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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1일차]엘융케-등산은 역시 밥 힘!

8월 5일

 

엘융케산을 가기로 했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 자전거 한대를 빌렸다. 주인은 융케산을 간다고 하니 기어가 달린 MTB를 빌려와서는 이거 좋은거라며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기어는 고장나서 되지도 않더라... 그래도 다른 자전거들에 비하면 좋긴 하다.

 

빵 두조각과 물을 넉넉히 챙겨넣고 출발했다. 가이드북에는 6km라고 나왔는데 마을에서부터 따지면 10km는 되는것 같다. 또 가는 길이 계속 오르막 길이라고 산에 올라가기도 전에 힘 다뺐다. 마지막 4km정도는 돌길이라고 정말 산악자전거 타는 기분이라 힘들긴 하지만 재밌기도 했다.

 

한참을 가는데 한 남자가 어딜가냐고 묻는다. 융케산을 간다고 하니 전혀 못알아 들을 말로 어쩌구 저쩌구 한다. 그러면서 자기를 따라오란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묻자 그냥 따라오란다. 이제 더이상 삐끼는 싫은데...

어쨋든 그를 따라가니 강을 건너서 산을 타기 시작한다. 불법으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거다. 영어는 안되지만 바디랭귀지와 스페인어로 대충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시작했다.

 

그가 어디선가 무슨 열매를 따와(이름이 기억 안남) 반을 가르니 초콜렡과 카라멜의 원료가 되는 것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먹어보니 새콤달콤한것이 우리나라 "새콤달콤 카라멜"맛이다.

또 20분 정도를 걸으니 산 중에 유치원이 있다. 산중에 누가 이 유치원을 다닐까 하니, 그가 산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거란다. 역시 쿠바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그런지 산을 탄지 1시간을 넘어서자 힘들어 죽을것 같다. 벌써 물도 반이나 마셨다. 산이 험하지는 않은데 아침을 빵으로 먹고 산을 타려니 힘이 쭉쭉 빠지는것이 배도 고프고....

잠시 앚아 살기 위해 어구적 어구적 빵을 먹기 시작했다. 빵을 먹었다기 보다 빵을 한입 물고 물을 한모금 넣어 말아 먹었다고나 할까....

담배 한대를 피고 다시 힘을 내 걸어보았으나 정상은 저 멀리 있다. 현지인들의 걸음으로는 한시간 이면 가는데 내 걸음으로는 두시간 걸릴꺼란다.

 

아~ 도저히 못가겠다.

융케산을 오르는 반대편 길로 가면 과일과 커피를 먹을 수 있다길래 그쪽으로 향했다. 산 중턱에 사람이 사는 집이 있을 줄이야...

 

중국 핏줄이 섞였다는 집주인은 산에서 염소, 닭 몇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그 집 아들은 산에서 높다가 팔이 부러져서 깁스를 하고 있었다. 내일 병원에 가서 깁스를 푼단다. 어디 병원을 가냐고 물으니 산아래 도시로 간단다. 집은 나무로 투박하게 툭툭 지어져 있고 세간살이도 변변치 못한 그들이지만 병원비 걱정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가 코코넛을 먹겠냐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나무가 흔들리며 뭔가 툭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코코넛 두개를 따왔다. 그가 사진에서만 보던 큰 칼로 슥슥 쳐내니 작은 구멍이 생기며 그 안에 코코넛 액이 한가득 있다. 맛도 괜찮다.

벌컥벌컥 다 들이키고 나니 향기가 좋은 커피와 바나나를 내온다.

정말 꿀맛이다. 특히 커피맛이 지금까지 먹어본것 중에 최고다. 전에는 약병이었을 병이 커피잔이 되어 투박하게 나왔지만 커피맛은 스타벅스 저리가라다.

 

커피를 두잔이나 마시고 먹다 남은 바나나를 챙겨 가방에 넣고 다시 길을 나서며 감사의 표시로 1달러를 건넸다. 그랬더니 그가 왜 주냐는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린다. 난 이것도 장사를 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과일 몇개 주고 돈받는 프로그램주에 하나인줄 알았지... 그러나 그는 그저 손님에게 대접했던 것이다.

돈을 내민 내 손이 머쓱해졌지만 웃으며 고맙다고 하니 그도 그제서야 고맙다며 돈을 받는다.

 

산 정상에 오르는건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좋은걸 봤기에...

다시 산을 내려오며 파인애플을 먹고 싶다고 하니 어디선가 파인애플 두개를 따와서는 쉬면서 먹고....

산을 다 내려와 두와바 강에 땀에 젖은 몸을 담그니 피로가 싹 풀린다.

 

주말이라 사람들은 강 주변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음식도 해먹으며 물놀이를 즐긴다.

사람들이랑 같이 왔으면 우리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 딱 좋겠구만....

한국은 지금쯤 휴가철이겠구나...

그들이 부러워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가이드가 무슨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냥 씩 웃으며 "아무것도...."

 

다시 자전거가 있는곳으로 돌아와 그에게 돈을 얼마나 줄까 생각하다가 가이드북에는 몇 페소면 된다고 해서리 5페소를 주겠다고 하니 그 착하던 사람의 표정이 싹~ 변하면서

"이봐 친구, 정상적으로 갔으면 18페소를 내야해. 10페소는 줘야지"

 

야~~~ 안그래도 잔돈이 없어서 바꿔줄 돈이 없으면 그냥 10페소 줄라했는데 표정이 무섭게 변하니까 나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주면 될꺼 아니야....!"

10페소를 건네고 훌쩍 기을 나섰다.

그러자 그가 미안했는지 따라오며 융케산이 좋다는 둥, 바라코아가 이쁘다는둥....

그를 보며 썩소를 날리자 내가 내일 떠날때 초콜렛을 싸들고 터미널로 마중을 나가겠다는둥....

그의 노력에 나도 표정을 풀고 "고맙지만 괜찮아. 그리고 오늘 즐거웠어...."

그리곤 헤어졌다.

 

여행사를 통해서 갔으면 편하긴 했을꺼다.

자동차로 싣어주고 영어가이드에 점심까지 주니까. 그러나 몸은 힘들지만 현지인과 함께하면 그들의 일상을 볼수 있어 더 재미있다.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한층 가볍고 빠르다.

돌아가는 길에 맥주 2캔을 사다가 산에서 싸온 바나나와 같이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

그리곤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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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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