 새 클래식 기타로 골라주었는데, 다행히 따님도 바꾼 기타를 더 맘에 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기타를 치는 사람이 세상에 또 한 명 늘어난 셈이죠.

따님에게 열심히 연습해서, 용산참사가 해결되지 않아 1인시위음악회가 계속되고 있다면, 언젠가 그 조촐한 곳에 나와서 연습한 기타 솜씨를 뽐내보라고 말해주었어요.

철거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니까 참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문화센터에서 클래식 기타를 처음 배우는 박선영 님 큰딸에게 열심히 배우라고 응원 많이 보내주세요.

 

오늘은 저도 기타를 처음 배우던 마음가짐으로 노래를 했어요.

그랬더니 1만5천원이 들어 있더라는 거지요.

모금함은 항상 나를 놀래키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방구석에서 잠자는 기타를 깨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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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3 03:56 2009/12/1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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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ong.I 2009/12/13 12:00 Modify/Delete Reply

    기타 넘 어려워요..ㅜㅡ

    홍대 근처에..
    괜찮은 악기점이 있더라구요..;;

    줄사러 가야하는데 살짝 귀찮아서 미뤄두고만 있네요..ㅜㅡ

  2. 포카 2009/12/13 23:20 Modify/Delete Reply

    세상에 한명 더 늘어난 기타치는 사람이 이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겠죠.... 그분도 기타치면서 많이많이 행복해지시길.... ^^ 홧팅~!

  3. 니나 2009/12/15 13:27 Modify/Delete Reply

    나도 잠자는 기타를 깨워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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