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곳은 음...지난 번에 다른과학자연대신문사 웹페이지에 썼던 글을 옮긴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글인 것 같아서.

---------------------------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글을 쓰고 이제 거의 1달 반이 지나서 다시 연락드리게되었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노트북도 하나 사서, 이제 한글도 아주 편하고 자유롭게 쓰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자주 연락드릴 수 있겠지요. 사실, 처음 여기 와서 뭐하려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될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냥 조용히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약간 하루하루 생활은 지겹구요. 그래서 '운동(exercise)'를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살고 있는 집의 부엌쪽 사진을 낮에 찍은 거랍니다. 그냥 약간 환하게 보이라고 노출을 키운거랍니다. 

 

 

이 곳은 거의 일년에 두세달(12월 중순-2월 중순)정도만 비가 찔금찔금 오고 나머지 날들은 전부 화창한 가을 날씨랍니다. 저녁에는 약간 쌀쌀하고요. 그래서 어디든 집을 구해도 별 상관없다고 처음에 생각했으나...이거 웬걸...서울에서 반지하와 옥탑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란 사실을 집을 구하려고 20 여군데를 돌아다녀보고는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깨달음이란 어리석은 것인데, 이곳은 돈이 바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인데 잠시 좋은 날씨와 깨끗하고 좋은 집들을 보면서 착각에 빠졌던 거죠. 인구밀도가 낮아서 약간의 상대적 착시를 일으킨 것 뿐이었다는 거죠. 여기도 싼가격의 집을 가면 그 집의 가장 않 좋은 곳-대로와 마주보고 있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거나 혹은 바닥에 딱 붙어 있거나 햇볕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거나 혹은 환경이 않좋은 곳이 랍니다. 환경이 좋지 않다라는 말은 그냥 거리를 둘러보면 깨끗하고 잘 정리되고 안전해 보이는 집과 그렇지 않는 곳이 너무너무 잘 구분되어서, 한 번 쓱 둘러보고 아! 이곳은 싸겠군..하면 십중팔구 가격이 싸답니다. 하지만, 위험한 곳이라는 소리를 소문으로라도 들었다면 그런곳에서 집을 구하는 건 그냥 포기하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집값이 워낙 비싼 곳이라서 무척이나 망설이다 여자친구가 그냥 한 번 좋은데서 살아봐~~~라는 한 마디에..에이..그래 내가 언제 한 번 이런데서 살아보려구...하면서 큰 맘먹고 이층에 위치한 침대방이 하나 따로 있는 집을 6개월간 계약했습니다. 월세는 한달에 1000달러. 이곳의 평균가격이랍니다. 여기서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원룸은 대략 850달러 정도. 처음에 제가 보러 다닌 집들은 600에서 800달러 사이의 스튜디오들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대학에 다닐려고 서울로 올라온 이래 가장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죠. 그렇지만 '그냥 한 번 좋은데서 살아보자'라는 마음이었기때문에 6개월만 지나 계약이 끝나면 다시 작은 원룸을 구해볼 생각입니다. ^_^.

 

 

안녕하세요 연락이 늦었네요

 

연락이 늦었네요. 그래도 사람들이 가끔씩 여기 들르겠죠? 벌써 여기 도착한지 2달이 지났습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휙 지나가버렸네요. 지난 2달동안 이것저것 서류처리에 밀린 연구에 집구하고 하다 보니 전부 지나가버렸네요. 연락을 너무 늦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바로 옆에 붙어 있어요. 한국에서 서울 옆에 있는 부천 정도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도시가 미국 기준에서 보면 굉장히, 아마 가장 진보적인 곳일 거라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물론, 전 다른 곳을 본적이 없으니 알 수 가 없지만요. 예를 들면 소상인 보호 정책때문에 버클리 시 조례로 학교 근처에는 맥도날드, 버거킹같은 대형 체인점이 들어설 수 없답니다. 복사집 체인도 없어요. 그리고 주민투표로 월마트의 입점을 부결시키고..... 여하튼 이런저런 걸 보면 이곳은 그래도 미국에서 '사회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살아있는 곳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예기를 들어보면 흑인/백인을 섞어서 초등교육을 시키는 정책은 백인들이 대거 다른 곳으로 떠나 버려서 실패도 했다구 하고...이곳은 살기가 무척 좋아서 집값이 무척이나 높답니다.(미국에서 세번째정도) 그래서 흑인들이 인근의 또 다른 큰 대도시 오클랜드 라는 곳으로 밀려나게 되고, 그곳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총기사망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오클랜드는 부천을 버클리라고 하면 성남정도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러니 아주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다르다는 거이죠. 하지만 이 정도는 미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빈/부(흑/백)차이(차별)의 완화된 버전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심한 곳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집을 구하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면 금방 알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 xxx street 너머는 위험하다 라고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그곳을 가보면 정말 거짓말처럼 xxx street 너머는 동네의 분위기가 다르고 한눈에 보기에 집들이 싸보이고 정말 싸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곳에서 집값을 아끼며 살기에는 총기사망율 통계 때문에 섵불리 들어가기가 꺼려지기도 하구요.

여하튼 침대방이 따로 달린 아주 좋은 집을 구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다니려고 서울로 올라온 이래 가장 호화로운 집에서 살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 올리는 곳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곳은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일년에 3달 정도만 비가 찔끔찔끔 옵니다.(12월 -2월). 그리고 일년 내도록 한국의 가을 날씨가 거짓말 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됩니다. 여기 온지 두달동안 단 하루도 하루종일 흐린날을 본적이 없어요. 그리고 덥지도 않고....결국은 기후는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죠. 아침에 굉장히 짙은 안개가 끼어서 산에 있는 나무들이 비가 오지 않는 가뭄때문에 죽는 일도 없어요. 그렇지만 조금 지겹답니다.

모두 가족 중심의 생활이고 학생들이 있어도 중심의 번화가를 빼고는 저녁 8시 쯤되면 쥐죽은 듯 고요해진답니다. 신림동에서 살다가 바로 이곳에 오면 뭔가 엄청나게 변했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죠^_^ 매일매일이 똑같은 날씨와 똑같은 생활때문에 조금 지겨운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갈등도 많았었는데..(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지금은 그냥 잊어버리고 묵언수행하듯 (별 할말도 말할사람도 없기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출퇴근하고 있는 물리학과 건물 사진도 한장 올릴께요. 사진에 보이는 건물 5층에 제가 있답니다.

 



이제 한국은 장마철이겠지요. 반지하에 살때만 빼고는 장마철의 빗소리의 시원함을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몸건강히 잘지네고 연락하며 삽시다!

그럼 안녕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