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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몽구스 3집 [The Mongoose]

몽구스 3집 [The Mongoose]

군대 갈 때가 다 되니 간만에 꽁돈이 좀 들어와서, 그동안 못산 씨디 살 겸 해서 신촌 향뮤직에 가서 몽구스의 3집과 할로우 잰의 신보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루시드폴의 라이브 앨범이 향뮤직에서 나가려는 저를 잠시 머뭇거리게 했으나,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습니다.(한번 싸이월드라든가 네이버 가서 음원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되겠어요.) 마침 웨이브에 몽구스 3집 어떤지, 에 대한 글도 있었고 해서 몽구스를 먼저 듣게 되었습니다.(사실 요즘 여기저기서 말이 많은 할로우 잰이 더 궁금했는데 일단 보류~ 했습니다.)

몽구스의 첫번째 앨범은 [Early Hits Of The Mongoose]는 여러 면에서 비평하기 까다로운 앨범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말이 히트송 모음집이지 사실은 지금까지의 데모를 모아놓은 조악한(나쁜 뜻의 조악함은 아닙니다) 앨범을 듣고 몽구스의 진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지로 몽구스가 "앨범"다운 "앨범"을 발매한 것은 2집 [Dancing Zoo]부터 였는데, 이 앨범부터는 현재진행형의 몽구스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몽구스를 정의함에 있어서 현상적으로 가장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징후는 기타가 없이 키보드가 전반적인 사운드를 조율한다는 점인데, 사실 그 것은 관점에 따라서는 장식적이거나, 표면적인 데에 그칠 수 있습니다. 몽구스의 라이브를 경험해보신 분은 공감하시겠지만 사실상 몽구스가 가지고 있는 (마치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의외의 광폭함은 피킹 베이스의 둥둥거림, 그리고 중간중간 폭발적인 오버드라이브 걸린 베이스에서 비롯됩니다.(드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드럼만큼 직설적인 악기는 없으니까요. 최근의 드러머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네눈밖이와 코코어의 류광희님의 드럼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2집은 생선 반토막만큼 아쉬운 앨범이었습니다. 라이브에서의 속속들이 박히는 키보드 사운드와 시쳇말로 가슴을 울리는 베이스 라인, 그리고 역시 시쳇말로 어딘가로 우리를 인도해주는 드럼이 조화롭다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예상치 못했다고 하여야 될까요, 물론 그와는 별도로 [Michael Jackson], [나빗가루 립스틱], [춤추는 동물원] 등의 곡은 인상적이었으며, 또 그 후로도 종종 음반을 듣게하는 원동력이 되는 좋은 곡들이었습니다.

자 그리고 이제 3집, [the mongoose].

전작들의 사운드가 몽구스의 라이브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결과물이라는 판단 아래서, 몽구스의 새로운 앨범은 놀랍게도 라이브에서의 사운드를 거의 대부분을 섬세하게 집어내고 있습니다.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김성수 분의 힘이 꽤나 크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슈가도넛이라든지, 에브리 싱글 데이에서 좋은 사운드를 선보여준 김성수 프로듀서는 지금까지의 행보 중 가장 엇나가는 듯한 몽구스의 앨범에서도 (이 정도면 정말로) 멋진 사운드를 선사했습니다.

앨범 초반부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몽구스의 지극히 발랄한 댄스 팝의 향연입니다. 좋아진 사운드에 힘입어 지금까지의 앨범 들 중에서 가장 댄서블한 노래들을 선사합니다. 어디선가 조이 디비젼의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 "춤을 추기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선포하는 듯한 첫 곡 [UFO]로 기분좋게 포문을 열어 젖히고 정신없는 팝은 네번째 트랙인 [Pintos]까지 그대로 이어집니다.(덧붙이자면, 앨범 초반부의 끝을 알리는 [Pintos]는 지금까지 몽구스의 작업물 중 마스터피스~! 라고 할만한- 총체적인 트랙입니다. 2집까지의 댄서블한 곡들의 정수만을 모아담은 듯한, 멋진 곡입니다. 저라면 뮤직비디오를 찍어볼텐데...)

하지만 아무리 좋은 트랙들이라고해도 동어반복이 계속 되다보면 서스펜스는 떨어지기 마련, 본격적으로 앨범 중반부로 들어서는 다섯번째 트랙 [나는 알아요]부터 몽구스는 의뭉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훨씬 스트레이트한 편이지만, 전작의 [춤추는 동물원]을 연상하게 하는 [나는 알아요]가 지나간 뒤, 엉뚱하게도 키보드 한대와 음울한 목소리만으로 노래하는 - 굉장히 포크적인 [초록빛 휘파람]이 지나고나면 초반의 발랄 댄스팝은 어디 갔느냐고 묻는 듯, 기존의 이미지에서 조금씩 뒤틀린 모습들을 보여줍니다.(후반부에서 정석적인 몽구스 클리세라 부를만한 댄스팝은 [88] 정도입니다. 그나마 [88]도 한국의 88년도를 연상하게 하는 소스들로 범벅이 되어있습니다.) 셔플 리듬에 스탠다드 재즈를 흉내내는 듯한 리듬으로 시종일관 걸어가는 [바람이 우리들]까지 듣다보면 우리가 몽구스에 와있는건지, 아니면 다른 별에 와있는건지 잠시 헷갈리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몽구스의 이러한 시도가 이질적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몽구스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소스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곡에서 몽구스는 영민하게도, 좋은 멜로디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정말로 몽구스는 댄스팝만이 아닌, 모던록 계를 휩쓸어버릴 생각인걸까요? 후반부의 록킹한 곡들을 들으면서 아하~! 손바닥을 치게 됩니다. 사실 몽구스의 앨범을 구매하면서 누가 이 앨범에서 마치 잘나갔던 때의 '언니네'라던지. '델리'의 완성도 있는 앨범을 듣는듯한 소박한 정서적인 울림을 바랬을까요. 이미 몽구스는 몽구스 클리세를 훌륭히 극복한 듯이 들립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이상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몇가지 사족을 곁들이자면, 사실 6번 트랙인 [초록빛 휘파람]은 다소 길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몽구스의 자장 밖에 있는 또다른 밴드인, 스타리-아이드와 함께 연주했으면 좀 더 멋진 곡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들. 그리고 기타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이쯤되면 약간은 꼬장꼬장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 정도는 (심지어 명반이라 불리는 앨범에서마저도) 어디서나 존재하는 몇가지 사소한 오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몽구스의 이번 앨범의 홍보 헤드 카피가, "젊음 있는 가정마다 한 장씩!" 이었는데, 100프로 동의합니다. 이 정도의 댄스팝, 혹은 모던락이라면 제 아들, 딸들과도 꼭 함께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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