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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일이다

며칠 전 북한 핵이 터지고 나서 계속해서 일간지 1면은 북핵 문제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북핵을 득이라고 말할 만한 지점은 내가 생각할 때 단 한 가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민족주의 운동을 하고 있는 동지들의 생각에는 어떤 지 모르겠지만 좌파진영에는 결코 유익하지 않다. 북핵의 문제는 적어도 세 가지의 직격탄을 좌파 운동에 때려버리고 말았다.

 

하나는 원칙적으로 핵을 반대해야 하는 것이 올바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입장이 모호해진 좌파 운동의 대중적 입장에 대한 난감함이다. 북핵의 문제가 미국의 외교적 압박에 의해서 펼쳐진 정치적 문제의 연장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다. 이것도 저것도 비판하려니 전선이 흐려지는 게 당연하다. 대자보건 성명서건 무엇을 내놓던 북한의 핵이 동아시아 핵과 전쟁 정세에 해악을 끼치는 동시에 미국의 핵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가 원칙임이 당연하다.

 

하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성명서는 북한의 옹호론자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여 대중들의 분노를 사기 쉽다.(부산대학교 도서관에서 다함께의 대자보를 보는 학생들의 말이 이렇다) 분명히 원칙을 말했지만 설명이 너무 많이 필요한 현실이 문제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명들을 제대로 읽었다 치자. 차라리 북한이 핵을 쏘았기 때문에 핵 보유를 통한 힘의 논리에서 북한이 열세를 벗어났다고 말하는 우파적인 동지들이 입장이 더 명확하고 실제로 대중들도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깔려 있다. 좌파 진영의 물리적 파괴력이나 실력이 저하되어 버린 지금 "원칙의 제기" 가 "양비론" 으로 둔갑되어버릴 가능성과 더불어서 또다시 나이브한 세력으로 밖에는 읽히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점이 참으로 빌어먹을 현실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생각 외로 운동진영 사이에서 이 일에 대해서 통일된 시각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반전 반핵의 원칙이 이 북핵 정세 앞에서 운동진영이 통일적으로 제기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차라리 잘됐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오히려 전쟁위협을 경감시켰다고 말하는 민노당의 활동가 모 씨의 발언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핵우산이나 핵전쟁 위협에 대해서 반대하는 반전반핵의 동아시아에서의 투쟁의 일단 목표는 남한도 북한도 일본도 중국도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농후해짐에 따라서 가중되는 위협적 정세의 저지이다. 어느 쪽이 되었건 핵을 한 국가라도 더 보유하고 실험까지 감으로 인해서 그만큼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게 되어버린 것이다.

 

세 번째 직격탄은 북핵으로 인해서 한미 동맹의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와 대북 정책의 강경화를 외치는 세력에게 기를 살려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현재적 투쟁 과제의 쟁취 여부 조차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좌파 운동 만이 아니라 전체 운동진영의 고민이 가속될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한미 동맹의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의 대표격인 한나라당이 지금 국회에서 기고만장하게 날뛰고 있는 데다가 - 북핵 비상 대책을 위해 국회 소집이 되었는데 한나라당 때문에 몇 시간이나 연기되어버린 꼴이라니 이 지배계급들은 어찌 이리 노골적이고 또한 저능한가. - 이것이 전체 운동 진영에서 강고하게 투쟁해야 하는 한미FTA 문제에 있어서도 영향을 줄 것이 다분하고 더군다나 남한의 군사화 추진을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자명함에 따라서 정세는 점점 더 엄혹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생각 나는 대로 적었는데 여하튼 단 한 가지도 좌파 진영에게 그리고 최종적으로 남한 인민에게 유리한 일이라곤 없는 이 북핵 정세라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추신:::

 

제대로 생각을 해 보기 전에 북핵 때문에 얼마 전에 제대했는데 또 군대로 끌려가야 하나, 라는 어이없는 본능적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군대를 제대한 보통 남성들은 아마도 평소에 이 비슷한 문제가 터지면 그런 두려움을 늘 느끼고 살지 않았겠냐, 라는 생각이 들자 생각만 해도 오싹해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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