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거대 자본을 비판하는 나의 영화는
웃기게도 대자본 유통망을 통해 전세계에 보급되고 많은 이들이 보게 된다..
왜 자신들을 없애버려야한다는 내 영화를 그들은 배급하는걸까?

그건 그들의 탐욕 때문이다..
돈이 되면 그것이 훗날 칼이 되어 자신을 벨지도 모른다는 것을
망각하고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의 힘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영화를 보고 
그 자리에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내 영화를 보는 수많은 이들 중에서 누군가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것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화면 속의 사람들의 비명과 울부짖음으로 서늘하게 시작했던
<화씨 9/11 Fahrenheit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의 말이다..
정확히 이렇지는 않았지만.. 뭐 비슷한 취지의 말이었다..;;

 

흠..
거대자본 유통망 의존(혹은 활용)에 대한 변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민중의 힘에 대한 신뢰로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확실히 '민중의 힘'에 힘주어 말하긴 했다.)

 

그의 영화를 보고.. 내 노래를 듣고..
누군가는 그저 한낱 리듬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피로 만들어.. 그 피를 들끓게 하여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것을 믿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무어 감독식 거대자본의 유통망 사용에는 흔쾌히 손 내밀기 쉽지 않다..
석연치않은 무언가가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의 영화로 번 돈.. 나의 노래로 번 돈으로 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EMI가 무기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 계약하고 음반을 낸다던
첨바왐바의 말이 쓰레기처럼 들렸던 이유가 아마 이것이었나?

 

'지금은 무기거래를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너희들을 광고하는 돈의 일부는 그렇게 번 돈일지도 모른다..'

'너희를 통해 번 돈으로 그들은 저작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로비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나 역시 그들과 별다르지 않은 전력이 있음에도 번민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99년에 발매한 꽃다지 3집음반의 유통은 두 줄기로 이루어졌다..


기존의 민중가요의 독자적 유통망(주로 노문센터와 보따리 장사)과
신나라 유통이라는 한국 최대의 유통망..
전체음반판매량의 60% 정도가 한달만에 신나라를 통해 팔렸고
그 수입은 고스란히 우리 손에 떨어졌었다..

 

독립레이블을 만들고 독자적인 유통을 한다는 것은
인터넷이 활성화된 21C 2005년에도 너무 많은 포기를 강요한다..
음반법 개정 이후로 독립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는 것까지는
식은죽 먹기 된지 오래이나,

유통은 사정이 다르다..
거대유통망을 통하지 않겠다는 것은
보따리 장사만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며
그 판매량은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질 것이다..

 

내년에 나올 꽃다지 정규4집의 유통을 어떻게 할것인가?


꽃다지 식구들에게 몇년전부터 공언했듯이
아마도 이번 음반이 손으로 만지는 마지막 음반이 될지 모른다..
다음 음반은 디지털 음반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유료로 할지 무료로 할지는 차후의 결정으로 남기더라도..


반자본을 외치면서
정작 그 실천은 주저하게 되는 것은
그로 인해 얻지 못하는 것이 너무 치명적인 크기가 되버린 현실 때문일게다..

 

그렇다면 실천이냐? 혹은 수능이냐?
양단간의 결정이란 말인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당신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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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5 02:47 2005/10/0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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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Scrum 2005/10/06 04:14 URL EDIT REPLY
스탈린이 '우리가 자본가들을 목메달려고 계획하면 자본가들은 우리에게 교수대를 팔 것이다'라고 했다는 말도 생각나는데.. 시스템을 거스른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시스템을 구축해가지 않고, 그들의 시스템을 그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의지하면 결국 우리도 그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리지 않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