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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감동

  • 등록일
    2009/03/09 17:22
  • 수정일
    2009/03/09 17:22
88년, 89년. 토요일 4교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우르르 친구 집 아무 곳에 들이닥쳤다.
친구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라면을 대충 먹고 다들 TV 화면 앞에 몰려들어
알아 듣지도 못하는 채널 2번을 튼다.
AFKN에서는 곧 그랜드 캐년 같은 거대한 협곡 위를 한참 비행하는 장면을 비추다가
곧 카메라는 거대한 로고와 함께 열광하는 링을 비춘다.
WWF의 스타들. 헐크 호건, 마쵸맨, 워리어, 경찰(우린 영어를 잘 몰랐기에 그냥 복장 따라 불렀다), 하트맨, 언더테이커, 장의사(워리어를 미리 준비해 온 관에다 가둬 버렸다) ...







연인 손에 이끌려 영화를 택했지만,
영화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 속 닌텐도 게임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나인 하프 위크의 그 섹시 가이 미키 루크가 지금은 저런 모습이란 것도 놀랍고,
주류 세상에선 실패하고 그 자신의 링으로 다시 올라가는 모습은 왠지 목을 매이게 했다.
너바나를 욕하고 80년대의 건즈앤 로지스와 머틀리 크루, 데프 레파드를 줄줄이 읊는 장면도 좋았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주제곡 첫 소절도 가슴을 친다.

하루의 경기가 끝나고 링 뒤 대기실에서 따뜻하게 서로를 격려하는 레슬러들의 모습도 정겹고,
관중을 위해 선혈이 낭자하는 고통을 아랑곳 않고 연기와 쇼를 펼치는 모습에 아.. 대체 왜 사람들은 저런 잔혹함에서 만족을 느끼는지 아연하기도 했다.

여러 영화 평처럼 신파지만, loser와 그를 연기한 배우의 삶이 겹치는 탓에 알 수 없는 감동을 준 영화.
아아.. 소탈하고, 소박하게 살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었던가... 인생이란...





THE WRESTLER film clip #3-"Im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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