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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아파트-환산하면 30조원, 고난의 시작

'IMF 10년차' 다시 찾아온 부동산거품 공황  
  <분석> 미분양아파트 10만채 환산하면 30조원, 고난의 시작  
 
  2007-11-20 11:25:25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세간의 관심이 온통 '김경준 입'에 쏠려 있다. 그럴만도 하다. 앞으로 국정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데 있어 결정적 변수가 될 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정치에만 쏠려있다. 지금 우리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에 대해선 관심이 너무 적다.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미분양아파트가 10만채를 넘어섰다. IMF사태때 최다 미분양 기록을 깼다. 연말까지는 12만채로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이미 '제2의 IMF사태'를 맞고 있다. 고분양가 폭리를 취해온 업계의 자승자박이다. IMF 10년을 맞이한 올해 예외없이 'IMF 10년차 증후군'이 우리를 찾아온 셈이다. 'IMF 10년차 증후군'이란 IMF를 겪은 나라들이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IMF사태 10년째 되는 해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곤 한다는 얘기다.

IMF 10년을 맞아 언론과 연구소에서 기사나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점은 좋아지고 저런 점은 나빠졌다는 식이다. 하지만 정곡을 찌른 보고서나 기사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IMF 10년차 증후군' 말이다. 이미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부동산거품 말이다.

미분양 아파트 10만채로 다시 돌아가보자. IMF사태때와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때보다 아파트값이 3~4배나 폭등했다는 사실이다. 업계가 떠안게된 부담이 몇배나 크다는 얘기다.

10만채를 돈으로 환산해보자. 서울 등 수도권은 평당 분양가가 1천만원을 넘은지 오래다. 부산 등 큰 도시도 그렇고, 나머지 지역도 거의 1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미분양 아파트 평당 가격을 1천만원이라 치자.

지금 미분양된 아파트 대부분은 서민용 소형아파트가 아니다. 최소한 30평대이상 중대형이다. 이 또한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미분양 아파트 평균 평수를 30평으로 낮춰 잡자.

그렇다면 30평 아파트 평균가격은 3억원이 된다. 3억원짜리 아파트 10만채가 미분양되고 있다면, 묶인 돈은 얼마일까. 30조원이다. 연말에 12만채가 되면 더 커진다.

지난 3월 미국의 부동산거품이 터지며 월가에 1차 서브프라임 쇼크가 왔을 때 미연준이나 월가는 피해액이 5백억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웃기는 얘기였다. 미국의 모기지대출 규모는 10조달러. 이 가운데 금리 두자리 숫자의 서브프라임은 12%, 1조2천억달러다. 당시는 연체율이 급증하던 추세. 최소한 4천억~5천억달러 손실은 불을 보듯 훤했다. 하지만 충격을 숨기려 쉬쉬 하다가, 2차, 3차 쇼크를 겪고 나서야 요즘 들어 손실이 4천억달러가 될 것이라는 월가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경제덩치가 엄청나게 큰 미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미분양 10만채, 30조원이란 수치가 향후 한국경제에 가할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식 부동산거품 파열'이라면 미분양 사태는 '한국식 부동산거품 파열'이다. 거품 파열은 말 그대로 거품이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분양의 근원은 과잉공급-고분양가다. 지난해말 지방의 주택보급률이 126%에 달했다. 실수요보다 엄청 과잉공급됐다는 얘기다. 고분양가 폭리는 서울 SH공사가 밝혔듯, 분양가의 절반이상이다. 이런데도 건설업체들은 계속 지어대고 분양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 '미분양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이상한 일이고, 앞으로 '부도 대란'이 발생하지 않아도 괴이하다.

상황이 손 쓰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지자, 정부가 기껏 꺼내든 카드가 '미분양아파트 사주기'다. 국민 돈으로 부도를 막자는 것이다. 사실상의 '10년만의 공적자금' 투입이다. 당연히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 왜 국민 돈으로 그동안 5년간 단군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한 건설업자들을 구제하냐는 반발이다. 게다가 정부는 말만 꺼냈지, 재원 준비는 전혀 안돼 있다. 올해 사들일 미분양 아파트가 고작 7백채다. 나머지는 다음 정권 몫이다.

부동산거품 파열 얘기를 하면 정부는 은행들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아파트값의 40%만 대출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약한 고리가 있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이 약한 고리다. 이들이 건설업계에 대출해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만 70조원이다. IMF사태 때도 약한 고리인 종금사부터 부도가 나면서 금융대란이 왔다. 1금융권과 2금융권은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다. 2금융권이 무너지는데 1금융권이 멀쩡할 수 없고, 1금융권이 흔들리면 기업과 가계가 휘청되게 마련이다. 여기에다가 미분양 대란의 여파로 본격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값 거품까지 꺼지기 시작하면 상황은 예측불허다.

그러면 정부는 말한다. 10년전과 비교할 때 기업 체질이 더없이 튼튼해져 제2의 위기는 없다고. 맞다. 많이 튼튼해졌다. 재무구조도 양호해졌다. 하지만 전체기업의 3분의 1은 이자비용도 벌어 못갚고 있는 한계기업들이다.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중소기업이 쓰러지면 실업 급증, 소비 급감, 카드부실 재연 등 후폭풍은 파괴적이다.

일본도 90년대초 거품이 터져 장장 13년간 극한고통을 겪었을 때 대기업들은 잘 견뎠다. 1백여개에 달하는 세계적 일본 대기업들이기에 해마다 엄청난 무역흑자도 냈다. 그럼에도 부동산거품 파열의 고통은 엄청났고, 수많은 중산층이 몰락하며 치유불능의 양극화 사회가 됐다.

우리는? 미안한 얘기지만 일본같이 내수붕괴에도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세계적 대기업이 우리에겐 몇 안된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게다가 이들 기업마저 고유가-원자재 폭등에 따른 범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위기, 채산성 악화 등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경상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부동산거품이 터졌을 때 일본처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란 얘기다.

다음 정권은 누가 잡더라도 승리의 '환희'는 잠시, 재임기간 내내 '고통'스러울 것이다. 거품을 만든 전임정권들에게 시쳇말로 이가 갈릴 것이다.

게다가 지난 5년 우리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경제마저 내년 올림픽을 전후해 세게 조정을 받을 게 분명하다. 중국 또한 부동산-주가 등 자산거품이 잔뜩 끼어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 경제마저 휘청된다면 우리 경제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낭떠러지다.

지금 우리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그런데도 앞으로 5년, 고통이 극심할 향후 5년을 책임지겠다는 차기지도자들은 7% 성장, 8% 성장만 말한다. 내가 되면 곧바로 '황금시대'가 열린다는 식이다. 그래서 믿음이 안간다. 불안하다.

'위기'를 아는 지도자가 안보인다. '위기'를 말하는 이가 없다. 'IMF 10년차'를 맞은 2007년말 한국 정치권이 보여주는 암울한 풍광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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