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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리피 호센 씨 가족

  • 등록일
    2010/08/08 14:00
  • 수정일
    2010/08/08 14:00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리피 호센 씨 가족

 
칠삭둥이 쌍둥이 치료비 마련할 길 없어 절망
 

임금체불 3000만원…교통사고·산업재해로 장애까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리피 호센 씨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큰딸 셰도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서 살아가며 받은 상처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임신을 했어요. 결혼 후 10년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던 선물이었지요. 몸이 아파 병원에서 겨우겨우 생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아이들은 남편과 저의 희망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인큐베이터에 손을 넣고 딸의 작은 발을 어루만지며 애써 태연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리피 호센(29) 씨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리피 씨가 두달 전 출산한 쌍둥이 자매가 입원해 있다. 임신중독증과 우울증으로 7개월 밖에 채우지 못하고 제왕절개로 분만할 수 밖에 없었기에 두 신생아의 상태는 심각했다.

 

성인남자의 주먹 두 개를 합쳐 놓은 정도에 불과한 작은 몸으로 인큐베이터에서 호흡기와 각종 호스를 달고 누워있는 큰딸 셰도는, 640g의 극저체중아로 태어났고 두달이 지난 지금도 2Kg을 넘지 못하는 상태다. 셰도의 동생 심례는 심장과 폐, 신장 기능 이상으로 의료진들이 사실상 가망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을 정도로 위독했었고, 두달이 지난 지금은 세 차례의 수술을 통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 일을 못하는 리피 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두시간 남짓 거리의 병원을 찾아와 쌍둥이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울음이 터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럴 때면 한국에서 살아온 지난 10년간 쌓여온 설움이 함께 떠올라 결국 북받친 통곡을 하기 일쑤다.

 

리피 씨는 2000년 학생비자로 한국에 왔다. 방글라데시는 정부 정책상 여자에게 산업연수생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 학생 비자를 얻을 수 밖에 없었다. 1999년부터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고 있던 남편과 함께 4년간 공장의 잔업까지 도맡아 하며 고생한 결과, 방글라데시에 자그마한 땅을 마련했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첫 걸음이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해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 남편은 1년간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거동이 불편했기에 리피 씨도 일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남편의 사고가 시발점인 것처럼 그때부터 온갖 시련들이 봇물 터지듯 부부를 덮쳤다. 2004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부가 일했던 공장 가운데 5곳이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중 두 곳은 사업장을 폐쇄하고 주민등록을 말소해 미납임금을 받을 길이 없다. 부부가 받지 못한 금액은 3000만 원에 달한다.

 

2008년에는 리피 씨가 사고를 당했다. 일을 하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지원은 받지 못했다. 리피 씨의 사고 이후 사업주가 공장 문을 닫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치료가 잘못돼 리피 씨의 검지 손가락은 직각으로 꺾인 채 경직되어 버렸다.

 

“펴지지 않는 손가락으로는 살수 있어요. 하지만 혹시라도 아이들이 잘못된다면 저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어요.”

 

리피 씨가 다시 중환자실의 아이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리피 씨에가 더 큰 문제는 병원비다. 두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이미 7000만원이 청구됐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의료지원 프로그램으로 3000만 원 가량을 감면 받았지만 아직 갚아야 할 금액이 4000만원에 달한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얼마나 일을 해야 갚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힘들기만 했던 일상에 주어진 유일한 희망인 두 딸, 리피 씨 부부가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 현재 한국이주민건강협회에서 모금함을 개설하여 모금활동도 변행하고 있는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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