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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누가 누구의 멱살을 잡았나 -울산노동신문

 참 가관이다.

 엄혹한 시기.. 가해와 피해가 뒤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나중엔 “맞을짓을 했다”고 할라나? 그리고 그렇게 굳히기를 하겠지...

 (지금도 변함없는 이들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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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러한 현실 앞에 선 활동가의 임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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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정규직이 죽느냐 사느냐, 우리 정규직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ㅡ <기사> 울산노동신문 /2010-12-03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11월17일부터 명촌 쪽문 출근투쟁을 진행해왔다. 지회 조합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1공장 거점파업 사수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민주노총울산본부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의 유인물을 함께 뿌리고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도 '아름다운 연대인가? 추잡한 협박인가?'라는 제하의 유인물을 뿌렸다.

정성을 다하면 쇠덩어리에도 따뜻한 온기가 전달된다고 한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전달될 것일까?

현대차지부 김희환, 홍영출 조합원은 현대차의 폭력을 규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를 염원하며 108배를 올렸다. 한기가 느껴지는 추운 날씨에도 그들의 이마에는 땀이 흘렀다. 그 땀방울 하나 하나에 비정규직 투쟁 승리의 염원이 알알이 맺혔다. 그 뒤에는 김광식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이 "폭력을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섰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죽느냐 사느냐, 우리 정규직 마음에 달려있습니다"란 문구의 피켓을 들었다.

 

 

#2 누가 누구의 멱살을 잡았나
[기고] 이경훈 지부장 폭행 공방...26일 금요일 밤의 진실 <기사> /2010-11-29 pm9:23:54

오 늘(29일) 아침 비정규직지회 유인물을 배포하러 갔다가 현자지부소식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자지부소식지는 “지난 26일(금) 저녁...비지회 조합원들이 이경훈 지부장의 멱살을 잡고 신체가격까지 서슴치 않으면서 방문을 가로막았다”고 적고 있다. 내 눈이 잘못된 것일까? 멱살을 잡히고 끌려나온 건 난데 누가 누구의 멱살을 잡았다는 건가?

지난 15일 아침 시트1부 동성기업 노동자들이 회사 관리자와 용역경비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회사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볼트를 던지고 소화기를 뿌리고 관리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시트1부 조합원이 당시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회사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오늘 아침 현자지부소식지를 보면서 회사의 거짓말이 겹쳐진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한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절감한다.

자칫 이 사건을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는 불필요한 오해를 풀기 위해 26일 금요일 밤의 진실을 기억나는대로 재구성해본다. 현대차지부에서 찍은 동영상도 있고 목격자들도 있기 때문에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너 외부세력이지?”

26일 오후 7시경 1공장 농성장으로 통하는 중앙계단 출입구에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과 상집, 각공장 대표 30여명이 올라오려고 하길래 “이경훈 지부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이유는 그날 지회 쟁대위에서 농성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사측 사람인지 정확히 구분하는 절차를 갖도록 하자고 해서 방문하는 사람의 신분과 목적을 확인하고 출입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경훈 지부장이 “나를 모르느냐, 너 뭐하는 짓이야”라고 하자 나는 “당연히 압니다. 방문목적을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직후 바로 이경훈 지부장이 밀면서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상집 누군가가 내 멱살을 잡았다. 동시에 “너 외부세력이지?”라며 상집이 얼굴에 쓰고 있던 내 마스크를 내렸다.

내가 “저는 조합원입니다. 2005년도 해고자입니다”라고 했지만 상집들은 “김태윤 이 XX, 해고자 XX” “개XX” “해고자 XX가 뭐가 조합원이야?”라고 욕했다. 내가 다시 “금속노조 조합비를 내는 분명한 조합원입니다. 조직담당입니다”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상 집들이 끌고 올라와서 쟁대위 회의실(써클룸)로 이동했다. 이경훈 지부장과 상집 30여명이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오해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경훈 지부장은 “얘, 끌어내”라고 했고 바로 상집 4~5명이 달려들어 나를 끌어내려고 했다.

나는 “파업 중인데 조합원이 농성장을 떠날 수 없다”고 했지만 지부 상집들은 “울산공장은 현자지부가 관리한다”며 계속 나를 끌어내려고 했다. 이것을 보고 몇몇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흥분해서 움직이려고 하자 내가 “제 잘못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진정시켰다.

10여분 정도 후에 비정규직지회 노덕우 수석부지회장이 와서 “비정규직지회로 일단 가자”고 말해 노덕우 수석부지회장, 박현제 동지와 함께 지부 상집들에 이끌려 농성장을 나왔고, 지회가 아니라 현대차지부 고충처리위원회 사무실로 갔다.

고충처리위원회 사무실에서 노덕우 수석, 박현제 동지와 함께 3시간 정도 대기하고 있다가 사무실을 나가려 하자 상집들이 막았다.

그때 이경훈 지부장이 왔다. 이경훈 지부장은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다 나가”라고 했고 노덕우 수석과 박현제 동지가 고충처리위원회 사무실에서 나갔다.

“황인화가 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화를 돕고 싶습니다”

이경훈 지부장과 독대하게 된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조직이 어디냐? 너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 혁명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이 배운 것이 아깝지 않냐?”고 말했다. 내가 “조직 없습니다. 정말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이경훈 지부장은 “내 눈을 쳐다봐라”며 1분쯤 있다가 “네가 아까 계단에서 보인 적개심의 이유가 뭐냐? 울산 왜 왔냐?”고 물었다. 내가 “2005 년도 4공장에서 황인화와 노조 집단가입할 때 만났습니다. 조합활동은 2007년 4월까지 하고 노동조합 활동 정리했습니다. 서울 가서 살았습니다. 조합비는 노동조합에 미안해서 후원하려고 냈습니다. 그런데 황인화가 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황인화는 순수한 아이입니다. 인화를 돕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2005년 9월 해고됐고, 비정규직노조 조직쟁의4차장, 2006년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7년 4월 노조활동을 정리, 조합비만 내는 평조합원으로 있다가 황인화 동지 분신 소식을 듣고 울산에 다시 내려왔다. 지금은 지회 쟁대위 조직담당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다시는 울산공장 안에 들어오지 마라”고 했고 나는 “농성장에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경훈 지부장이 사무실을 나갔다. 잠시 뒤 나도 고충처리위원회 사무실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덕우 수석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내가 “농성장으로 가겠습니다” 하고 노덕우 수석과 지부 사무실을 나가려고 하자 상집들이 막았다. 상집들이 이경훈 지부장을 불렀다.

이경훈 지부장이 “너 뭐라 했어?”라고 물었다. 나는 “죄송합니다. 농성장으로 가겠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이경훈 지부장은 “안돼. 쟤 내보내.”라고 말했다.

박현제 동지와 나는 상집들에 의해서 스타렉스에 실려 명촌 정문 밖으로 쫓겨났다. 농성장에서 나와서 돈 한 푼 없었던 우리는 추위에 떨다가 인근 민주노동당울산시당 사무실에 들어갔다. 밤 11시쯤 본관 정문 앞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과정은 현대차지부에서 영상으로 찍었고,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 영상을 다시 확인해보면 될 것이다.

진실은 분명히 밝혀져야

현자지부소식지는 “연대투쟁을 실천하는 정규직노조 지부장이 비지회 농성장의 출입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적고 있다. 쟁대위 결정을 이행하려고 했던 내 행동이 정규직노조의 이런 오해를 불러온 점에 대해서는 이미 이경훈 지부장에게 몇 차례 사과했고 다시 사과할 용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나는 이경훈 지부장의 멱살을 잡은 적이 없다. 내가 지부 상집들에 의해 멱살이 잡혔고, 신체가격을 당한 것도 나다.

서울시민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때렸다고 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쌓인 게 많아서 그렇겠지.’ 그러나 울산공장 안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때렸다고 하면 비정규직 스스로도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냐’며 스스로 반성한다.

차라리 현자지부소식지에 실린대로 내가 정규직 지부장의 멱살을 잡고 도대체 알 수 없는 신체가격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는 당당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사실 나는 매우 소심하고 겁이 많다.

진실은 오히려 이렇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인 나는 정규직 지부장의 멱살을 감히 잡을 용기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었고, 오히려 정규직 상집들에게 신체가격을 수 차례 당하고 병-신 취급을 당했음에도 먼저 진실을 알릴 용기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26일 저녁에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 노노갈등에 악용돼 보름째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정규직화 되기 전에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1공장 점거 조합원들의 투쟁에 자칫 혼선을 주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두렵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이 기고글로 26일의 사건이 일부 언론에서 부추기듯 노노갈등으로 비화되는 일이 중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태윤(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 2010-11-29 오후 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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