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양극화부추기는 등급제무혐의 결정 (교육희망 특별시론)

사설/칼럼
[특별시론]양극화 부추기는 등급제 무혐의 결정
출력하기
김정명신·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나는 특목고 학부모였고 지난 2004년,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의 학부모이다. 이웃 엄마들이 특목고 학생의 엄마를 부를 때는 ‘아무개 엄마’가 아니라 ‘○○외고 엄마’라고 부러움을 담아 부른다는 것을 지난 해 외국에 거주할 때 알았다. ‘특목고 엄마’는 외국의 교민사회에서도 여전히 인기였다. 그러나 나는 오래전에 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특권 - 고교등급제를 포기했다. 나는 고교등급제는 금지되어야 할 뿐 아니라 논술을 포함한 대학본고사, 기여입학제와 함께 ‘3불’로 법제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대학입시가 점점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로 변해가고 있고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교육불평등과 사회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강남이라도 소형아파트 밀집지역보다 대형아파트 밀집지역의 대학진학 내용이 다르고, 같은 자립형 사립고라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지역에 있는 학교가 그렇지 못한 지역에 비해 ‘SKY’ 합격률이 2배가량 높다. 최근 통계를 보면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많고 수능점수가 높다. 과거엔 특목고나 강남권 진입이 중산층도 가능했지만 점차 상류층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 노동, 임금의 불평등과 사회불평등이 서로 맞물리고, 대학입시를 매개로 학벌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이하 ‘함께 교육’) 은지난 2004년 10월, 교육시민단체와 함께 민변 소속 변호사 6인의 도움을 받아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를 형사고발했다. ‘세 대학이 전형요소로 제시하지도 않은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여 내신실질 반영률을 무력화시켰고, 대학교수들의 입시사정 업무를 방해하여 입시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훼손했다’는 것이 고발사유이다. 고교 등급제는 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과 출신고교의 합격 현황 및 입학자 결과를 근거로 학교를 등급 매기는 것으로 헌법에 명시된 ‘능력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부정한 일종의 연좌제이며 교육 차별이다. 실제로 고려대학교는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및 서류평가에 고등학교간의 차이를 활용한 보정점수를 추가로 부여하여 자의적으로 전형에 활용하였고, 학생부(교과성적)를 반영할 때도 기본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방법으로 학생부(교과성적) 급간 차이를 좁게 함으로써 입학사정에서의 실질반영 비율이 1.72%에 불과하도록 했다.

소송을 낸 후 1년 6개월이 지난 3월말, 서울 중앙지검은 이들 세 대학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미 교육부의 실태 조사와, 당해년도 수시 2차전형에서 강남 학생들의 합격률이 급감한 사실을 통해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것은 천하에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며, 고교 등급제로 피해를 본 수많은 학생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학측의 입장만을 고려한 정략적 결정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수능 반올림피해자소송 등 교육소송은 예외없이 질질 끌다가 법원과 법조문을 통과하면서 논란의 취지가 퇴색되거나 변색되어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판결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여정부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내세우면서도 공영형 혁신학교제도를 예고하였다. 이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한 실패를 자인하는 것인 데다가 교육재정의 책임 일부를 지자체로 넘겼다는 점, 운영주체를 민영화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몇 년후 이런 유형의 학교에서는 고교등급제 요구를 하게 될 위험이 크다. 참여정부가 사회양극화 해소에 진정성이 있다면 3불 법제화가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현재 1200개 일반계 고등학교중 특목고는 10%인 120개 학교이다. 이 숫자에 공영형 혁신학교가 더해지면 과거 명문 학교 수보다 늘어나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뿐 아니라 애써 이룩한 중학교 평준화와 고교평준화는 순식간에 붕괴된다. 이에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번 고교등급제 무혐의 판결에 대해서 항고하고 추후조치를 하여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고교등급제의 피해를 보지 않고 태어나서 자라난 곳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06년04월02일 14:14:1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