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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준 씨 농성장 하루소식

1.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진보넷 블로거 여러분 감사합니다.

 

2. 2008년 7월 27일(일) 저녁 7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진압의 도구에서 양심의 주체로 - 촛불진압 현역의경의 인간선언”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의경에 입대한 이길준 이경은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되면서 극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인간선언을 하기로 결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선언을 발표(*별첨1)하고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3. 기자회견 후부터 신월동 성당 요셉관에서 농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날 농성장 소식과 일정(*별첨2)을 매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4. 이후 보다 많은 자료들을 농성장 카페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카페 주소는 cafe.daum.net/resistjun입니다.

 

별첨 1

이길준 이경 양심선언문

 

"나는 저항한다"

 

저는 지금 현역 의경으로 복무를 하다 특별외박을 나와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하겠다고 선언하려 합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이런 결정이 야기할 수많은 소통과 상처들, 특히 제 부모님이 겪으실 일을 수없이 생각했고, 그것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과정은 괴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저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꽤나 거창하게 들리죠. 하지만 제가 하려는 일은 엄청난 대의를 가진 일이 아닙니다. 단지 삶에 있어서 제 목소리를 가지고, 저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그렇습니다. 제게 있어 저항은 주체성을 가지고 제 삶을 만들어나가는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니고 자신의 삶의 색채를 더해가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지금껏 억압들에 대해 순응하며 살아온 제 삶을 내던지며 저항을 통해 제 삶을 찾아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저는 지난 2월, 지원을 통해 의무경찰로 입대했습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수많은 비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의 제 결정과 관련해서 말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징병제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제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복무하게 된다면 저나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일에 복무하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은 의무경찰이었죠.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그에 대해 무책임한 선택이란 비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퇴색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경으로 있는 동안 제가 느낀 건, 언제고 우리는 권력에 의해 원치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 달 간의 촛불집회를 진압대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촛불을 들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들,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 요구, 공기업,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제도에 대한 반대 같은 것들이 이런 목소리로 느껴지더군요. 권력은 언제든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말이에요.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고 모였고, 여러 모습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비장한 투쟁이 아닌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위한 즐거운 축제였습니다. 하지만 삶을 위협할 수 있는 권력에게는 소통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또래의 젊은이들과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들을 적개심을 가지고 맞붙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았죠. 저와 같은 친구들이 특별히 악랄해서 시민들을 적으로 여기고 진압해야 했을까요? 모두가 저처럼 가족과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복무하기로 한 사람들입니다. 그들 중에 누가 집회를 참여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갔겠어요. 하지만 권력은 시위대는 적이 아니라고 명심하라는 위선적인 말을 하며 실질적으로는 이미 우리에게 시민들을 적으로 상정하게 하고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갖추도록 만들어 놓습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힘 앞에서 개인은 무력해집니다. 방패를 들고 시민들 앞에 설 때, 폭력을 가하게 될 때, 폭력을 유지시키는 일을 할 때, 저는 감히 그런 명령을 거부할 생각을 못하고 제게 주어지는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마찬가지에요. 우리를 사지로 내모는 권력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암묵적으로는 그저 적으로 상정된 시위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상처를 덮고 합리화를 시키는 거죠.

 

이런 나날이 반복되고, 저는 제 인간성이 하얗게 타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진압작전에 동원될 때도, 기약 없이 골목길을 지키고 있어야 할 때도, 시민들의 야유와 항의를 받을 때에도 아무 말 못하고 명령에 따라야 하는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육체적으로 고통이 따르는 건 감수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제가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인가를 생각하면 더 괴로워지더군요. 누구도 그런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서라면 갓 스물의 젊은이들이 폭력적인 억압의 도구가 되어도 괜찮은가요? 그런 정당성은 누가 보장해주나요?

 

힘든 시간 동안 전 일단 어떤 식으로든 도피를 모색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도피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디에 있든 제가 그곳에 남아 있는 한 결국 억압의 구조를 유지시키는데 일조할 것이고 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일 뿐이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남은 삶을 주체적으로 정립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금 저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로 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대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명령에 순응하고 가해지는 상처를 외면하면 스스로에게 이율배반적이고 껍데기 뿐인 인간으로 남을 거란 불안도 있었고요.

 

가해자로서, 피해자로서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 고민 속에 흐려져가는 삶을 정립하는 방법은 저항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제 삶을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늘 타협했을 뿐 자신있게 저항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느껴지더군요. 이번 기회는 제 삶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느껴졌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많겠지만 제가 원하는 저를 찾아간다는 것은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걱정하는 것처럼 전 스스로를 어지러운 정국의 희생양이나 순교자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분위기를 탄 영웅이 되고 싶은 건 생각도 없어요.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휘둘리거나 어떤 이득을 취할 생각도 없고요. 전 단지 스스로에게 인정될 수 있고, 타인과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고, 그런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할 뿐이에요.

 

비장한 각오의 투쟁을 선언하고 싶진 않군요. 전 저항의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억압의 조건은 힘겹지만 그에 대항해 자신을 찾고 목소리를 내는 과정은 무겁게 받아들일 일만은 아니에요. 저도 노력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억압에 대해 저항해나가는 것도 제 작은 바람입니다.

 

제가 한 행동을 통해 저는 제 삶의 주인이 되어간다고 느끼고, 아울러 폭력이 강요되고 반복되는 지금의 구조들도 해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상처를 받을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고통 속에 밤을 지새우는 일만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끝으로 제 얘기를 듣고 저를 도와주시며 지금도 함께해주시는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못난 아들을 위해 상처를 감수하고 이해하고 제 편이 되어주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길준.

별첨 2.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이길준과 함께하는 저항” 농성장 소식과 일정

 

■ 7월 27일(일) 소식

 

1. 기자회견

 

저녁 7시 경 이길준 이경의 기자회견이 준비되고 있던 신월동 성당에 사복경찰들이 들어와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사람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이에 신월동성당 본당신부인 나승구 신부께서 정식으로 퇴거요청을 해 비로소 기자회견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길준 이경은 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양심선언문을 발표했다. 본인이 의경에 입대하게 된 과정,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되면서 극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것, 도피처를 찾다가 저항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과정에 대해서 담담하게, 하지만 강력한 울림으로 전달하였다.

기자회견 장에서 가혹행위에 대한 자세한 묘사, 부당한 명령을 내린 상관에 대한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받았음에도 “한 두 사람의 행위의 문제로 보는 것은 초점이 아니다. 전의경제 제도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장 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신당 공동대표이자 민변회원인 이덕우 변호사는 군대를 지속적으로 시위진압에 동원하는 유일한 나라이며, 전의경제도가 헌법에 배치되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지향하는 평화와 이길준 이경의 양심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홍구 교수는 이길준 이경이 이러한 양심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 함께 하면서 굳은 결심을 확인했고, 이명박 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서 전경과 의경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2. 촛불문화제

 

밤 10시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기자회견 소식을 접하고 모여든 2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신월동 성당 마당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였다. 이길준 이경이 양심선언을 결심하면서 도움을 요청해 인연을 맺게 된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연대 등 인권, 평화 활동가들은 시민들에게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무엇보다 이길준 이경의 결심을 지지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촛불문화제가 되자고 제안했고 시민들은 함께 결의했다. 또한 불과 며칠 전에 이길준 이경이 있었던 자리가 성당 담장밖에 배치된 경찰의 자리였음을 기억하면서 불필요한 시비나 마찰을 만들지 말자고 제안해서 공감을 이루었다. 아울러 이길준 이경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허락한 신월동 성당의 신부님, 신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신자와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자는 제안도 이루어졌다.

한편 이길준 이경이 근무하던 중량랑서 서장이 본당 신부님을 면담하러오면서 시민들이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으나 본당 신부님의 의사를 존중하여 면담이 이루어졌고, 끝난 후 성당 정문 바로 앞에 배치되었던 사복의 경찰병력은 주변으로 철수하였다.

후원의 손길도 이어졌다. 촛불문화제 안에서 돌려진 모금함에 작은 정성들이 모아졌고, 라면과 빵, 물, 모기향, 방석 등 물품들이 속속 도착했다. 촛불다방도 방문해서 참여자들에게 차를 제공했다.

마당에서 밤을 지샌 참가자들은 새벽 미사를 오는 신자들을 맞이하며 오전 5시 30분경 마당을 청소하고 미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 7월 28일(월) 농성단 일정

 

농성장은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농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1. 매일 릴레이 강연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농성장에서는 매일 릴레이 강연을 통해서 농성장에 오신 분들과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월요일)은 홍기빈(정치경제학자, 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 저자)님의 강연 “2008년 세계 정치·경제와 이명박 정부의 미래"가 있습니다. 화요일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수요일은 박노자 오슬로 대학 교수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2. 매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릴레이 강연이 끝난 후 매일 8시 반부터 11시까지 성당 앞마당에서 이길준씨를 응원하기 위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3. 오후시간에 지지방문을 오신 분들과 이길준 씨의 간담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28일은 오후 1시, 4시에 진행됩니다. 지지방문과 간담회의 시간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11시부터 5시까지 농성장 침탈을 대비한 규찰을 조직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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