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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4일차] 쿠바 주민등록증에도 지문날인을 한다!

8월 8일

 

오랜 기다림 끝에 아바나행 버스표를 구해, 다시 아바나에 도착했다.

역시 아바나는 여전히 복잡하고 지저분하다.

 

문제는 처음부터 생겼다. 터미널에서 내려 택시를 탔는데 panataxi길래 당연히 미터기로 가는 줄 알고 얼마인지 묻지도 않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놈이 8달러나 내란다.

 

"뭐라고? 8달러?"

"어. 이건 파나택시라고...."

"나 저번에 파나택시 탔는데 4달러에 갔어!"

"(못알아 듣는 척 하며) 이 차는 다른 차와 달라. 이건 회사택시야"

"왜 미터기로 안가는데?"

"이건 미터기가 없어. 가서 확인할래?"

"여기 있자너!"

"이거 껐어"

"왜 껐는데?"

 

소리를 버럭 지르자 그가 숙소에 올라가서 이야기하자며 끌고간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경찰한테 걸릴까봐 그런것 같다. 그때 그냥 경찰을 불렀어야 했는데...

어쨋든 그가 숙소주인에게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영어를 할줄아는 주인이 이 택시는 다른 택시보다 비싼거라며 날 설득한다. 내가 저번에 미터기로 4달러에 갔다고 하니 택시기사가 그럼 6달러만 달란다.

정말 아바나에 도착하자마자, 그리고 쿠바를 떠나기 바로 전날 이런 일을 당하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돈을 던지다 시피 그에게 주며 한국말로 "짜증나~"라고 하니 숙소 주인이 어느나라냐고 묻는다.

"한국이다. 이 한통속아!"

 

쿠바인은 서로 잘 알지 못해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서로를 돕는다.

산티아고에서도 가이드북에 나온 주소가 자기집이라고 뻥친 한 청년 옆에서 다른 이들이 얘네 엄마집 맞다며 목소리를 모았으니 내가 속을 수 밖에....

 

어쨋든 싸가지없는 택시를 보내고 역시나 싸가지없는 숙소주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거리로 나섰다.

쿠바나 항공을 예약하고, 말레꼰을 걷는데 또 축제기간이다.

쿠바는 왜이리도 축제가 많은지...

 

8월 13일이 피델의 81번째 생일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까페에는 "happy birthday"라고 적힌 데코레이션이 걸려있다.

길에서 맥주를 받아먹는 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옆에서 어떤이가 사진을 찍어달란다. 그들을 찍어주고 길을 걷는데 그중 한명이 쫒아온다.

한쪽눈이 인공눈인 듯한 그가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본인은 33살이고 아바나에서 마차를 끈단다. 그는 다른이들과 다르게 끈적거리지 않아서 얘기상대로 좋았다.

비록 맥주는 하두 퍼먹어대서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지금 축제는 이번주 일요일에 끝난단다. 그리고 다음달에 또 축제가 있다고... 쿠바는 항상 축제라고.... ㅋㅋㅋ

 

그가 본인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준다.

근데 우리나라처럼 얘네도 지문을 찍네?

내가 놀라 한참을 바라보자 그가 지문이라며 웃는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니 그도 역시 "너네도 지문을 찍네?"한다.

야...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문이라...

혹시 그들도 지문반대 운동을 하고 있을까?

 

그가 피델에 대해 얘기하며 피델이 좋단다.

내가 왜 좋냐고 물으니, 당황하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하긴... 네가 설명한다고 해서 내가 알아듣겠니?

"라울은? 좋아?"하고 물으니

"응"

라울도 좋~댄~다~

"너네 나라는 돈이 두개자너. 근데 왜 이런 까페에서는 달러페소만 받어?"

"몰라. 이 음악 좋지 않니?"

어이쿠... 생각이 있는건지... 그저 음악, 춤, 축제...

 

본인들이 왜 외국인을 상대로 1달러만 달라고 해야하고, 왜 나한테 맥주를 사달라고 해야하는지 생각을 해보긴 하는 걸까?

그와중에 앞 테이블에서 10대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콜라하나만 사달라고 하질 않나, 옆 테이블에서 6~7살 정도 된 애들이 빈 맥주병을 모으고 있고, 한쪽에서 허리가 꼬부라진 늙은이가 페트병, 맥주병을 달라고 손님들에게 조르자 까페주인에게 쫒겨나질 않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고 있자, 그가 "생각이 많은가봐...."한다.

그저 웃음으로 때우니,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보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혼자 춤추고 난리다.

내가 끄떡도 안하자,

"차베스는 피델의 동지야..."

이제는 차베스까지 팔아먹는구나...

"체는 베네수엘라에서도 게릴라 활동을 했어."

체는 이제 그만 팔아먹어라...

 

이런 쿠바의 모습이 단지 피델이나 사회체제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어쩔수 없이 관광사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일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도 안다.

피델 역시 관광사업이 쿠바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는걸 알고있다.

물론 산중턱에서 전기가 들어오고, 심지어 산중턱에 유치원까지 있으며, 우리나라 터미널이나 역전에는 흔하게 볼수있는 노숙인이 쿠바에는 없는 것만 봐도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쿠바의 이중경제는 정말 큰 문제다.

이로인해 평등이란 없고, 자본주의 사회와 다를바 없이 사람들은 돈에 쫒겨다닌다.

경찰이 외국인을 상대로 빵을 팔고, 시에라마에스트라에서 피델과 체의 활동을 설명하며 너네나라에 돌아가서 제대로 말해주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군인도 마지막엔 돈을 요구하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그가 계속 쫒아온다.

"이제 그만 헤어지자"

"나 배고파"

"어쩌라고..."

"밥사줘"

 

참내, 여기는 끈적거리는 남자아니면 뭣좀 얻어먹으려는 사람들 뿐인가...

"니돈주고 사먹어! (난 땅파서 돈나왔니? 나도 여행끝나면 신용불량자 될판이다...)"

 

아... 정말 문제가 뭔지...

심지어는 사회주의가 과연 옳은건지...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것이 사회주의라면...

책에서만 읽던 그 모습이 아닌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대답만으로는 부족하다.

운동을 떠난 사람들은 왜 떠났을까?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아있는 나는 과연 옳은 걸까?

난 무슨 생각으로 계속 여기 서있는거지?

밥먹으며 이런 생각을 하다 속으로 울며 어구적어구적 밥을 씹어삼킨다.

그래도 살겠다고 그많은 양을 다 먹어 치워버렸다.

가슴속 눈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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