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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것의 고통

 

성장하는 것의 고통


어쩌다가 이정도로 깊은 늪이 만들어지도록 우리는 가만히 있었나

자본과 정권이 만들어 놓은 좁고 쉬운 길로 내쳐 달려왔던 이 걸음이 이제는 헤어 나오기 힘든 늪 속에다 우리를 빠뜨리지만, 관성과 좁은 시야는 현 시기의 복잡한 경제구조 속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저들이 이토록 교묘하고 깊은 수렁을 만드는 동안 우리들은 무엇에 안주하며 살아 왔던가

내 주변의 작은 투쟁도 보듬어 안지 않고 내 주변의 작은 억울함도 눈여겨보지 않고 오로지 내 자신의 미래만을 위해 달려 왔던가

아니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헌신과 노력으로 이 길을 힘차게 걸어왔다. 그런데 왜 이런 현실에 부닥치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곰곰이 되씹고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이런 수렁이 만들어지도록 가만히 있었는지 되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머리가 둘인 뱀이  양쪽방향으로 각각의 머리가 최선을 다해 죽도록 가고자 한다면 그 결과는 어찌 되겠는가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양쪽으로 갈라져 죽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것은 그 방향이 제대로 되었을 때 효과가 있다.


지금의 민주노조운동의 상황은 어떠한가

자본과 정권은 신자유주의라는 논리로 무장하고, 세계화라는 무기로 온 사회를 노동자의 수렁으로 만들고 서민들의 늪으로 만들고 가진자의 천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에

우리 노동운동의 진영은 지금 어떠한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성장한 만큼 우리가 가진 논리나 지식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울때

위험한 물건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아이가 다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이가 다치는 이유는 위험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잘 다루지 못하는 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많은 것을 습득하면서 자라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제로 조금은 다치기도 하고, 그래서 후회하고 그렇지만

그 과정이 그 아이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성장시키는 좋은 경험이 된다.


우리 민주노총이 또 노동조합간부들이 민주노조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침과 후회의 경험이 오늘날의 현상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이 경험의 쓰라림을 토대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밑 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큰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오늘의 이 생채기와 흉터들이 우리들의 미래를 좀더 빨리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자라게 하는 쓴 약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가 도래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 시기를 거치지 않고 성숙하기는 더 어렵다

마치 사람이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듯이 지금 민주노조 운동이 그러한 상태가 되었을 만큼 성장했다고 본다

사춘기를 심하게 앓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오히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듯이

지금의 민주노총의 상황이나 노동운동 진영의 상황이 예측하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사회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성장의 댓가는 간혹 아주 비쌀 때 가 있다.

그렇지만 그 댓가를 당당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댓가를 당당하게 치루고 나서 떳떳하게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판단을 하기 어려울 때가 이제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노동운동이 성장해서 집안이 아니라 집밖으로 나와서 세상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이라는 집을 벗어나 산업이라는 세상으로 나온 노동운동이 마주한 현실은 준비한 것 보다 더 많은 갈등을 가져올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원칙과 기본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굳은 신념으로 복무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노동운동의 성장의 과정이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만이 노동운동이 제대로 성숙하는 길일 것이다.

과도기의 갈등을 민주노조의 원칙과 철저한 복무정신으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현 시기의 문제들이 힘들고 복잡하지만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덧 붙여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시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내부의 움직임이 당당하게 살아 나와야 할 것이다.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내부적인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 철저한 현장토론을 통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언제나 어려울 때 정답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역사속에서도 돌이켜 보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지도부가 오히려 실패할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내귀에 쓴 소리라도 현장의 목소리가 원하면 그 곳에서 고민의 시작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하도 시절이 어수선하고 답답해서 몇자 적어본다

그리고 이러한 시절이 우리가 올 곧게 성장해서 제대로 성숙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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