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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중-진, 사랑을 탐구하다 2

" 진아, 왜 그래, 별 일도 아니쟎아. "

정원이 빠른 걸음의 진의 곁을 동동거리며 쫓아오며 말했다.

" 응, 지금 화내는 거야? 나한테? 그러지 마, 너두 알쟎아, 이런 거..."

진은 우뚝 멈춰섰다. 자신의 눈 바로 아래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있는 정원의 얼굴, 그 처연히 맑은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뭘? 뭘 알아야 하는데? 내가...

" 이거...설마 모른다고 하는 건 아니지? "

정원은 여전히 맑게, 꿰 뚫을 것같은 투명함을 내비치며 진을 올려다보고있다.

" 넌 안 해?  자위...다들 해, 하쟎아. 그걸 좀 같이 한 거 뿐이야. 뭐 그리 나쁜 일도 아니쟎아. 안 그래? "

그래? 그런가? 진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진은 해 본 적 없었다....

그 단어를 모르는 건 아니었고 그 뜻을 모르는 것도 아닌것 맞다. 하지만 이게 그런 건가? 그게 대체 뭐지?

" 진아...왜...날 부끄럽게 해.... 넌 여자가 자위하는게 나쁘다고 생각해? 그런거야? "

나쁘다...그 말은 옳다라든가 정당하다라는 말의 반대말이 아닌가? 그런 식의 술어와 연관시켜 본 적 없다.

" 생리적인 거야. 너무 많이 하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일상생활에 지장받을 정도만 아니면 괜찮다고, 그냥 자연스러운 거라구....넌 그렇게 알고 있지 않아? "

" 알았어. 그냥 좀 놀랜 것 뿐이야. 알았으니까 그만 해. "

진은 정원과 빨리 헤어져 집으로 가고 싶었다.

정원은 5학년 때부터 자위를 해왔다고 말한다. 자기도 중학교 때는 이런게 나쁜 건 아닐까  병이라도 걸리는 건 아닐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었다고. 하지만 상담실에서 어렵게 " 자위하는 거 안 좋은가요? " 하고 물어보니 선생님이 괜찮다고 너무 많이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그랬다고 한다. 여자아이들 뿐 아니라 남자아이들은 더 많이 더 자주 하고 서로 그런 얘기도 많이 한다고, 이상한 비디오 빌려서 같이 보면서도 막 그런다는 얘기를 막 한다. 내가 무슨 사춘기 성교육 받는 중딩이냐......진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사실 자기가 성교육이라고 받은 건 중2때 가정시간에 슬라이드로 아기 낳는 걸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생겨서 자궁에 착상해서 어쩌고 하던 것 밖에 없었다. 그림으로 그려져있던 자궁의 기이한 모양, 나팔관 어쩌고 하는 그저 모양을 따서 붙인 명칭이 좀 우스웠다는 기억, 그리고 어떤 외국여자가 고통스럽게 출산을 하는 모습을 담은 슬라이드영상....그 어둠침침한 시청각실에서 아이들은 놀라움과 무서움을 느끼며 괴성을 질러댔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남은 건 애 낳는 건 너무 아플 것 같다는 공포,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정원의 말대로라면 그 시절, 그 때에도 애들은 자위를 하곤 했던 걸까? 근데 자신은 왜 그걸 몰랐을까? 아니 왜 아까 그 정원이 하던 것 같은 그런....자신의 음부에 손을 대는 그런 행위를 해 본적이 없었을까....정원의 말처럼 아주 어린아기들도 본능적으로 자위를 한다면 나는 왜? 내가 그냥 좀 남자같은 게 아니고 뭔가 문제가 있나? 하지만 정원이 " 넌 안 해?" 라고 말했을 때 진은 본능적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왠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을. 그 느낌을 모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여자애들이 소근소근대는 사랑이니, 키스니, 섹스니 하는 얘기들은 최근 들어 훨씬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진도 곁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영화에서 키스하는 걸 잘 보라구, 우리나라 배우들 말고 외국배우들이 하는 걸, 턱을 움직이지 않냐고 입술을 벌리고 있지 않냐고...혀를 넣어서 하는 키스를 프렌치키스라 그러는 거라구 누군가 아는 체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가 왕자님과 부등켜안고 있는 모습 밖에 모르는 여자애들은 아냐, 그럴리가, 더럽게시리... 하고 반박하기도 했지만 번번히 비웃음을 사곤 했다.

진은 기억을 더듬어 훨씬 더 어렸을 때 삼촌이 잠시 얹혀살 때 혼자 들어가 본 그의 방바닥 자리밑에서 발견한 얇은 소설책 같은 걸 읽었던 생각을 했다. 여자의, 아마 소녀의 벌거벗은 몸에 대해 묘사한 글들이 있었다. 부드럽고 하얀 허벅지라든가, 그 깊은 골짜기의 샘이라던가 뭐 그런 표현들을 봤던 것 같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리고 들끼면 안될 것 같아 다시 그 자리에 살며시 끼워두고 방을 나왔었다. 아무한테도 그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엄마는...엄마는 왜 내게 이런...아니 성교육을 시켜주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이 슬쩍 들었다. 엄마는 항상 부드럽고 포용적이었고 동생 이수와 차별을 두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었다. 어릴 때는 안아주기도 했지만...그다지 스킨쉽이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은 갑자기 엄마가 궁금해졌다. 벌써 전부터 별거 중이었다. 외박을 한 일도 없다. 엄마가 애인 비슷한 관계의 사람이 있다고는 상상되지 않았다. 엄마는 자기 일에 열심이었고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갖는 사람이었다. 생활에 있어 무척 스탠다드한, 반듯한 기본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엄마가 성을 모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자기를 낳았고 몇 번이나 임신을 했는데.....가정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임신에 성공하려면 배란기를 맞춰야 하고 뭐...암튼 섹스를 많이 해야 한 번씩 아기를 낳는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 혼자 잠자는 우리 엄마는 성생활을 어찌 하시나? 역시 자위? 그런가? 언제? 밤에? 그래서 자기는 전혀 몰랐을 수 밖에 없었을까? 하지만 내가 밤중에 깬 것도 여러 번 있었는데.....그 땐 안 했나?

진은 어쨌든 엄마도 자위를 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논리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누구나 생리적으로 하는 거라는데....그건....땀을 많이 흘리는 일 같은데.....어떤 기분일까....정원은 뭔가 무척 좋은 듯, 흡족함을 아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감정, 아니 감촉인 것처럼 보였다. 정원과 같이 다니기 시작한 지난 6개월 동안 이렇게 전혀 공감이 안 가기는 처음이었다. 진은 밤새 뒤척였다.

 

그 후로 정원이 다시 그런 행위를 보인 적은 없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하지만 그 전보다 정원은 훨씬 더 붙어다니려 했고 같이 걷거나 나란히 책상 앞에 앉을 때면 손을 잡거나 팔을 걸거나 책상 위에 올려놓은 손등 위로 자신의 손바닥을 겹치며 간질이거나 하는 행동을 자주 했다. 진은 주변에 아이들이 없을 때면 또 다시 키스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상하게 눈 앞에 자꾸 어른거리는 정원의 붉은 입술을 보면서 하게 되곤 했다. 피곤했다. 이런 생각을 자꾸 자꾸 하고 있는게. 일일찻집 앞에서 혜정을 보고 난 후 부터는 피로감이  배로 커진걸 느끼며 골치가 아프려 했다. 아이들이 슬쩍슬쩍 넘겨보던 사진이 많은 잡지를 등너머로 훔쳐보기도 하고, 누구네 집에 언제 모인다는 쑥덕거림에 한번 끼어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이 자기 눈 앞에서 잡지를 숨기지 않았다면, 자기들 얘기를 진이 들었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지 않았다면 자신도 자연스럽게 한 마디쯤 던져볼 수 있었을 텐데....아쉬웠다. 그리고 어느 겨울밤, 동생 이수의 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새어나오는 숨소리, 그 가쁘게 헉헉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얼른 제 방안으로 뛰어들려다 조금 더 방문 앞에 머물렀던 일이 있고나서 진은 이젠 화가 나려 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책을 구해야 할 지, 누구에게 물어야 뭔가를 볼 수 있을 지 답답하기만 했다. 이런 얘기....상담이랍시고 엄마에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엄마는, 너무 고결해 보였다.  그러면 정원에게? 진은 정원의 스킨쉽도, 솔직함도 그리고 그 혀를 넣는 키스의 기억도 싫었다. 왠지 모르지만....그 남자애들과 손을 잡았을까? 그리고 또 뭔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보고 싶었다. 혜정...그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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