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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여자들, 젊으나 늙으나 노동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상처위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와 나와 같은 여자들, 그냥 흘려 보낼 수 없는 이야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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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9
    강함과 단단함?(1)
    짜루

강함과 단단함?

어느순간 갑자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말없이 일그러진 표정에

얼굴 가득 붉은 열기를 뿜어내며

어떤 소통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소통의 시간은 따라가며 지키고 있는 사람...

 

누가 보아도, 뭔 일이 있어보이는, 그래서

어디 아프냐? 뭔 일 있냐? 를 번갈아 가며 물어보는데도

묵묵부답 아무말이 없는 사람....

마치 비는 안오고 하루종일 잔뜩 찌푸린 하늘같은

표정은 내게 가시가 되었다.

 

하루종일 가시가 박혀 눈이 따갑다.

사실은 울화가 치밀었다.

'뭐 하자는 거냐? 왜 그러는데?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는 거야?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야기를 하라고!! '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이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려

무척 애를 썼다.

그 표정으로 부터 놓여나기 위해,

내가 이 자리를 필요로 했던 이유에 충실하기 위해

타인들의 신경을 돌리기 위해

별 신경쓰지 않으려 하며 ....

 

 

1.

그런데, 왜 나는 그 표정의 진의에 대한 걱정이 아닌,눈치보기를 했고

위안의 마음보다 먼저 울화가 치밀었을까?

평소, 보이던 성격의 일면이라 간주했던 것이고

그 성격에 대한 답답함이 내 뇌에 북박이 처럼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서둘러 판단하고 서둘러 감정이 올라왔던 건가.

 

그런데, 가만히 목까지 올라오는 호흡을 누르고 다시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다는 걸, 내 지난 경험속에서 떠올린다.

아마도, 내 속에 꽉 막힌 혈관을 느꼈던, 감정에 대한 기억이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자극받는가 보다.

이런 걸 투사라고 하지.. 아마 

 

투사를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를 보면서, 조금 놓여난다.

"그럴 때가 있겠지.

누가 오자고 한 자리이건 이미 자기 결의로 온거면 내 책임은 여기까지다.

억지로 끌고 온 거 아니니까. 거리를 두자. 내가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거다.

이제, 독립하고 싶다.

누군가의 삶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뭔가 함께 하기를 갈망하고

오래 동안, 가까이 있었기에 더욱

긴밀하게 생각도 감정도 나누어질 것이라는 갈망은

대체로 오판이었음을 확인해왔다.

갈망이 클수록 오판임을 깨닫는 순간은 무척 큰 아픔을 동반하게 된다.  

서로에게 별반 도움되지 않는....

그래서, 너무 오래 가까이 있었던 이들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거다.

 

 

2.

나를 투사시켜 바라본 그 마음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마음,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부터 뭔가가 틀어막혀

숨쉬기 어려운 지경

얼굴의 열이 사라지지 않을 만큼

화가 올라오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화의 이유도

표정의 정당성도 찾을 길 없는

분명, 사소한 계기는 있었으나

그건 타인들은 알아채지도 못하고,

이미 스스로에게도 아무런 근거가 되어 줄 수 없는 상태..

남은 건 ,오로지 이런 자신에 대한 혐오와 연민....

와락~ 눈물이라도 날 듯한데...그걸 삼키느라 표정은 더 가라앉고

상황으로 부터 잠시 도망갈 수도 있을 텐데

도망갈 줄도 모르는 자신....

 

 

어쩌다가 마음을 깊이 나눈다고 믿는 사람들끼리

술한잔하거나 MT라도 가게되면,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주기 시간에

그가 듣게 되는 말들이다.

 

왜 그렇게 막혀있느냐.

마음을 열어라.

고치를 뚫고 나와라.

자신감을 가져라.

너 자신이 얼마나 잘 하는 것이 많은지 아느냐?

너무 틀에 사로 잡히지 말아라.

왜 맨날 도망만 가느냐?

왜 한발짝을 못나서느냐?

감정을 드러내라?

 너무 재지 말아라.

시작 전에 끝을 생각하느냐?

너무 중립적이려 하지 마라.

답답하다.

 

 때로는 남의 슬픔이나 아픔을 바라보면서

뭐 그렇게까지 슬픈지 이해가 안된다며,

냉정하게 이성적 태도를 보이며

동요없이 자신을 꼿꼿이 지키고 있는 그를 볼때

'참 강하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강한 것이 아니라

단단한 것일 뿐이었다.

 

내면에 있는 여린 감성을 감금(억압)시키고 이성의 껍데기를 켜켜로 쌓아서 만든 단단함.

자신에게 큰 상처를 낼, 약해빠진 단단함.

껍질이 두꺼울 수록, 내면에서 압이 차고

폭발의 위험이 높다.

폭발할 때는 타인에게도 상처를 줄 것이다.

지금도 때때로 , 단단함이 강함으로 오인되어

타인에게 상처주기도 한다는 걸...

 

그러나, 누구도 그 단단함을 풀어줄 수 없다.

자신이 벗어야 겠다고 결단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자신과 싸우며 용을 쓰느라

온몸의 혈이 막혔을 것이다.

얼마나 에너지를 썼던지 지쳐 쓰러지는 그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힘이 되어 주고 싶지만,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 

그냥, 굳이 왜 그랬냐고 묻지 말아주는 것 말고는...

 

왜냐하면, 나는 이제 겨우 껍질을 벗고 있는 중이라

내 내면의 여린 속살이 아직 힘이 없다.

단단함과 마주하다가 내가 상처받을 수 있기에

지금은, 피한다.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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