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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의한 의사에 대한 궁시렁~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데굴데굴 구를 만큼 아파도 병원가기를 미뤘던 것이어야.

사람을 도대체!!

 

 

1. 사건이 있기 전날 밤:대게 회동

 

평소 비싼 음식들을 먹을 기회도 없고

다행히 욕구도 없다.

그런데, 몇가지 음식에 대한 집착(?)이 생길 때가 있다.

갑자기, 메운 아구찜이 간절해거나

줄돔회에다가 소주한잔, 산낚지, 산오징어,문어...등에 소주..

특정 브랜드의 특정 소스를 곁들인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어 질때등...

1년에 한두번, 그렇게 간절해 질 때가 있다.

 

그런 것들중 하나가

가을에서 겨울쯤으로 올때 대게에 대한 갈망이다.

몇년전까지 찌게에 넣은 꽃게에 대한 기억이 전부였는데,

어쩌다 먹어온 홍게로 부터 시작되어

친구를 따라 다니다 먹게 된 영덕대게맛에 그냥 홀딱 빠졌다.

 

그런데, 너무 비싸.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한 번을 먹고 나면

절대로 먹을 음식이 못된다며 욕구명단에서 제외시키려 하기를 수차례 반복했으나

계절이 되어 거리거리에 대게가 꿈틀대기 시작하면

어디서 스물스물 욕구가 기어나온다.

그래도, 어쩌랴, 돈이 없는 걸. 제 주머니 돈없으면서

누구더러 먹으러 가잘 수 없쟎은가?

그러던 차에, 말많고 탈많던 현대차 성과금 투쟁이 합의로 정리되고 나자

그동안 투쟁때문에 얼굴 보기 힘들었던

선배이자 동지에게 '게'사달라는 명목을 부쳐

간만에 마음맞는 몇몇이 회동을 했다.

그래도, 성과금 같은 거 받는 지인이 있다는 건 이럴 때 부담없이

칭얼거릴 수 있어 좋다.

 

대게가 나타나자,

투쟁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이러저러한 평가들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도 잠시 미루고

미친듯이, 그야말로 허겁지겁 가위질을 해댔다.  

모두들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래도, 나는 뻔뻔하게 '내가 쫌 글체?' 라며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소주도 한잔씩 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대게와의 해우이후 2차로 맥주를 한잔 더 했다.

 

 

2. 진통의 새벽을 견디고..

 

그날 새벽부터, 내 몸의 중간지점, 저 깊은 곳에서 요상한 통증이 다가옴을 느꼈다.

급기야, 위벽을 덮치더니 360도 회오리를 친다.

강도가 점점 심하고 도대체 잠속에서 포복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정면으로 공격해 오는 위통, 아니 경련이 일어났다.

 

아침까지 죽을 힘을 다해서 고통을 견뎠다.

술! 이놈의 술이 웬수라고....아니 근데 몇잔 먹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겨?

하긴, 지난 해 몇개월 내내 죽음의 술을 마신 탓이기도 할 거다.

힘들 때 친구가 되어준 술이 이제 내게 복수를 하는가?

 

병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지만

통증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을 지경이 되다보니

약국으로 뛰어가 진통제만이라도 달라고 아우성을 치다가

병원에 가야겠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나이 먹으면 제 몸은 제가 안다고

이 통증은 위경련이며 이건 위염이다라고 진단했다, 스스로.

그런데, 설사를 동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식중독은 아니다.

식중독은 하루 앓다가 씻은 듯 나을 것인데..약을 먹어도

위는 자꾸만 아프다 하니, 이건 위염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다가, 술이 원인이 아닐 수 있다.

게! 이것이 급성 위염의 발병원인일 수 있다.

그렇지만, 평소 공복시 심한 공복감에 고통스러웠던 걸로 보아

위가 전반적으로 약해졌을 게야.

이 정도의 진단을 하고서, 용하다는 한의원으로 향했다.

양의원은 더 신뢰가 안되어서.

한의원은 용한만큼 너무 기다려야 한다하여

어쩔 수 없이 내키지는 않지만 양의원으로 향했다.

 

 

3. 내 그럴 줄 알았다

한산함...맘에 들기도 하고 뭔가 미심쩍기도 하고...

진료실에 들어오라는 호명.

앉으시라고...어떻게?

의사는 어디 금형뜨는데서 찍어온 듯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올리고 입꼬리도 약간 올라간, 변하지 않는 미소로 묻는다.

아주 절박한 사연을 얘기한다.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이, 말의 톤이나 속도에 도 변화가 없이

'네 ~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누우세요'

표정을 거두지 않고

복부상단과 하단을 골고루 찔러 본다.

'아야~'

아프시냐고?

아프다고 했잖아. 통증이 너무 심해서 왔다고.

'위염이고 장염입니다'

나도 안다고. 이미 진단했다고.

근데, 뭐 더 물어 볼 거 없수?

어떤 병원은 초음파로 위상태를 일단 보기도 하던데

이 병원은 왜 쿡쿡 찔러만 보는겨?

 

'제가 평소에 공복감이 심하고...가끔 이런 위통이 오는데...'

'아~ 네.. 그러시죠? 위가 약하시네요. 그래도 갑자기 통증이 심한 건 급성 위염일 가능성이'

아니 가능성 말고, 그건 내가 이미 다 진단한 거고..다른 검사 같은 거나...

'뭘 특별히 드신게?'

'그 전날 대게랑 소주를...'

'아예~ 식중독때문에 급성위염과 장염이..'

'설사는?'

'안했구요. 오늘 처음으로''

"다행이네요. 설사가 많지 않아서..그럼 설사약은 조금만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저는요 평소에 장이 안좋아서 기름기 있는 거랑, 찬거 좀 먹으면

날마나 설사하거등요. 안하는 게 더 신기한 사람이거등요...

이 말도 한 틈이 없다.

"아직 통증이...약을 먹어도 나아지지를 않아서"

"주사를 좀 센 걸 드립니다. 약도 3일분 처방해 드리지요. 나아질 겁니다."

 

5분정도 걸렸을까?

아파죽겠다고 구르다가 3일을 구르다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새벽녘에 통증에 잠이 깨고 해서

찾아간 병원에서 그렇게 딱 5분 걸렸다.

 

진료받고 처방받고...딱 5분!!

이런 저런 평소의 상태와 궁금한 점을 물어볼 틈도 없이

물어보면, 안되는 분위기로

탈같은 웃음이 변하지도 않은 채

말톤도 속도도 전혀 변화없이....

진료기계라곤 딱 손가락 3개. 방법은 복부를 꾹 눌러보는 것뿐...

명의일까? 그걸로 감 다 잡았을까?

 

주사는 통증을 완화해 주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만성적으로 신경성 위염을 가끔 앓아오는 사람이란 걸 몰랐다.

그래서, 나는 내 아픔을 처리하는 그의 방식으로 인해

신경성 위염으로 전화할 수도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는 의사가 아니다. 그래서.

 

그 변하지 않던 친절미소는

전혀 친절하지 않은 행위와 만나 얼마나 어색한 연기였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궁시렁궁시렁~

약을 내일부터 땡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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