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
# 축제 -1
엊그제, 친한 선생님들 몇몇과 함께 한 술자리. 축제 기획을 맡은 선생님의 한숨이 길다.
“축제가 재미없겠어. 시낭송, 합창.. 이런 것들 뿐이야. 무슨 학예회도 아니고..”
암튼 항상 술이 문제다.
“그럼 안 되지! 우리라도 뭐 한번 해 볼래?”
결국..
머리에 내 얼굴보다 큰 꽃 달고, 남자 선생님들 여장 시키고..
카라와 미스에이에 빙의되어 5분 가량 무대에서 쌩~쑈~하고 내려왔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아이들 반응도 폭발적이었고.
준비 많이 해서 더 재미있게 할 걸.
후.회.막.심.
# 축제 - 2
통신과 아이들이 한달간 준비한 <Heart Beat>과 <가식걸>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아니, 완전 멋졌다. 꺄오~
반 아이 중 누구 하나 빠진 사람 없이 참여한 것도 기특하고,
준비하면서 때론 즐거워하고, 때론 감정이 상했을 것도 기특하고,
무대 마치고 내려와서 “우리 괜찮았죠!”라며 스스로 뿌듯해 하는 것도 기특하고.
그 반 담임 선생님은 전생에 얼마나 착하게 살았길래 그리 큰 복을 받은 겐지.
암튼 부럽다.
# 축제 - 3
우리 반 아이들은 그 어떤 순간에도 정중동의 자세를 지킬 줄 아는 아이들이다.
다들 축제의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에도 조용히 박수만 치며 자리를 지켰고,
심지어 담임이란 사람이 대표로 쌩~쑈~를 했어도 무반응이다.
솔직히 서.운.하.다.
좋았다. 별로였다. 왜 그리 춤을 못 추냐. 웃겼다.
뭐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그리 부.끄.럽.나? 아님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땠니? 왜 반응이 없어?”
“재밌었어요. 근데 저희가 이야기하면 선생님께서 민망해 하실까봐서요.”
역시 우리 반 아이들은 참으로 선비스럽다.
# 축제 - 4
축제가 끝난 뒤 첫 수업. 당연히 묻는 질문.
“축제 어땠니?”
“재미없었어요. 짜증났어요.”
“다들 진짜 열심히 준비한 거 같던데.”
“그게 뭐예요. 춤도 못 추고, 노래도 잘 못하고.”
“재미있는 거 하나도 없었어요.”
“네가 하면 더 잘 했을까? 넌 왜 안 나섰니?”
“제가 그런 걸 왜 해요! 쪽팔리게.”
축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드는 거야. 관람하는 게 아니고.
재미없었다면, 그건 너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
스스로 나서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남을 비판하는 건 비겁한 거 아냐!
또 욱! 했다. 그리고 일.장.연.설.
진도는.. 결국 못 나갔다. 이런 이런. 사회 선생이 아니었음 어쩔 뻔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