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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1일차]쿠바의 혁명기념일

7월 26일

 

어제 집을 안내해준 청년에게 피델이 어디에서 연설을 하냐고 물으니 혁명광장에서 한단다. 근데 피델이 나올지 라울이 나올지 모른단다. 점점 라울에게 정권을 넘겨주려나 보다.

오랫만에 단잠을 자고 늦게 일어났다.

TV에서 피델이 연설을 하고 있다. 아니! 벌써 시작했자너!

TV에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피델, 피델!"을 외친다.

대충씻고 망원렌즈를 챙겨 혁명광장에 갔는데, 이게 웬걸...

아무도 없잖어... 사람이 많은 근처 터미널로 가서 물어봤다. 젠장... 까마구웨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단다....

자기 총살당할까봐 예고도 없이 까마구웨이에서 연설을 한건가?

할튼 피델을 보겠다던 계획은 종치고, 28일 떠날 트리니다드행 버스를 예약하고 아바나비에하로 갔다.

주변을 둘러보고 걸어서 센트로 아바나까지 오는 길에 레스토랑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바게뜨에 야채가 들어있는 빵이었다. 맥주와 함께 먹고는 혁명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하품이 막 나기 시작하더니 어지러운게 아닌가.

'괜찮을 꺼야'를 속으로 외치며 계속 걷는데 이러다간 안될것 같다. 안내원들이 앉는 의자에 앉았는데 귀가 먹먹해지고, 앞이 안보이는게, 이렇게 죽으면 지금 여권도 없는데 죽어서도 미아되는거 아닌가....

아! 숙소 주소가 주머니에 있으니까 그걸로 알아내겠지... 시체는 한국으로 돌아갈수 있겠군...

이런 생각까지 하며 의자에 앉아 함참을 눈감고 있었더니 정신은 돌아왔는데 속이 이상하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으니 자리를 내준 안내원이 갈켜줘서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니 주르륵....

아무래도 아침으로 먹은 빵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것 같다.

하루죙일 굶어도 끄떡 없었는데, 아침까지 먹었는데 이럴리가....

 

어쨋든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박물관을 돌았다.

1850년대 스페인으로 부터의 독립운동부터 1961년 혁명운동을 거쳐 현재 쿠바의 상태까지 잘 전시되어 있다.

1961년 혁명의 시발점이었던 몬카다병영습격은 비록 실패했지만 혁명에 불을 지폈다. 당시 사살당한 사람들의 사진과 피에 얼룩진 옷, 사용했던 총.....

1850년대 혁명세력의 당 이름은 'Communism Party'였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혁명을 이뤄낸 당의 이름은  'Socialism Party'다. 그걸 보며 피델의 사상을 알수 있다. 그런데 혁명이 승리한 몇년 뒤 피델은 당의 이름을 바꾼다. 'Communism Party'로... 피델은 자신이 학생때 부터 꼬뮤니스트였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게 기정사실화 되었고, 당이름을 바꾸는 것에서도 그것을 알수 있다.

 

피에 얼룩진 찌라시, 그들의 당원증,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던 이들의 총구멍이 난 옷.

이러한 것들을 보며 한편으론 혁명이 박제된것으로 볼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하고있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노동자들의 피가 얼마나 빨리 잊혀지고 있는지...

 

전시물중에 학생들의 활동을 보여주며 이런 표현이 있었다.

"학생은 혁명의 왼쪽 날개였다."

또한 특이할만한 것은 여성조직.

당 내에서도 여성조직이 따로 있었고, 그들의 당원증도 따로 있다.

그리고 이렇게 써있다. "여성조직은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혁명박물관을 방문하고 피델이 표지로 실린 신문하나를 사는 것으로 혁명기념일을 마무리 하니 돈이 없다.

혁명기념일인 26일을 기점으로 26일부터 28일까지는 박물관을 제외하고 은행 등 공공기관이 모두 문을 닫는다. 다행히 호텔에서 환전이 되길래 환전을 하고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근데 말만 차이나 타운이지 중국인은 없고... 우리나라로 치면 산동네 같은... 냄새도 많이 나고 허름한 집이 많은 그런 동네다. 관광객들의 발이 잘 닿지 않은 곳은 대부분 이렇다.  그곳을 한바퀴 도니 축구하는 아이들, 마작 하는 어른들... 꾸며지지 않은 쿠바인들의 삶을 볼수가 있었다.

 

론니에 나온 음식점을 찾고 있는데 댄스강사라는 한 남자가 다가와 거기는 문을 닫았다며 다른데로 데려간다. 그를 따라가서 그에게 맥주하나 시켜주고 나는 밥을 먹었다.

생선요리를 시켰는데 못먹을 정도로 맛이 없지는 않은데 역시나 양이 많아서 거부감부터 든다. 생선에, 밥은 한 3인분정도로 보이고, 생선살 튀김이 한접시 가득...

생선만 끼적대며 먹고 있으니 그가 쿠바식으로 먹는걸 가르쳐 준다. 메인인 생선이 담긴 접시에 밥과 야채를 덜어 담아 그들을 다 섞어서리 나이프로 긁어서 포크에 담아 먹는 거라고...

우리는 젓가락을 사용한다고 하니 그도 안단다.

다 못먹을것 같아 그에게 먹으라고 하니 정말 빨리먹고, 많이 먹는다.

이제야 쿠바 식당이나 숙소에서 밥줄때 왜그리 양이 많은지 이해가 간다. 나보다 그가 더 많이 먹더라....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말한다.

"쿠반페소는 너에게도 좋지 않고 나에게도 좋지 않아. CUC가 좋아"

이중경제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가 오늘밤 살사를 추자고 계속 꼬신다. 혁명기념일은 축제기간이란다. 그래서 춤추고 논다고.

내가 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댄스장에 가면 남자도 소개시켜주겠단다. 난 혼자가 좋다고 하자 이 남자 본성이 나오네....

"나는 아내가 있어서 너랑 섹스를 하진 않아. 우린 단지 친구일 뿐이고, 젊은 사람을 소개시켜줄께. 그는 너의 가슴을 행복하게 해줄꺼야"

하면서 가슴을 만지려 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쳐내며 얼른 가게를 나왔다.

그리곤 숙소를 찾아가는데 나의 길치능력은 여기서도 발휘되어 여기가 어딘지....

한남자가 다가와 이것저것 묻는다. 이 남자에게 물어봐야쥐...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그역시 축제 어쩌구하며 오란다. 일단 숙소를 찾을 요량으로 알겠다고 하고 주소를 교환하고 물도 한잔 얻어먹고, 그가 숙소까지 데려다 줬다.

그리고 씻고 있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왔나보다. 숙소 주인딸이 영어로 적은 쪽지를 주인이 나에게 준다.

"네가 오늘 그에게 간다면 그가 너를 해칠지도 몰라. 그러니 조심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주인이 그 쪽지를 보여주며 연신 "be carefull"을 말한다.

갑자기 등뒤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이...

 

쿠바는 경찰이 정말 많다. 길 곳곳에 서있어서 관광객에게 찝적대기만해도 바로 잡아간다.

근데 내가 숙소로 묶고 있는 곳은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라 경찰이 드물다. 그걸 인식하고 나니 어찌나 무섭던지...

역시 숙소로는 센트로아바나보다 베다도가 낫다. 베다도는 관광지는 별로 없지만 여행사, ETECSA, CADECA등이 몰려있고 위험해 보이는 사람도 별로 없다. 시가 사라는 삐끼들 밖에는...

근데 센트로 아바나는 돈달라는 사람, 밤에 같이 놀자는 사람 등 약간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시라. 퍽치기나 도둑놈은 없으니까.

 

어쨋든 혁명기념일은 내가 생각했던것과 달리 (내 생각에는 혁명을 기념하는 어떤 행사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춤추고 마시는 축제기간이다.

나같이 춤 싫어 하는 사람은 좀 재미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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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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