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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6일차]게릴라들의 헤드쿼터에 가다

7월 31일

 

commandancia la plata에 갔다.

이곳은 피델과 체가 그란마호를 타고 바야모에 도착해,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을 올라 게릴라들의 거점을 만든 곳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여권을 받아서는 내 신상명세를 적는다. 이곳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고, 심지어 얼마전까지는 사진촬영도 금했었다.

피델은 쿠바의 사회주의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이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며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의 신상명세를 자세히도 적는다.

입구에서 산에 오르기 직전까지는 6km정도 되는데 길이 엄청 가파라서 4륜구동차만 올라갈수 있다. 가이드가 이곳을 올라가는 4륜구동 택시를 기다려야 한단다.

한시간 쯤 기다렸을까? 택시가 오기는 오는데 손님들이 꽉차서 온다.

그러자 가이드가 하는말, "여기에서는 기다려야 하는게 있다. 3명의 영어가이드와 4륜구동 택시. 이곳 가이드 중에서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은 3명이거덩.... 그리고 쿠바에서는 기다릴줄 알아야 한다. 쿠바인들이 '10분만 기다려~'하는건 한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푸하하하하하"

그의 말에 완전 공감하며 나도 막 웃어댔다.

정말 쿠바에서는 어딜가자 줄을 서고, 한시간 기다리는건 기본이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못버티지....ㅋㅋㅋ

 

한참을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타고 등산로까지 올라왔다.

그곳에는 내 영어가이드를 기다리는 한뭉텅이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별로 험하지도 않은데 다들 허걱대고 난리다.

사람들이 가이드가 밟는 경로를 따라 줄지어 가는데 나는 또 청개구리 심정이 발동해서리 더 편해보이는 길로 빠져서 걸으니 내 뒤를 따라오던 사람이 "sense good!"하며 그 뒤부터 계속 나만 따라오네.... 확 딴데로 갈까부다....ㅋㅋㅋ

 

드디어 헤드쿼터에 도착했다.

체게바라가 진료를 했을 병원(근데 가이드 왈, 체는 치과를 주로 해서 이쪽 병원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고...), 게릴라들이 밥을 먹던 식당, 기자들의 숙소, 그리고 피델의 숙소까지....

이것들은 지붕의 짚만 빼고는 물건들까지 전부 그때 사용했던 거란다.

 

근데 피델 방(?)에는 냉장고까지 있네.... 전기는 들어왔나...?

피델의 방에는 비밀통로까지 있다.

그들의 헤드쿼터는 신기하리만큼 잘지어졌다. 주변의 나무와 바위들을 잘 활용해서 기똥차게도 지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는데, 왜 이들을 잡지 못했냐고 물으니 산 아래 있는 집들을 보여주며 바티스타군이 올라오려 하면 저 마을에서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게릴라들을 잡을수 없었다고 한다.

40분정도를 더 오르면 라디오레벨데가 있단다. 가이드가 갈사람 손들으라고 하니 한 브라질 여자와 나만 달랑 손을 드네....

다들 죽을라 그런다.

아~ 라디오레벨데 가고 싶은데... 거기야 말로 체의 숨결이 느껴질텐데...

가이드는 둘만 손을 드니 그냥 가지 말자고 한다. 그 브라질 여자는 꽥꽥 소리를 지르며 힘들어 죽을라 그러는 자기 남편을 막 뭐라고 한다. ㅋㅋㅋ 어쨋든 라디오레벨데는 못갔다.

 

가이드는 이것저것을 소개해주며 외국에 알려진 잘못된 사실을 당신들의 나라에 돌아가서 제대로 알려주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명해준다. 한 관광객이 피델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을 묻자 그 가이드 완전 흥분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우리의 적'이라며 그건 쿠바를 무너뜨리기 위한 음모라고 핏대를 세운다.

 

산에서 내려와 한뭉텅이의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내려가고 우리는 또다시 택시를 기다렸다.

가이드가 묻는다.

"한국은 나라가 두개지?"

"엉. 북과 남. 나는 남에서 왔어. 북은 소셜리즘이고 남은 캐피탈리즘이지"

"그러면 북에 가족들이 있는 사람들이 있겠네?"

"그럼. 근데 거기 가면 죽~어~"

뭐 죽는것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오버해서 말하니

"정말? 왜 그러지? 쿠바는 꼬뮤니즘이지만 모든 사람들을 다 받아들이는데 말이야...."

"나는 꼬뮤니스트야. 근데 만약 정부가 내가 꼬뮤니스트라는 걸 알면 난 감옥가..."

이것도 약간 오버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니까...

"왜 그래?"

"북한이 사회주의니까, 남한이 그걸 싫어하지..."

"북과 남이 왜 갈라진건데?"

"USA 때문이지!"

그 말이 끝나자 마자 가이드는 완전 흥분해서

"맞어, 부시 그놈은 말이야 어쩌구 저쩌구....아주 나쁜 놈이야..."

 

영어도 딸리는데, 때마침 택시가 와서 산 아래로 내려갔다.

가이드는 "너를 만나서 정말 좋았어. 그리고 다시 꼭 만나길 바래..."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뭐랄까 가슴한쪽이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트래킹은 출입이 불가해서 안된다고 해서 숙소에서 하루 더 묵고 산티에고로 떠나기로 했다. 근데 숙소주인이 예약이 되어 있어서 다른 숙소를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그집에서 밥을 먹고 주인을 기다리는데, 주인의 말이 바뀌네...

지금 숙소가 다들 꽉찼단다. 대신 자기네 방이 하나 더 있으니까 거기서 자고 새벽 4시차를 타고 가란다. 그의 말이 약간 이상했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거실에 앉아있는데 18, 19살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말을 건다. 그에게 여기에 사냐고 물으니 여기서 일을 한단다. 여기서 일을 한다고라고라????

참내, 까사빠띠꿀라에 고용되서 일하는 사람은 또 처음보네...

근데 그는 나와 말을 하면서도 주인의 눈치를 계속 본다. 꼭 악덕사업주와 그 직원같은 느낌이랄까....

 

쿠바에 어울리지 않는 자본가와 노동자.

까사 주인과 그 아이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아닌가...

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

쿠바에는 다만 집이 없는사람, 굶어 죽는 사람,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그럼 자본주의이긴 하나 복지가 무진장 잘되어 있어서 집이 없는사람, 굶어 죽는 사람,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사람이 없는 나라들과는 뭐가 다른거지???

 

이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몸을 눞혔는데, 숙소 주인과 그 이웃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대충 단어 몇개를 들어보니 숙소 주인이 나에게 뻥친게 맞다. 손님을 두명이나 받으니 다른 까사 주인이 그딴식으로 할꺼냐며 항의하러 온것이다.

이제는 사기까지....

도대체 이눔의 쿠바를 어떻게 봐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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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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