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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7일차]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몬카다병영

8월 1일

 

한국을 떠난지 보름이 넘었다.

이젠 쿠바음식도 제법 익숙해져서 먹는양도 늘어났다. 배에 다시 살이 붙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에 산티에고에 도착했다.

가이드북에서도 그러고, 사람들도 산티에고는 위험하니 조심하라길래 바짝 긴장을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경찰이 현지인들을 버스터미널에 못들어오게 해서 버스에서 내려 차분히 갈곳을 정했다.

밖으로 나가자 마자 달려드는 삐기들을 비집고 나가 택시를 타려는데 까사삐끼가 자기 집으로 가잔다.

"난 가이드 북에 나온 이 집으로 갈테야. 만약 이 집에 방이 없으면 너희집으로 갈테니까 주소를 줘."

그런데 누가 나타나 가이드북에 나온 그집이 나기집이란다. 그 이름이 자기 엄마란다.

그래서 택시를 같이 타고 갔는데, 그건 거짓말이었다. 길을 자 모르는 외국인을 상대로 그런 거짓말을 하다니...

그래도 숙소가 비싸지도 않고 깨끗하길래 그냥 머물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역시 가이드북에서 설명한 것처럼 찝적대는 남자들과 삐끼들로 정신이 없다. 이젠 이런것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잘 헤쳐 나갔다. 그리고 가이드북에 나온것 처럼 찝적대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오히려 아바나가 더 많은 듯 하다.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보고 몬카다병영으로 향했다. 아직도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몬카다병영 박물관으로 들어가니 당시 혁명의 불씨를 일으켰던 64명에 대한 것들을 전시해 놓았다. 피붇은 옷가지며, 그들의 계획이 실패하고 난뒤 그들을 고문했던 고문기구들.... 몬카다병영 공격으로 시작된 혁명군의 총과 옷가지들....

몬카다병영 뒤에는 라울 카스트로가 지원사격을 펼쳤던 건물이 있다.

 

그곳을 나와 쿠바-스페인 정쟁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산후안 언덕으로 향했다.

거리가 좀 멀긴 한데 한적한 거리라 걷기로 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삐끼들이 이글거리는 센트로와 다르게 모두들 순박하다.

그늘 밑에 앉아있는 노인이 사진 한장 찍어달라며 싱글벙글 웃는다. 덥지않냐며 한마디씩 건네고...

아이들은 공이 없어 매실 비슷한 열매로 야구를 즐기고 그 옆에선 염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한참을 걷는데 트럭이 빵빵거리며 불러 세운다. 라이타를 빌려달란다. 라이타를 빌려주니 산 후안에 간다는 나를 트럭에 태운다.

"쿠바는 트럭이 버스야... 쿠바에 왔으면 트럭을 타야지...."

서로 인사를 하고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내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또 한참을 걷는데 어디선가 또 빵빵거린다. 아까 그 트럭 운전사다.

볼일을 보고 되돌아 나가는 길인데 나를 알아본 것이다. 또 타란다. 이번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단다.

가이드북의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를 간다고 하니,

"여기는 아이들이 노는 놀이동산이야!"

"뭐? 여기는 쿠바와 스페인이 전쟁을 했던 곳이라던데...."

"아니야~"

어쨋든 그곳에 나를 내려주고 또다시 헤어졌다.

정말 그곳은 놀이동산이더군... 그곳이 아닌것 같아 조금더 걸어가니 산후안 언덕이 나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별로 볼건 없다. 오히려 그곳까지 가는 길이 더 볼게 많고 재미있다.

 

점찍어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되돌아 나가는데 이 길이 맞는가 모르겠다.

길에 서있던 여경한테 물어보니 되돌아 가란다.

다시 한참을 되돌아 가는데 뭔가 이상하다. 마침 내게 말을 걸어온 여자에게 물어보니 반대방향이란다.

"아니야, 아까 여경이 이쪽으로 가라그랬어..."

"아니야, 저쪽이야..."

또다시 되돌아가며 여러번 확인하니 이번엔 이길이 맞다.

우씨, 제대로 가고 있었는데, 그놈의 여경때문에.... 발바닥 아퍼 죽갔네....

 

산티에고에 이틀을 묶기로 했는데 벌써 볼만한 것은 다봤다.

내일은 뭘하지?

서울가서 사람들에게 선물해줄것들을 보러 거리를 좀 걸어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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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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