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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3
    여유와 체념의 사이.
    자격지심

여유와 체념의 사이.

나에게 30대는 언제올까.

어릴 때부터 30대를 꿈꿔왔다.

왠지 그 나이쯤되면 모든게 편안해질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마음에 여유가 올것만 같았다.

큰 욕심내지 않으며, 천천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20대 초반부터 난 그렇게 30대에 접어든 남자들이 멋있어 보였다.

내 또래의 남자 애들은 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보였고,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듯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30대가 체 4년도 남지 않은 지금

나는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다. 마음에 여유라고는 1g도 남아있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무거워질줄 알았던 여유는 가벼워지고, 여유가 떠난 자리에는 체념이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던 여유가 아닌 체념이 말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꿈을 부여잡고 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재능이라는 게 있고, 억울하게도 어릴 적 경험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노력만 한다고 모든 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세상은 징하게 변하지 않는 다는 것도.

 

노력해서 안 될 것이 없고, 운 따위는 변명이며, 우리는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던 내 믿음은

이렇게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숨을 쉬기 위해 체념하기로 했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는 점을 겨우겨우 깨달은 2년이 이렇게 지나간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썼건만.

 

이렇게 예상과는 다른 30대가 다가오고 있다.

여유 대신 체념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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