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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는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더이다

치르님의 [시간] 에 관련된 글.

세상 태어나 처음으로 치유라는 것을 의지를 가지로 시도하다보니....

 

 

시간은 치유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며

그래서, 조급하지 않게 지난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하루하루 용기가 필요하더이다....

 

그러나, 다음 시간을 살다가 다행히 상처를 만나지 않으면 다행인데

또 그만큼의 무게있는 상처를 만나면

그 무수한 시간동안 흘려보냈던, 이제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감정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상처들이 어디선가 스물스물 기어나와 한덩이로 만나더이다...

그래서,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듯한, 숨막히는 억울함이 밀려오더이다.

상처의 내용은 기억속에서 희미해졌는데

아무런 정치적 유감이 없는데도

참으로 어이없게도 그렇게 삶을 뒤흔들더이다.

 

그 모든 상처들이 시간따라 희미해졌지만

저 밑바닥에 밀려나서 감금당한 채 웅크리고 있으면서

껍질만 겹겹이 쌓아왔던 거란 걸,

그래서 그렇게 단단하게 입을 앙다물고 살았다는 걸

치유의 과정에서 알게 되었답니다.

 

현재의 자신을 둘러싸고 때로 자신을 무참히 괴롭히는

그 껍질들이 바로, 상흔이었음으로....

현재에 꼬리를 달고 깊숙이 들어가다보니

그 무수한 상처가 놀랍게도 모두 생생한 감정으로 떠오르는 거더이다.

상처준 타인들은 상처준 시간 이후로 떠나갔지만

그 시간 이후로, 그 상처를 잊는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상처를 상처로 대우하지 않고 쓰라린 감정을 허덥하게 취급하며

머리로 시간을 견뎌온 건,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감금시켜버렸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덩이로 있던 상처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만나서

빗장을 풀어주고, 빛을 비춰주고, 충분히 애도하다보니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상처 하나하나가 분리되고

엷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그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그리고 그 시간뒤에는 자신의 여린 속살이 드러나

세상이 약간 어지럽고, 익숙하던 사람들과의 소통이 버겁기도 하지만

그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려지는 것이고

그건 열림의 시작이고

그때 부터 내면의 자유가 살아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바깥에서 부는 바람에 견디는 뿌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시간은 필요하지만,

시간만이 약은 아님을...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가 매우 중요함을...

그냥, 치유라는 걸 난생처음

의지를 가지고 시도해보다보니....

 

이미 그런 지혜를 가진 분일 수 있겠지만,

상처와 치유라는 말에

그렇지 못했던 내가 생각나서...

 

상처들, 잘 치유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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