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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한번 찾아온 경련은 여진으로 남아

새벽마다 괴롭히기를 일주일을 한다

예리한 통증이 서서히 와서 격하게 틀다가 허리까지 휘감았다

돌파리 의사의 손가락 진단 후 약을 복용했어도

낫지 않았다

결국, 준종합병원을 찾아 갔고

내시경이란 걸 하기로 했다.

 

어제 저녁 7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병원으로 달렸다

별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단지, 이 나이까지 살면서

간간히 아파오던 내 속을 한 번 봐두어야 할 것 같았다

의사도 그런다.

내시경을 할 때가 되었다고...

 

내시경...

시작전에 엉덩이 주사를 한방 놓더니

요상한 물약을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머금으란다.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잘 따라하고

안내에 따라 내시경을 하러 들어가니

어제 본 의사가 가운입고 있다

 

입을 벌리라 하더니, 구멍뚫린 프라스틱 피스를 입에 넣는다.

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유달리 못 견디고

턱뼈가 아파서 잘 벌리지 못하는데

억지로 입을 벌려놓고선 프라스틱 피스로 고정시킨다.

그리곤,....

무지막지하게 카메라가 달린 호스를 입으로 쑤셔 넣더니

목을 넘어 식도를 지나 닫힌 위문을 뚫고 위를 통과하여

십이지장문을 또 억지로 쑤셔 열고서 십이지장까지 달려간다.

 

이런 고문이...

아무리 부분 마취를 했다손 치더라도

이런, 낭패가...

호스가 억지로 내 목구멍을 찌르며 들어갈 때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 나오는 것 같고 온 몸이 급작스럽게 퍼드득~거렸다. 

 

힘빼세요....

금방 끝나요...

 

뭐~! 이런 게 다 있어?

얼핏 비명을 질러 보았으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속에서 뭔가가 물컹 올라오는 듯하였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 힘으로 거부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내가 나를 다독일 수도 없는

너무나 막무가내의 상황....

힘을 빼라 하지만,

참을라 하면 또 다시 어딘가를 찌르는 게 느껴지는데

어쩌란 말이냐?

실험실의 동물처럼, 퍼드덕 거리기만 할 뿐...

그 순간, 내게 일어난 어떤 감정도, 통증도 호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을까?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

다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일어서는데...

화장실가서 입을 헹구고 오라는데...

돌아서다가 엉엉 울뻔 했다

다 늙은 어른이...

까닭없는 서러움이 목구멍을 치고 오른다.

얼굴에는 눈물이 얼룩졌고

눈은 공포에 충혈되어 있다.

거울을 보면서, 또 한번 울컥 한다.

 

바보다.

 

다행히, 내 속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빨간 색들이 아직은 깨끗하게 살고 있었다.

내 속의 나.

위에 염증이 보인다고.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염증형태라고.

한 2주 정도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고.

이 말을 하기전에 의사는 나를 보더니,

에고~ 하며 큰숨을 쉬며 웃는다.

내가 하던 꼴이 우스웠나 보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며 충혈된 눈에 대한 반응인가?

그 한숨 때문에 잠시 놀랬네..어디가 나쁜 줄 알았잖아. 치치칫.

 

아직은, 나는 내게 닥치는 이런 종류의 힘든 상황이 올때

혼자서 의연히 받아들이고 갈무리할 인간이 못되나 보다.

아직은 혼자서 아플 때 서러운,

그런, 사람임을 발견한다.

내가 서있는, 또 하나의 경계....

 

집에 와서

정호승의 시를 읽으며

또 한무더기의 서러움을 보내고 나서야

씩씩하게 밥먹고 약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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