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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척뒤척.

1.

 

땀이 옷 위로 촉촉히 배어나오는 찌는 듯한 방에서, 차라리 이대로 탈수되어서 침대 시트 아래로 잦아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부터 조금 간사할 필요가 있었다. 수술 자국 투성이의 내 몸뚱아리를 굳이 내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2.

 

미련하고, 철없어서, 빈곤해서, 욕심이 많아서, 비현실적이라서,

 

그래서 나는 또 혼자다.

 

나는 그 시간들이 아까울 수가 없었어. 원래 그 시간들은 그를 위해 온전히 헌납된 것이었으니까. 아무리 내 뇌신경 하나하나를 지치고 절망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나는 내가 해야할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었어.

 

... 그래서 내가 멍청한 놈인 거지.

 

 

3.

 

당신에겐 따뜻함이 없어. 당신에게선 뛰는 심장소리도, 살가운 떨림도 찾을 수가 없어. 그래서 나는, 나를 나로 대하지 않으면서도 제발 좀 나답게 살라는 당신의 말을 도무지 따를 수가 없었어.

 

이제.. 그만해요. 그만 좀.

 

 

4.

 

가슴이 먹먹해서, 어떤 모국어도 목구멍 밖으로 나오질 못해. 고작 이딴 식으로 밖에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숨막혀.

 

웃기보다는, 밥먹기보다는, 만나기보다는, 숨쉬기보다는, 살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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